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3일 유엔 총회 연설에서 `새로운 국제 참여의 시대'를 주창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기술의 빠른 발달로 전세계 사람들이 하나로 묶여지고 있고, 공동의 이익과 존중에 기반한 새로운 참여시대가 필요한 시점이 됐다"며 이제 세계는 새로운 방향을 향해 움직여야 하며 미국이 모든 것을 해결하는 시대는 지나갔다는 것이다.
    그의 발언 요지는 전세계의 문제를 미국이 혼자서 감당할 수는 없으며 기후변화부터 핵 군축 등 국제 평화 문제에 이르기까지 국제사회가 그 책임을 분담해야 한다는 것으로 해석됐다.
    그는 이날 30여분간 전세계 지도자들 앞에서 작심한 듯 발언을 쏟아냈다.
    오바마 대통령은 "그동안 미국이 혼자서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고 비난했던 사람들은 이제 미국이 지구촌의 문제를 혼자 해결할 때까지 기다려서는 안된다"고 말할 때는 유난히 목소리의 톤이 높았다.
    또 그는 "전세계를 휩쓸어온 역행적인 반미주의를 추방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면서 "미국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결코 사과하지 않을 것이지만 국제 공조를 위해서는 적극 나설 준비가 돼 있다"고도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극단주의자들이 테러의 씨앗을 뿌리고, 갈등이 확산되면서 인종학살과 대량 살상이 세계 곳곳에서 자행되고 있고, 점점 더 많은 나라들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으며, 빙하가 녹아 내리고 인류는 황폐해 지고 있으며 지속적인 빈곤과 전염병의 문제도 심각하다"며 "내가 이 말을 하는 것은 공포심을 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실을 적시하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날 그가 연설한 유엔 총회장에는 100여명의 각국 최고지도자들을 포함해 192개국 대표들이 참석해 있었고, 많은 나라들은 그의 연설에 공감했지만 미국과 이해가 상충되거나 미국을 비난해온 나라의 정상들도 자리하고 있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
    그의 발언은 얼핏 중국.러시아 등 비중있게 책임을 분담해야 하는 나라들을 향한 것 같았지만, 기실 그의 화살은 다방면을 겨냥하고 있었다.
    특히 전날 기후변화 정상회의에서 행한 그의 연설을 놓고 `교착상태의 협상을 타개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이 제시되지 않았다'고 혹평한 세계 여론에 대한 항의 성격도 지니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실제 온실가스 배출량이 미국과 거의 동등한 중국이나 인도 등이 협상참여를 거부해 온 것 보다는 ` 미국 책임론'이 더 많이 제기되고 있는데 대한 반박이자, 1인당 CO₂배출량 기준으로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를 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중국.인도 등에 대해 코펜하겐 협정 참여를 촉구하는 메시지로 해석될 수 도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아프가니스탄 사태와 중동 문제 등에서 비협조적인 유럽 국가들에 대해서도 우회적인 경고를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유럽 국가들은 아프간 전쟁 협력에 소극적인 자세를 보여왔다.
    그의 이 연설이 피츠버그 G20정상회의 바로 전날 나왔다는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G20 정상회의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전세계 금융시스템의 개조를 강조할 예정이지만, 일부 국가들의 반발에 직면해 있다.
    그는 "우리는 공동의 이상을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하지만 그것이 이뤄지지 않아왔다"면서 "만일 우리가 정직하다면 우리가 그 책임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며 국제 공조 부족에 대한 국제사회의 경각심을 재삼 일깨웠다.
    그의 이 연설에 대해 NYT는 오바마 대통령이 밀린 유엔분담금을 지불하고 유엔 개혁에 동참해 왔다면서 자신이 조지 부지 전 정부와는 차별화 됐음을 알리려고 노력했지만, 북한이나 이란을 꼭집어 얘기하는 것 등은 어딘가 부시와 닮은 꼴이라고 지적했다. (유엔본부=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