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의 신 속에 신이 있다
      이 먼 길을 내가 걸어오다니
      어디에도 아는 길은 없었다
      그냥 신을 신고 걸어왔을 뿐 

      처
    음 걷기를 배운 날부터
      지상과 나 사이에는 신이 있어
      한 발자국 한 발자국 뒤뚱거리며
      여기까지 왔을 뿐

     새들은 얼마나 가벼운 신을 신었을까
     바람이나 강물은 또 무슨 신을 신었을까
     
     아직도 나무뿌리처럼 지혜롭고 든든하지 못한
     나의 발이 살고 있는 신
     이제 벗어도 될까, 강가에 앉아
     저 물살 같은 자유를 배울 수는 없을까
     
     생각해보지만
     삶이란 비상을 거부하는
     가파른 계단
     나 오늘 이 먼 곳에 와 비로소
     두려운 이름 신이여!를 발음해본다

     이리도 간절히 지상을 걷고 싶은
     나의 신 속에 신이 살고 있다>

    23일 오후 경기도 의왕시 포일동 서울구치소 대강당. 300여 명의 수용자들 앞에 김경한 법무장관은 위 글 문정희 시인의 시 ‘먼길’을 낭송했다. 

    김 법무장관은 이날 문 시인의 ‘먼길’ 외에도 공지영씨의 소설 ‘즐거운 나의 집’의 일부도 낭독했다.
    이날 행사는 법무부 장관의 ‘따뜻한 법치’ 실현의 하나로 기획된 것. 수용자들에게 직접 시와 소설을 읽어주고 책을 통해 수용자들에게 새로운 삶의 방향을 제시한다는 의도로 마련됐다. 

    성우 양지운씨 사회로 진행된 행사에는 탤런트 김혜자씨도 참석해 문정희 시인의 ‘공항에서 쓴 편지’를 비롯한 4편의 시와, 소설가 공지영의 ‘즐거운 나의 집’이 낭독됐다.

    단순한 낭독만 아니라 작품에 대한 소개와 함께 참석자와 수용자들 간에 대화를 나누는 감담회 형식으로 진행됐다. 김 법무 장관은 이날 수용자들에게 “어려운 시기를 뛰어넘는 지혜를 얻을 수 있는 다양한 책 읽기”를 당부하기도 했다. 

    행사에 참석한 한 수용자는 “시 낭송을 통해 나 자신을 다시 한번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며 “마음을 바르게 닦는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