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승수 국무총리 내정자를 두고 통합민주당이 고민에 빠졌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한 총리 내정자를 발표했을 당시만 해도 민주당은 그가 과거형 인물이라는 점을 제외하고는 무난하다는 평을 했다. 그래서 한 내정자의 국회 임명동의안 처리는 무난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그러나 최근 민주당의 기류가 달라졌다. 한 내정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진행되면서다. 내정자 본인과 자녀의 재산형성 과정 및 경력 부풀리기 의혹과 부동산 투기, 편법 증여·탈세, 아들의 군복무 중 해외체류 의혹에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 참여 경력까지 문제되면서 민주당은 생각보다 내정자에게 문제가 많다는 입장으로 돌아섰다.

    김효석 원내대표는 21일 국회 본회의에 앞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한승수 총리 후보자의 흠결이 많이 발견되고 있어 과연 한 내정자가 인사 청문회를 통과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총리나 장관에 대해 사회가 요구하는 잣대는 상당히 엄격하게 만들어져 있다"면서 "장관들이 다 날아가는 한이 있어도 절대 바지저고리 청문회는 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한 총리 내정자에 대해 "청문회가 끝나는 대로 당내 의견 수렴을 통해 당론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우상호 대변인도 이날 현안 브리핑에서 "지금 고민에 빠졌다"며 "한 총리 내정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진행하면 할수록 양파껍질 벗겨지듯 새로운 의혹이 연일 드러나고 있다. 초기만 해도 비록 과거형인물이지만 비교적 무난한 인사로 판단해 크게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했으나 이틀간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너무 많은 비리와 의혹이 한꺼번에 터져 나오면서 한나라의 재상으로 부족한 것 아닌가 하는 고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민주당은 "과거 장상, 장대환 두 총리 내정자가 청문회 과정에서 낙마했던 기준으로 보면 도저히 한 총리 내정자를 적격자로 보기 어렵지 않느냐 하는 여론이 당내에 비등해지고 있다"고 우 대변인은 설명했다. 우 대변인은 "본인 경력문제부터 허위경력 의혹, 부동산 투기 의혹에 이르기까지 이 당선자에게 쏟아졌던 여러 의혹을 방불케 하는 상당히 다양한 의혹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와 문제가 심각한 상태"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여러 흠집이 많았기 때문에 총리만은 깨끗하고 흠집 없기를 기대했던 많은 국민들은 어떻게 이런 분이 후보자로 내정됐는지 의아해 하고 있다"고 했다.

    그렇다고 한 총리 내정자를 낙마시키는 것도 부담이다. 정부조직 개편안 처리를 두고 지루한 신경전을 한 탓에 '발목을 잡는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상황인데 총리 내정자마저 낙마시킬 경우 4·9 총선에서 역풍 우려도 있다. 우 대변인은 "야당으로서 곤혹스럽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 분을 적격자로 결정해야할지, 부적격자로 결정해야 할지, 적어도 지난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10년간 만들었던 공직자의 도덕 기준에 대해 현저하게 후퇴시킬 수 없는 것 아니냐는 생각을 갖고 있다"면서 "청문회를 진행한 후 내부 의원들의 의견과 국민 여론을 종합적으로 수렴해 최종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점차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 총리 내정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은 26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