• 교육과학기술부와 진보 성향 교육감들 사이에 우려됐던 갈등이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교과부는 6일 김승환 전북도교육감의 교원평가 거부에 대해 보도자료를 내고 '법적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김 교육감이 지난 1일 취임과 동시에 교원평가 시행에 관한 교육규칙을 폐지한다는 내용의 입법예고를 했기 때문이다.
    교과부는 또 강원도와 전북도 교육청이 오는 13~14일 전국적으로 치러지는 국가 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일제고사) 때 학생과 학부모에게 선택권을 주기로 하자 내용을 확인한 뒤 대응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강원도와 전북도 교육청은 '일제고사 때 학생과 학부모에게 선택권을 주면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도록 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최근 각급 학교에 내려보냈다.
    강원도교육청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교과부가 학업성취도 평가를 거부할 경우 직무이행명령을 내릴 수 있다는 입장을 전했다"고 말했다.
    전교조 지부장 출신인 진보 성향의 민병희 강원도교육감은 교과부의 '압박'에도 학업성취도 평가를 원치 않는 학생과 학부모에게 대체 프로그램을 제공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 교육감은 이와는 별도로 지난해 학업성취도 평가를 거부해 파면·해임된 초등학교 교사들의 복직을 추진하고 있어 다른 마찰을 예고하고 있다.
    ◇교원평가 '터질 게 터졌다' = 교원평가(교원능력개발평가제)는 올해부터 전면 시행됐지만 사실 법적 뒷받침이 없어 불안한 상태였다.
    2006년 정부안이 제출됐지만 제17대 국회 임기 만료로 자동 폐기되고 18대 국회에서 다시 의원입법형태로 발의됐지만 6자 협의체 논의가 진행되던 도중 지난 2월 무기한 보류됐다.
    교과부는 도입 논의 10년, 시범운영 5년, 법제화 논의 3년을 끌 정도로 공을 들이고 있지만 근거 법률 개정이 지연되자 교과부 장관의 '장학지도권' 조항을 근거로 시도 교육감이 제정한 교육규칙에 따라 시행에 들어갔다.
    그러나 김승환 전북교육감은 교원평가가 대표적인 '교사 줄세우기' 정책이라며 명백한 거부의사를 밝히면서 교육규칙 폐지 작업에 착수했다.
    교과부는 전북 지역 학부모 82.1%가 교원평가제 도입에 찬성했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내세우며 맞불을 놓고 있다.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은 "교원평가가 학생 중심의 서술형 평가 중심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평가 방법의 개선을 요구하면서도 평가 자체를 거부하지는 않겠다고 말해 오히려 '한 발' 뺀 상황이다.
    교원평가에는 청소년 인권운동단체인 '아수나로'가 가세해 반대 운동에 불을 지피고 있다.
    곽노현 교육감의 진보 교육정책과 맥락을 같이 해 주목받는 아수나로는 "교원평가는 학생들의 목소리를 듣는 게 아니라 윗사람들이 교사들을 통제하고 관리하는 데 써먹는 것"이라며 학생들에게 평가 거부를 독려하고 있다.
    ◇일제고사 '시험이 코앞인데' = 학업성취도 평가는 당장 1주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일선 학교 현장에서는 여기저기서 혼선이 야기되고 있다.
    올해부터 처음 학교별 성취단계 비율을 공개하게 됨에 따라 일부 지역에서는 심지어 초등학교까지 강제 야간자율학습을 실시하는 등 과열 양상도 보인다.
    반대로 진보성향 교육감들은 학생과 학부모에게 시험을 볼 선택권을 주겠다는 입장을 보이면서 교육당국과 각을 세우고 있다.
    교과부는 "학업성취도 평가는 초중등교육법과 교육관련기관 정보 공개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시행되고 성적 공개가 이뤄지는 시험이다.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교육감과 각급 학교에서 거부할 권한이 없다"고 못박았다.
    교과부는 학업성취도 평가를 일부만 뽑아서 보게 하는 표집 형태가 아니라 '전수조사' 형태로 전국 학생들에게 일제히 보게 하는 데는 기초학력 미달 학생을 줄이겠다는 명분이 있다고 강조했다.
    교과부 관계자는 "시험 자체를 치르지 않아 아무것도 모르는 암흑 속에 있는 것보다는 구체적인 데이터를 근거로 지원을 해서 학력이 향상되도록 도와주는 게 실질적인 교육평등에 가깝다"고 말했다.
    하지만 민병희 교육감이 '선택권'을 고집하고 있는 강원도교육청 관계자는 "도민 직선 교육감에게 직무이행 명령을 내리겠다는 발상 자체가 교육자치를 침해하는 행위"라고 반박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