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어, 도다리는 가고 과메기 시대가 열렸다.

    18일 제 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깜짝 '과메기 파티'를 열었다. 이경숙 위원장도 참석했다. "10년간 정가를 주름잡아온(?) 목포의 홍어에서 포항의 과메기로 정권교체가 이뤄진 셈"이라는 농담이 오갔다. 중반기로 접어든 인수위 활동 기간 동안 함께 지내온 수백여명의 취재진과 함께 그동안의 노고를 잠시 풀어보자는 의미. 인수위 대변인실에서 마련한 이날 자리는 포항 출신 노선희 부대변인이 주선했다는 후문이다.

    과메기는 갓 잡은 꽁치나 청어를 냉동과 해동을 거듭하며 절반 가량 말린 상태로 김, 미역, 다시마 등에 싸서 먹는 별미로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 고향인 포항의 특산물이다. 이날 제공된 과메기는 구룡포 덕장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꼬득꼬득'한 맛이 일품.

    정권이 바뀔 때마다 그 정권을 상징하는 음식이 부각돼왔다. 민주당을 상징하는 '남도'의 명물 홍어가 대표적. 지난해 11월 말 민주당은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이인제 후보와 당직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홍어의 귀향'이란 행사를 열고 대선을 앞두고 의지를 다졌으며, 2005년 2월 한화갑 의원이 민주당 대표로 취임하자 당시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축하선물로 홍어 두마리를 보낸 일화는 유명하다.

    홍어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고향인 목포와 결부돼 민주당의 역사와 같이 해왔다. 유종필 대변인은 과거 홍어와 돼지고기, 묵은 김치를 싸서 먹는 '3합'에 빗대 "지역통합, 국민통합, 남북통합의 3합이 민주당이 추구할 정치목표"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홍어가 민주당의 상징어족이란 것은 관습당헌"이라고도 했다.

    민주당이 중대한 결단의 순간이나 진퇴 위기를 맞을 때마다 김 전 대통령의 장남 김홍일 의원이 새정치국민회의시절부터 공수해온 홍어는 단합의 매개체로 사용됐다. 노무현 대통령의 탈당과 17대 총선에서 쓴맛을 보고 군소정당으로 몰락했던 민주당은 2005년 서울 마포에서 새 당사를 꾸리고 '홍어회 파티'를 열어 재기의 의지를 불살랐다. 급변하는 정치상황 속에 잠시 잊혀졌던 홍어가 1년여만에 민주당에 귀환한 사건이었다.

    노 정권이 들어서면서 민주당의 홍어와 함께 도다리가 떠올랐다. 2003년 노 정부 출범을 준비하던 인수위 회식자리에서는 목포 홍어와 함께 '부산 아나고(붕장어)'가 등장했다. 당시 대변인실에서는 "처음에는 홍어만 내놓으려고 했는데 노 당선자가 부산 출신이라 아나고회를 긴급 주문했다"고 말했었다. 그러나 민주당 후보로 당선된 현 정권의 행사에서 홍어는 아나고와 더불어 적잖이 사용됐다.

    '새로운 실세' 과메기의 등장은 이 당선자의 당선 직후 예고됐다. 구랍 19일 이 당선자의 승리가 확정된 순간 고향 포항에서는 박승호 포항시장이 참석한 가운데 '포항시민 화합잔치 한마당'이 열렸고, 지역은행인 대구은행이 협찬해 '과메기 시식회'를 개최해 밤늦게까지 축제를 벌였다. 또 이 당선자의 팬클럽 MB연대는 당선 선물로 포항에서 공수한 과메기를 전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