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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본회의가 소집돼 있는 14일, 본회의장이 한나라당에 의해 봉쇄당했다. 한나라당은 대통합민주신당의 'BBK 사건' 수사검사 탄핵소추안과 'BBK 특검법.국정조사'를 "온 몸으로 막겠다"며 전날부터 본회의장을 점거하고 정문은 물론 본회의장으로 들어가는 모든 출입구를 막았다.
소속 의원 총동원령이 떨어진 한나라당은 이날 오전 의원총회를 본회의장에서 열며 통합신당과의 '일전'에 대비했다. 이날 의총에 참석한 의원 110명은 본회의장으로 통하는 모든 문이 안에서 잠겨 속기사들이 다니는 통로를 이용해 본회의장에 들어왔다 또 출입문이 잠겼는지 재차 확인하는 등 철저히 통제했다. '장기전'에 대비한 듯 노트북이나 책을 갖고 들어와 '지루함'을 달래는 의원들도 눈에 띄었다. 한나라당은 탄핵소추안이 발의된 후 24시간~72시간 내에 무기명 투표를 실시하지 않으면 무효가 된다는 국회법에 따라 15일 오후 4시까지 점거 농성을 이어가기로 했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물리적 충돌을 막기 위해 본회의장을 봉쇄했다. (탄핵소추안을) 표결하면 결국 물리적 충돌이 일어나기 때문에 이를 막기 위해서라도 원천봉쇄 해야겠다고 해서 어제부터 농성을 시작했다"며 "우리가 하는 일이야 말로 법치주의를 수호하는 것이며 국민 주권이 훼손되고 왜곡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회가 개의되지 않아 본회의장 마이크를 쓸 수 없어 확성기까지 동원한 안 원내대표는 만약의 사태에 대비한 의원들의 동선까지 구체적으로 지시했다. 그는 "저쪽 당(통합신당)에서는 아마 물리적으로 의사당 기물을 파손하면서 들어올지 모르겠다"며 "그럴 경우 의장석과 그 부근만 싸고 있으면 결코 국회의장이 사회를 볼 수 없기 때문에 큰 충돌없이 대치상태로 끝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날 본회의는 임채정 국회의장이 건강 검진을 이유로 병원에 입원하면서 사회권을 이용희 부의장(통합신당)에게 넘겨 이 부의장의 사회로 열릴 예정이다.
안 원내대표는 "탄핵소추안은 내일 오후 4시까지가 법적 시한이다. 일치단결해서 내일 4시까지는 사수하겠다는 각오로 해달라"며 "식사도 전부 이 안(본회의장)에서 해결하면서 싸워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지긋지긋한 노무현 정권, 좌파 정권이 또 5년간 나라를 망치는 일이 없도록 막아야 한다. 국민적 요구를 수렴해서 시대적 사명을 완수할 수 있도록 힘을 합쳐줄 것을 부탁드린다"고도 했다.
심재철 원내수석부대표는 "상황을 봐서 알겠지만 (통합신당 의원들이 본회의장에) 들어올 가능성은 정문 유리창을 깨고 들어오는 경우와 밧줄을 타고 방청석에서 뛰어내리든지 하는 경우, (의장석) 양쪽 문을 통해 오는 경우가 있는데 양쪽 문은 차단돼 있다"며 "밧줄이나 사다리를 써도 (방청석을 통해 들어오는 것은) 그렇게 쉽지 않을 것이다. 정문 유리창을 깨고 들어오는 방법이 현실적인 방법으로 추정된다"고 예상한 뒤 "상황이 발생하면 모두 의장석 쪽으로 집결해 달라. 의장석만 잘 지켜주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통합신당과의 몸싸움에 대비한 '증거 확보'를 염두에 둔 듯 "카메라를 잘 만지는 분 있으면 말해 달라"고 부탁했다.
"BBK 특검과 검사탄핵소추는 대선불복 명분 쌓기"
한편 안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주요당직자 선거대책회의와 의총에서 통합신당의 'BBK특검법, 국정조사요구', 검사탄핵소추안의 부당성을 지적하며 비판을 쏟아냈다. 그는 "검찰 중립성, 독립성을 훼손하고 법치주의를 파괴하는 탄핵안 발의를 결코 허용할 수 없기 때문에 표결이 이뤄지지 못하게 몸으로 막아 법치주의를 수호하겠다"며 "통합신당은 불법 정치공세에 불과한 탄핵발의를 철회해라"고 말했다.
안 원내대표는 "통합신당은 특검법을 발의하고 의장에게 직권 상정해 달라고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며 "특검법 직권상정은 대선이 불과 6일 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대선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세계적인 웃음거리, 기네스북에 오를 감"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통합신당은 이명박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특검으로 이 후보 발목을 잡아 총선에서 입지를 유리하게 하려는 교활한 술책을 부리고 있다"며 "의장은 정략적인 특검법을 직권상정해서는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김경준 기획 입국설'로 맞불을 놓았다. 그는 김경준씨의 LA연방교도소 수감동료 지게타씨 증언, 김씨 아버지의 교회 간증, 국정원 개입설에 이어 '통합신당 개입' 의혹까지 제기하며 검찰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그는 "김경준과 함께 미국에서 수감됐다가 먼저 국내에 들어와 있는 모씨가 김경준한테 보낸 편지에서 '큰집과 어떤 약속을 했든 우리만 이용당하는 것'이라고 했다"며 "이 편지에서 지칭한 큰집이 어디를 뜻하는 지, 어떤 약속을 했는지 조속히 밝혀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통합신당 자문 변호사 이모씨와 정동영 후보 선대위 관계자는 10월 말쯤 '억울한 부분을 알고 있다. 법률적으로 도와주겠다'며 모씨와 접촉한 것으로 밝혀졌다"며 "1심 선고까지 무료 변론하고 언론에 공표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쓰고 자필 서명했다. 왜 무료변론을 자청하고 각서를 썼는지 조사해야 한다. '김경준 기획입국설'의 근거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전 구치소에 수감 중인 모씨를 즉각 수사하고 LA연방교도소의 김경준 접견부를 확보하면 진상이 밝혀질 것"이라며 "검찰은 권력의 눈치를 보지 말고 진상을 철저히 수사해서 김경준이 어떻게 송환됐는지 명명백백히 밝혀달라"고 말했다.
박형준 대변인은 논평에서 "통합신당은 대선불복 명분을 쌓으려 하고 있다. 대선 이후에도 특검과 탄핵소추로 정국 혼란을 조성해 총선에서 이익을 보려 하고 있다"며 "이런 총선 장난질에 대못질을 해야 한다. 망하는 세력은 끝까지 망할 짓만 한다. 역사 앞에 겸손하지 않으면 화가 더 큰 화를 부를 뿐이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