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1일 전국 초등학교 4∼6학년생과 중학교 1∼3학년생을 상대로 일제히 '교과학습 진단평가'가 치러진 가운데 일부 학부모단체는 평가를 거부한 학생, 학부모들과 함께 야외로 체험학습을 떠났다.

    진단평가를 30여분 앞둔 이날 오전 8시30분께 서울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는 시험을 보러 학교에 가는 대신 경기 여주의 신륵사로 체험학습을 떠나는 초·중학생 30여명과 학부모 10여명이 하나둘씩 모여들었다. 학생들은 가벼운 나들이 복장에 부모의 손을 잡고 사찰로 체험학습을 간다는 생각에 들떠 있는 모습이었다. 일부 학부모는 체험학습에서 자유로운 분위기를 만끽하며 많은 것을 배워오라고 자녀의 등을 토닥거리기도 하고 가방과 먹을거리를 손수 챙겨주며 시험 거부에 따른 무단결석 처리를 걱정하지 말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행사를 주최한 '일제고사 폐지 전국 시민모임'은 체험학습을 떠나기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는 겉으로 21세기 지식정보화 시대에 창의적 교육을 외치면서 암기식 지필고사로 우리 교육을 획일화하고 있다. 단 한 차례의 지필고사로 맞춤식 교육을 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안일하다"라고 비판했다. 이 단체는 "학부모는 경쟁보다는 협력을, 차별보다는 지원을 하는 교육을 원한다"면서 "우리는 이 같은 교육적 소망을 갖고 오늘 체험학습을 떠난다"고 강조했다. 이 단체는 체험학습을 보내려는 학부모들을 회유하려 했던 일부 학교 사례를 공개하고 비난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초·중학교에 다니는 두 딸을 체험학습에 보낸다는 남모(43.여)씨는 "학교에서는 시험기간이라 체험학습을 가면 무단결석 처리된다고 하는데 이렇게 일제고사를 실시하면 사교육을 시켜야 하는 부모 입장에서 교육하기가 힘들다"며 불만을 털어놨다. 김모(39.여)씨도 초등학생인 두 아들을 체험학습에 보내면서 "일제고사 참여 여부를 결정할 기회를 아이들에게 줬다는 이유만으로 교사를 해직한 것에 크게 화가 난다. 일제고사는 전인교육을 무너뜨릴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체험학습에 참가한 최모(15.중3)양도 "아이들을 일렬로 세워 교육하는 것에 반대한다. 시험을 보고 하루종일 기분 나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이날 체험학습에는 서울에서만 320여명의 학생이 참가한 가운데 동화면세점 앞을 비롯한 창동역, 사당역, 목동역, 천호역 등 시내 여러 곳에 모여 여주 신륵사로 떠났으며 전국적으로 모두 1470여명의 학생이 참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한편 같은 시각 서울 'ㅂ' 초등학교에서는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진단평가 시험이 치러졌다. 쉬는 시간에 만난 이모(12.초6)양은 "주변에는 없지만 체험학습을 가는 친구들이 부럽다"며 "아빠가 주말에 동생과 놀이공원에 갈 거니까 오늘은 시험을 보라고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학생들은 진단평가를 거부하고 체험학습을 떠나는 학생들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정모(12.초6)양은 "시험 보기 싫다고 체험학습 간다는 걸 보면 어이가 없다. 이 시험이 등수를 매겨서 싫다고 하지만 시험 성적이나 등수는 자기 책임이 아닌가"라고 말했다.[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