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일 오후 프레스센터에서 사회민주주의연대(공동대표 주대환) 주최로 열린 '한국 진보가 나아갈 길-제3의 길인가, 사회민주주의인가?' 토론회 참석자들은 진보라고 자인하는 이른바 NL(민족해방)과 PD(민중민주)세력이 이미 실패한 공산주의 이념에 얽매여 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데일리 NK 보도).

      발제자 주섭일 씨(언론인)의 발언은 이어진다.
     "한국의 이른바 진보세력 또는 정당들은 이미 소멸한 현존사회주의 즉 구소련공산권이라는 과거의 이념의 틀에 얽매어 있음이 확실하다"며 "진보는 여기서 탈출하지 않으면 소멸할 운명에 직면해 있다"

      "NL(민족해방)이 주류인 민주노동당은 10년 전 유권자가 10% 이상 표를 던져 국회의석 10석을 주었으나, 존재하지 않는 공산주의 이념의 이론투쟁에 매달림으로써 오늘 국민적 불신의 늪에 빠져 정치무대에서 소멸한 운명에 처해 있다"

     이런 세미나 발제를 전해 들으면서 새삼스럽게 절감하게 된다. 극좌 전체주의가 ‘진보’를 유일적으로 대표하는 것처럼 돼버린 오늘의 한국 진보진영의 모양새는 한 마디로 치욕이라는 것. 이 치욕을 치욕이라고 비판하는  것은 따라서 자유주의자, 보수주의자만의 임무로 머무는 것이 아니라, ‘민주적 진보’임을 자임하는 측의 임무이기도 하다. 이 당연한 임무를 강조한 위 기사와 발언은 그 점에서 시선을 끌었다.

     1960~198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극좌는 민주화 운동권의 변두리 소수파에 불과했다. 이것이 1980년대 중반쯤부터 “어, 어” 하는 사이 순식간에 뒤집어졌다. NL, PD 운운 하는 극좌가 운동권의 천하통일을 해버린 것이다. 
     이것은 8.15 해방공간 이래의 극좌의 일관된 공작이 아차 하는 순간에 먹혔기 때문이다. 그들의 공작-그것은 남의 집 안으로 슬슬 잠입해 들어와 내부공작을 통해 그 집을 제 집으로 빼앗아가는 수법이다.

      여운형 안재홍 씨가 8.15 직후 ‘건국준비위원회’를 만들었을 때 극좌는 그 안으로 기어들어 와 그 내부를 먹어버렸다. 그래서 안재홍 씨 같은 분은 나중엔 아예 ‘건준’을 탈퇴할 수밖에 없었다. 이 수법이 오늘에까지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애초에 민노당 안에는 종북(從北)파 아닌 계열들도 있었다. 그들은 종북파에 밀리다, 밀리다 못해 결국엔 민노당을 탈퇴해 버리고 말았다. 

     뒤늦게나마 ‘민주적 진보’이고자 하는 일부 인사들이 극좌의 ‘진보 먹어버리기’에 정면으로 비판의 포문을 열고 있는 것은 눈여겨 볼만한 현상이다. ‘공산주의라는 시체를 파먹고 있는 극좌‘-이들을 내쫓고 ’민주적 진보‘가 ’진보‘의 주류의 자리를 탈환할 수 있을까 하는 논제는 그래서 ’진보' 뿐 아니라 자유주의자, 보수주의자의 관심사항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