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당 강경투쟁의 일환으로 의원직 사퇴를 선언했던 의원들이 줄줄이 복귀하고 있어서 진정성 여부를 두고 지적이 나온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8일 의원직 복귀 의사를 밝혔다. 지난 7월 의원직 사퇴 후 약 11개월만의 복귀다.

    이에 국민이 선거를 통해 위임한 의원직무라는 신성한 의무를 '사퇴'라는 투쟁의 도구로 삼는 데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민주당 우상호 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에서 "당시 국회는 오직 한나라당의 힘의 논리만 작동하는 전쟁터였으며, 이를 저지하기 위해 의원직 사퇴라고 하는 초고강수의 수단을 쓸 수밖에 없었다"면서 정 대표 복귀의 변을 밝혔다.

    "당시 국회는 전쟁터 초고강수 수단 쓸수밖에 없었다…MB심판했으니 복귀"

    우 대변인은 이어 "이번 선거에서 국민들은 힘의 논리만 작동하는 이명박 대통령의 오만과 독선을 심판했고, 어제 의원 워크샵에서 의원들이 의원 전체의 총의로 원내복귀를 요청했다"며 의미를 뒀다. 그러면서 "원내복귀는 이제 민주당의 투쟁을 원내로 집중하기 위한 전술적 판단이다. 현장 투쟁과 병행해 원내에서도 대정부 대여투쟁을 강화해야 한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 ▲ 지난 2009년 미디어법 처리에 반발, 의원직을 사퇴하고 장외투쟁에 나섰던 정세균 민주당 대표 ⓒ 연합뉴스
    ▲ 지난 2009년 미디어법 처리에 반발, 의원직을 사퇴하고 장외투쟁에 나섰던 정세균 민주당 대표 ⓒ 연합뉴스

    정 대표는 지난해 7월 한나라당의 미디어법 강행처리에 반발, 같은당 천정배 최문순 장세환 의원 등과 함께 당시 김형오 국회의장에게 의원직 사퇴서를 제출했다. 정 대표는 10.28 재보선 승리에 따른 원내 복귀 요청에도 불구하고 "일각의 사퇴서 철회 권고는 고맙지만 검토하고 있지 않고 다른 의원들과도 이 문제에 대해 논의한 적 없다"(2009년 11월,확대간부회의)며 의원직 사퇴철회를 번복할 뜻이 없음을 못박은 바 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승리로 원내에 복귀한 정 대표가 자신이 진두지휘한 선거의 승리여세를 몰아 당권 확장과 원내 의원들과의 밀착력 강화로 자기세력을 구축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실제로 정 대표는 이날 오전 한 라디오에서 자신의 당권 재도전설과 관련 "고심하고 있다"고 답했다.

    또, 정 대표의 (전북 진안군 무주군 장수군 임실군) 지역구에서 당 소속 기초의원들이 다수 패배하는 등 지역구 관리소홀 만회가 시급한 시점에서 이번 지방선거 승리가 원내복귀의 명분과 호재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앞서 민주당 김진표 최고위원도 경기지사 출마를 위해 의원직 사퇴를 선언했으나 유시민 국참당 후보에게 경선 고배를 마시면서 '없던 일'로 돼 버렸다. '생사여탈권'을 쥐었던 김형오 당시 국회의장이 "김 의원의 의원직 사퇴서는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의 요청으로 반려토록 하겠다"며 수리불가 입장을 밝힌 것. 당시 박 원내대표는 취임 후 처음으로 김 의장을 만나 "본선도 아닌, 내부 경선에서 패한 사람에게 의원직을 그만두라고 할 순 없는 거 아니냐"면서 민주당 의원들 사이의 '동정론'을 전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바른사회시민회의 전희경 실장은 "의원직 사퇴 후 유야무야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것은 사퇴의 진정성에 의문을 품게 만든다"며 "이렇게 진정성이 결여되고 보여주기식 일회성 이벤트 난무하는 의원직 사퇴 선언은 식상할 뿐 아니라 정치에 대한 국민 혐오와 신뢰를 떨어뜨린다. 유권자는 분명히 다음 선거로 심판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 ▲ 한 포털사이트에 올라온 국회의원들의 의원직 사퇴 번복에 관한 네티즌 비판글
    ▲ 한 포털사이트에 올라온 국회의원들의 의원직 사퇴 번복에 관한 네티즌 비판글

    ◇네티즌 "이제와서 복귀? 말장난 하나"비판 봇물
    "당장이익 얻어도 신뢰할 수 없는 정치인 전락"

     
    4선인 정 대표는 전날 열린 당 워크숍에서 김성곤 의원의 제안으로 의원직 복귀를 요청하자 "그럼 제가 5선이 되는 것이냐"고 언급해 사실상 수락 의사를 밝혔었다.

    이에 대해 온라인에서도 국회의원들의 의원직 사퇴 배수진에 부정적 의견을 표하는 글이 많았다. 이날 한 포털 사이트에 글을 올린 네티즌 'amah***'은 "정치 신념으로 의원직 사퇴서를 낸 것이 아니라 결국은 정치쇼였군요. 설마 그동안의 세비도 다시 챙기시려는 것은 적어도 아니길 바라오"라고 말했고 'jbm9***'은 "말 장난하나. 할 건 다해놓고 이제와서 복귀? 우습다"고 비판했다.

    'xiwa***'은 "국민은 무서운 눈으로 보고 있다. 민주당은 잘해서 선택된 것이 아니라 한나라당이 회초리를 맞는 바람에 어부지리를 얻은 것"이라며 "정 대표와 그외 똑같은 행태를 자행했던 의원들은 꼼수를 부려서 얻은 이익으로 당장은 웃을지 모르나, 그 순간 신뢰할 수 없는 정치인으로 전락한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정 대표와 함께 의원직을 내던진 천-장-최 이른바 '민주당 의원직 사퇴 3인방'은 당시 "사퇴서 수리와 관계없이 의원으로서의 권한을 행사하지 않겠다"(천정배 의원), "의원직 사퇴 철회는 없을 것"(장세환 의원), "(정치는)나랑 잘 안 맞는 것 같다. 국민은 (의원직 사퇴의사) 진정성이 있는지 없는지 잘 안다"(최문순 의원)등 정치일선에 복귀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음에도 불구, 의원직에 복귀해 논란이 일었다.

    이에 "정치적 쇼를 했다고 스스로 인정하고 국민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용서를 구하든지 아니면 즉시 사퇴하고 국회를 떠나라"(한나라당 성윤환 의원, 2010년 2월) "'사퇴 3인방 복귀는 생쇼' 국회가 블랙코미디나 생쇼의 무대가 아니다"(조경태 민주당 의원) 등 같은 당에서 조차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