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안함 사태에 대한 정부의 '전방위 대북제재' 조치가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정부는 지난 20일 합동조사단의 조사결과 발표 이후 외교통상부와 통일부, 국방부 등을 중심으로 향후 대응방안을 집중 조율해왔으며, 24일 이명박 대통령 대국민 담화에 이어 관련 부처 장관이 합동기자회견을 통해 이를 발표할 예정이다.
    정부의 대응 조치는 외교부를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 대북 압박 공조체제 구축과 통일부의 개성공단을 제외한 남북 교류 및 경제협력 중단과 제주해협 차단, 국방부 차원의 대북심리전 재개 및 방위태세 강화 등으로 요약되고 있다.

    ◇대북압박 공조체제 구축 = 천안함 사태에 대한 외교부의 대응은 유엔이나 아세안, G20(주요 20개국), 유럽연합(EU), 나토 등 국제기구뿐만 아니라 전 세계 주요 각국과 양자 차원에서 전반적인 대북 압박 공조체제를 구축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를 위해 합동조사단의 20일 조사결과 발표에 앞서 18∼19일 양일간 중국, 일본, 러시아 등 6자회담 참가국은 물론 영국과 프랑스 등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아세안과 G20, EU 주요국 등 30여개국 대사들에게 조사결과를 사전 설명했다.
    그 결과 23일 현재까지 전 세계 25개국과 EU, 나토 등의 국제기구에서 합조단의 발표결과를 지지하거나 북한을 규탄하는 내용의 입장을 밝혔다는 게 외교부의 평가다.
    미국과는 천안함 사건 초기부터 긴밀한 협의를 통해 조사 진행 상황 및 결과를 공유해왔다. 특히 북한의 도발에 단호하게 대응한다는 한ㆍ미 공조 체제를 유지해 왔으며 오는 26일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이 방한하면 양국의 '확실한 공조'가 내외에 과시된다.
    외교부는 천안함 조사 결과에 아직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 등을 상대로도 오는 28일 예정된 한ㆍ중 정상회담 및 외교채널을 통해 북한 소행이라는 증거자료를 제시하며 설득 작업을 벌여 지지를 얻겠다는 복안이다.
    이를 토대로 천안함 사태를 유엔 안보리에 회부, 대북 결의 채택을 추진하고 아울러 개별 국가 및 국제기구가 양자 차원에서 북한을 압박하는 방안도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안보리 회부 시 새로운 제재 결의를 추진할지, 기존 결의(1718호ㆍ1874호)를 강화하는 내용의 결의를 추진할지는 아직 방침이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 소식통은 "기존의 안보리 결의 1874호가 워낙 포괄적인 제재 규정을 담고 있어 새로운 제재 결의를 추진하는 게 얼마나 효과적일지 분석 중"이라며 "중국, 러시아 등의 반응을 보고 우방과 협의를 거쳐 최종 전략을 수립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남북경협 중단ㆍ제주해협 차단..개성공단 제외 = 통일부는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을 제외한 대북 교역 및 경협사업을 전면 중단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부는 이미 본격적인 대북조치에 앞서 개성공단과 금강산을 제외한 북측 지역에 대한 방북 승인을 지난 20일부터 허락하지 않고 있다.
    또 대북 교역 및 위탁가공 업체들에 신규사업 및 물품 반출을 자제할 것을 권고했고, 연 60억원 규모의 정부 관계부처의 자체 대북사업도 보류하라고 요청해 사실상 대북조치에 돌입한 상태다.
    특히 제주해협을 비롯한 우리 측 해역을 운항하는 북한 선박의 통행을 차단한다는 방침도 내일 발표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관측통들의 분석이다.
    이는 지난 2005년 발효된 남북해운합의서를 사실상 무효화 하는 조치로 북한 측의 상당한 반발이 예상된다.
    제주해협은 북측 선박이 동해와 서해를 오가는 지름길로 북한 선박으로서는 제주 남쪽 공해상으로 돌아가는 것 보다 대략 53마일의 항해거리와 4시간 이상의 항해시간(12노트 항행 기준)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통일부는 현실적으로 개성공단에 진출한 우리 기업에 미칠 영향과 개성공단 및 금강산 지구에 상주하는 우리 국민의 '신변 안전'을 감안해 개성공단 등에 대해 우리가 먼저 조치를 취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관련, 정부 관계자는 이날 기존 입장에 변화가 없느냐는 질문에 "현 상황에서 (입장변화가) 있다 없다라고 말하기 어렵다"며 다소 애매한 언급을 했다.
    개성공단은 현재까지 특이 사항 없이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것이 통일부 측의 설명이다.

    ◇대북심리전 재개 및 방위ㆍ경계태세 강화 = 국방부는 이번 사건을 우리 해군에 대한 북한의 무력공격으로 규정하고 다양한 군사ㆍ비군사 조치를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국방부는 내일 관계부처 장관 합동기자회견에서 대북 확성기 방송과 대형 전광판 가동 등 대북 심리전을 재개한다는 계획을 발표할 전망이다.
    군 관계자는 "대북 심리전은 북한 내부의 체제 안정과 직결된 문제로 북한 지도부가 상당히 '아파할 만한' 조치"라고 말했다.
    북한군은 실제 남북장성급회담 등을 통해 남측의 확성기를 통한 심리전 방송이 한밤 중 개성지역까지 들린다며 중단을 집요하게 요구했고, 남북은 2004년 6월 장성급회담에서 이를 중단키로 합의했었다.
    군은 또한 이번 사건에서 대북 경계 태세에 허점이 발견됐다는 반성 아래 대잠수함 탐지장비 보강, 서해 5도 전력증강, 교전규칙 수정 등을 조기에 실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한 연합 훈련 및 대북 경계 태세 강화 방침을 밝히면서 미 해군 제7함대 일부 병력을 서해 또는 동해에 전진 배치하거나 올 하반기 서해상에서 한미 연합 대잠훈련을 대규모로 실시한다는 계획도 발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군 일각에서는 미국의 항공모함과 정밀폭격 무기를 탑재한 핵잠수함, 이지스함 등이 참가한 가운데 동ㆍ서해에서 대규모 무력시위를 하거나 팀스피리트 훈련을 재개하는 방안도 거론되지만 내일 당장 발표되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