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 정부가 지난 김대중, 노무현 정부에서 있었던 일을 조사하고 있다고 해서 그 결과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1987년 11월 29일 대한항공 858편 보잉 707기 폭파 사건의 범인인 김현희(47)씨가 11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BEXCO)에서 일본인 납북자 다구치 야에코(田口八重子)씨의 장남 이즈카 고이치로(飯塚耕一郞·32)씨, 오빠 이즈카 시게오(飯塚繁雄·70·일본인 납치피해자가족회 대표)와 면담을 갖고 기자회견을 가졌다.

    김씨가 공개석상에 모습을 보인 것은 지난 97년 전국 공안검사 대상 특별강연 이후 12년 만이다.

    김씨는 이날 회견에서 “KAL기 사건은 명백히 북한이 저지른 테러이고, 나는 가짜가 아니다”라고 사건 조작설을 일축했다.

    김씨는 또 “노무현 정부 시절 KAL기 사건 진상을 왜곡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정부와 국가정보원이 나를 그냥 두지 않겠다고 했고 심지어 이민을 강요한 적도 있었다”고 밝히고 현 정부의 조사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북한에 있을 당시 일본어 교사였던 다구치 야에코(북한명 이은혜)씨 가족을 만나 “이 자리에 다구치씨가 잇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김씨는 "다구치 씨의 가족을 만난다는 기쁨에 며칠 전부터 잠을 설쳤다"며 "TV 녹화를 통해 고이치로 씨를 접하고 언젠가 만나고 싶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87년 1월부터 10월까지 북한초대소에서 생활하며 ‘다구치 씨를 어디로 데려갔는데 어디 갔는지는 모르겠다’고 들었는데 사망한 게 아니라 다른 곳으로 간 것으로 생각했고, 86년에 결혼시켰다는 얘기를 들었다. 죽었다는 북한 발표는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납북자 요코다 메구미씨(1977년 납북)에 대해서는 “공작원 김숙희에게 일본어를 가르쳤고, 87년 남조선 사람과 결혼해 딸을 낳았다는 얘기도 들었다. 메구미씨 역시 사망했다고 하는데 믿을 수 없다”고 했다.

    이날 인터뷰는 김씨가 지난 1월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다구치 씨의 가족과 만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혀 이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