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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대통령 선거에서는 유권자들이 ‘회고(回顧)적 투표’보다는 ‘전망(展望)적 투표’를 하편 편이라고 말한다. 대선은 ‘과거’보다는 ‘미래’를 중시해야 한다는 뜻으로서, 원론적으로는 그럴 듯한 말이다. 그러나 이 말이 실패한 집권 세력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으로 이용되어서는 곤란하다.
주지하듯이 현대 민주 정치는 곧 대의 정치요, 대의 정치는 곧 정당 정치이다. 그리고 정당 정치는 곧 책임 정치이다. 대통령 선거에서는 대통령 후보 개개인의 자질과 소속 정당의 정책을 따지는 일도 중요하지만, 집권 세력에 대한 평가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잘 했으면 재집권의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정권 교체가 이루어지는 것이 순리이다.
그러나 이 당연한 원칙이 정당 정치가 취약한 한국에서는 잘 적용되지 않는다. 우선 ‘거품 정당’이 많은 데다 대다수 정당들의 정책 활동이 미약하기 때문에 유권자들이 정당에 대하여 관심을 적게 가지는 편이다. 정당 요인을 감안하더라도 대다수 유권자들은 지역 구도에 민감하다. 대체로 후보 요인을 더 중시한다.
게다가 정치 세력 간의 무원칙한 이합집산이 다반사로 이루어지고 있어 책임 정치가 실종되고, 오로지 세력 키우기 등 정치공학만 판을 치고 있다. 나아가 네거티브 캠페인이 기승을 부리고, 언론과 여론이 여기에 따라가는 경향이라 정권에 대한 평가는 더욱 어려워진다.
2007년 대통령 선거는 어떠한가? 역사상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의 흑색선전이 주를 이루고 있으며, 출마자들이 난립하고 있다. 한국 정당 정치의 취약성과 선거 문화의 후진성을 잘 말해주고 있다. 특히 원내 제1당이자 집권 여당을 이리 쪼개고 저리 붙이는 등의 난리법석을 떨었지만, 끝내 ‘도로 열린우리당’으로 전락해버린 통합신당은 정당 정치를 뒤흔드는 주범이다.
또한 자신을 대통령 후보와 총재로 만들어준 한나라당을 배신하고 보수 진영을 분열시키는 데 앞장서고 있는 이회창 후보 역시 정당 정치의 일탈자이다. 이런저런 변명을 늘어놓고 있지만, 이회창 후보의 출마는 불법과 반칙의 산물이다. 배신자요, 기회주의자요, 분열주의자에 다름 아니다. 국가 정체성을 세우기 이전에 자신부터 먼저 세워야 할 이회창 후보이다.
무엇보다도 한나라당 경선이 끝난 8월 20일 이후 석 달이 넘게 이명박 후보에 대한 흑색선전에 열중하고 있는 통합신당의 행태는 참으로 가관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검찰 등 사법당국에 맡겨놓은 채 비전과 정책을 놓고 승부를 겨루지 않고, 오로지 ‘아니면 말고 식’의 한방에 기대는 사람들이 국정을 맡을 자격이 있는가! 이런 식으로 10년을 망쳤으면 대오각성해야 함에도 과거보다 더 극심한 흑색선전을 하고 있는 것을 보면 이들은 원초적으로 ‘부정(不正)의 DNA’를 가진 사람들이 아닌가 싶다.
곧 검찰에 의하여 ‘김경준 사기사건’의 전모가 낱낱이 밝혀질 것이다. 그리고 김경준의 조기 귀국을 통하여 대선에서 득을 보려던 통합신당의 기도는 무산되고, 통합신당과 김경준의 커넥션 또한 규명되기를 기대한다. ‘가짜 인생’ 김경준이 위조한 ‘가짜 문건’을 흔들어대던 통합신당 국회의원들의 ‘원맨쇼’도,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벌인 ‘김경준 가족 사기단’의 ‘눈물 쇼’도 끝장날 것이다.
이번 대통령 선거는 국정 실패 세력에 대한 준엄한 심판의 기회여야 한다. 그렇지 않고 만에 하나 ‘제2의 김대업 사기극’을 통하여 정권을 연장하게 된다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비전과 정책 경쟁은 실종되고, 흑색선전만이 지배할 것이다. ‘제2,3의 김대업·김경준’이 대선 판도를 결정짓는 주역이 될 것이다. 이번에 쐐기를 박아야 한다.
세계화와 지식·정보화라는 새로운 시대 물결 속에서 다른 분야들은 창조성과 역동성을 향하여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데, 유독 정치만은 제자리걸음 정도가 아니라 뒷걸음을 치고 있는 형국이다. 창조성이 아닌 부정성이, 역동성이 아닌 유동성만 넘쳐나는 한국 정치의 현주소이다. 그래서 이명박 후보가 경제를 살리는 일보다는 비정상적이고 퇴행적인 ‘야바위 정치’ ‘보따리 정치’를 청산하는 일에 더 큰 기대감을 가진 국민들도 많다.
이번 대선이 경세제민에는 관심이 없고 오로지 권력투쟁에만 골몰하는 후진적인 정치인과 정치 세력들을 거대한 역사의 격랑 속으로 떠내려 보내는 전환점이 되었으면 한다. 그래서 명실상부한 선진화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기를 바란다.
<객원 칼럼니스트의 칼럼은 뉴데일리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