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신의 성향을 '중도'라고 선언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발언 배경에 정치권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박 전 대표의 중도선언이 '보수 일변도'의 이미지를 희석시키고, 기존 보수층 지지기반에 더해 중도성향까지 지지층을 넓히겠다는 전략이 깔려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박 전 대표 진영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않으며 국익에 우선해왔다는 점을 밝힌 것'이라며 전략적인 발언으로 해석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유승민 의원은 "박 전 대표 발언의 본뜻은 보수다, 진보다를 얘기할 때 (사안별로) 하나하나를 따져보자는 것"이라며 "국가에 필요하고 가야할 길을 선택하는데 보수, 진보라는 잣대를 들이대 나누는 것은 잘못이라는 의미"라고 풀이했다. 그는 "예를 들어 국가보안법 폐지를 반대하면 보수고, 찬성한다고 해서 진보가 아니지않느냐"며 "모든 사안에 지나치게 이념적으로만 보는 것이 오히려 색깔론아니냐"고 반문했다.

    지지기반을 넓히려는 의도가 깔려있지않느냐는 일부 시각에 대해 유 의원은 "박 전 대표의 진의가 보수냐 진보냐에 대한 관념적인 뜻은 아니지만, 정치적으로 볼 때 그렇게 해석될 수도 있겠다"고 말했다.

    당내 경선준비기구인 '2007국민승리위원회'에 박 전 대표측 대리인으로 참여하고 있는 김재원 의원은 "박 전 대표는 줄곧 (당론이나 정책결정과정에서) 중도적인 선택을 해왔지만, 보수로만 낙인돼왔다"면서 "스스로 중도라고 한 것은 편협하게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다는 뜻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보수와 진보를 따질 때 척도로 보는 북한문제나 시장개방문제, 소득과 분배문제에 있어서 박 전 대표는 굉장히 진보적인 색채도 갖고 있다"며 "어느 후보보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원칙에 대해 확고한 신념과 소신을 밝혀온 것이 '보수'로만 각인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금 물어봐도 박 전 대표는 똑같이 (중도라고) 대답할 것"이라며 "(지지율 제고를 위한다는) 전략적 의미는 없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측 이정현 공보특보는 "중도, 보수, 진보라는 이념적 구분을 말한 것이 아니다"며 "전략적 측면에서 보는 것은 잘못"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정책을 결정할 때 국가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국가에 어떤 것이 도움이 되는지, 국민의 편안을 지키는지가 문제라는 입장을 밝힌 것"라며 "국보법, 대북지원문제, 남북정상회담문제 등에 있어서 뭐가 진보고 보수라며 나눌 문제가 아니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박 전 대표의 발언이 보수에서 좀더 가운데로 이동하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느냐는 물음에 이 특보는 "박 전 대표는 당연히 보수"라며 "털끝만큼도 (이동은) 없다"고 이념성향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앞서 박 전 대표는 5일 전남 여수를 방문한 자리에서 정체성과 관련한 질문을 받고 "내가 중도"라며 "2년 3개월 동안 대표로 있으면서 당을 대신해 당의 입장을 대변했다. 이렇게 내가 걸어온 노선이 중도"라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또 "그동안 당의 총의를 모아 헌법적 가치와 국익의 관점에서 정책과 노선을 결정해왔으며, 어느 한쪽에 치우친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