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해 들어 하는 말이 고작 “간첩을 잡자는 것이냐”며 나를 나무랄 ‘진보적’인사들이 많이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오늘, 진보니 개혁이니 운운하며 ‘반미·친북’을 내세우며 좌파로 자부하는 자들이 이만한 살림을 계속할 수 있기 위해서도 간첩은 반드시 잡아야 합니다.

    북한의 가난한 사람들을 돕기 위해 평양에 자주 드나드는 미국인 선교사 한 분이 일전에 TV에 나와서 북한 동포들의 참담한 생활을 눈물어린 표정으로 설명하고 나서, 그는 이명박 대통령이 왜 북한과 더 좋은 관계를 맺지 않는지 모르겠다며 유감의 뜻을 표했습니다.

    미국 선교사의 눈에는 그렇게 보일지 모릅니다. 그러나 김정일을 그 자리에 그대로 두고 북의 불쌍한 동포들을 힘껏 도우면서 영원히 ‘평화공존’만 부르짖는다면, “우리가 자선사업을 계속할 수 있기 위하여 김정일은 쉬지 말고 포악한 정치를 해도 된다는 엉뚱한 주장이 될 수도 있습니다.

    여러 해 전에 경상남도 어느 산골 군수의 초청을 받아 그 곳에 강연을 갔던 적이 있습니다. 강연장인 군청의 강당에 시골 사람들이 입추의 여지없이 많이 모였었습니다. 군의 기관장들도 다 자리를 같이 하였습니다. 엄청 많이 모인 청중을 향해 이렇게 말문을 열었습니다. “여러분, 오늘 이 자리에 무척 많이 모이셨는데 이 중에 간첩이 한두 놈은 끼어 있을 겁니다.” 듣던 사람들이 모두 폭소를 터뜨렸습니다. 내가 농담하는 줄 알고.

    그러나 강연이 끝나고 나를 혼자 찾아온 사람이 있었는데 그 고장의 경찰서장이었습니다. “교수님, 강연을 시작하시면서, ‘이 중에 간첩이 한두 놈이 있을 겁니다’라고 하셨는데 맞는 말씀입니다. 알면서도 잡지 못합니다. 위에서 잡지 못하게 합니다.” 나는 그 서장의 걱정스런 그 표정을 지금도 기억합니다.

    간첩인 줄 알면서도 잡지 못하는 대한민국의 말 못할 사정이 10여 년 계속되고, 오늘의 무법천지가 벌어진 것입니다. 촛불시위에, 용산철거민 참사가 있고 나서, 평택 쌍용자동차 파업을 겪으면서 과연 이 나라를 법치국가라고 믿을 수가 있습니까.

    나라가 난장판이 되었는데도 “국민을 위해” 존재한다는 국회가 날마다 불법과 탈법을 일삼는 저 꼴을 지켜보면서, 간첩들의 암약을 걱정하는 나를 신경과민이라고 할 수 있습니까. 내가 일본의 극우파 ‘칼잡이’입니까. 미국 정계의 맥카시파 선동가입니까. 나는 다만 조국의 자유민주주의와 남북이 자유민주주의로 통일되기를 위해 목숨을 바치기로 결심했을 뿐입니다.

    이 나라의 국가권력은 뭘 하고 있습니까. 검찰과 국정원은 왜 가만있습니까. 위에서 “간첩을 잡아라”라는 명령이 떨어지기 전에는 대한민국의 장래는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