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8월 '한반도 대운하' 탐사와 산업비전 탐사를 위해 부산 경남(PK)지역을 다닌 이후 석달여만에 다시 찾아 이틀간 지역 공략을 마친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표정이 밝다. 한껏 자신감과 여유를 나타내기도 했다. 당내 대권경쟁자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우세를 지키는 지역에서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다는 게 자체평가다.

    27일 부산 국제신문사에서 예비유권자들을 대상으로 한 특강을 시작으로 이 전 시장은 같은 날 오후 창원에서 자신의 지지모임인 '경남포럼' 창립식 참석, 다음날에는 마산으로 이동해 마산시의회 마산상공회의소 초청강연, 그리고 진주에서 진주산업대 특강 등 빡빡한 일정을 소화했다. 또 한국국제회계학회가 선정한 2006년 최고경영자상도 이날 수상했다. 진주산업대에서는 이 지역 출신 한나라당 최구식 김재경 의원이 서울에서 내려와 행사에 참석했다. 김 의원은 고속도로 톨게이트 입구까지 나와 이 전 시장을 맞았다.

    일부 언론에서 '유쾌한 명박씨'로도 소개됐던 이 전 시장은 마산시의회 조찬 강연에 앞서 기자들을 찾아 일일이 "여기서는 (정치적인) 얘기 안할꺼야"라며 농을 건내기도 했다. 강연회 이후에도 "얘기꺼리 안될텐데"라며 한마디 던졌다. 이 전 시장은 이 자리에서 "마구 신도시를 짓는다면 5년, 10년 뒤 부작용이 클 것"이라며 정부의 부동산대책을 질타했다.

    부인 김윤옥 여사의 고향인 진주에서는 진주산업대 학생들로부터 연예인대접(?)을 받았다. 비명에 가까운 함성과 계속 이어진 사진찍기, 사인공세에 시간을 뺏겨 오후 서울일정을 부득이 취소하기도 했다. 감기가 걸린 이 전 시장이 강연 도중 목이 잠겨 물을 마실 때도 학생들은 박수로 흐름을 이어갔으며, 이 전 시장은 2층에 앉은 학생들을 향해서도 손을 흔들고 눈을 맞추는 성의로 답했다.

    부산 경남 일정을 마친 후 이 전 시장측 핵심관계자는 "(박 전 대표에 비해) 부산은 아직 열세며, 경남은 그보다는 조금 나은 상황이다. 지난주 박 전 대표의 지지모임인 '포럼 부산비전' 창립대회를 보더라도 분위기가 예전같지는 않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전통적'으로 박 전 대표의 우위가 나타났던 이 지역의 여론이 움직이고 있다는 판단이다.

    이 전 시장에 대한 PK지역의 인지도 역시 예전과 달라졌다고 한다. 그는 "한 두달 전만 해도 여론조사를 해보면 이 전 시장이 영남출신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들은 8%정도 수준이었다"고 밝혔다. PK지역의 이런 인지도 상승이 지지율로 연결됐다는 설명이다.

    지난 5월 지방선거에서 '친박' '반박'으로 나뉘며 과열됐던 부산시장 후보경선 당시와는 세 분포가 확연히 달라졌다는 분석이다. 박 전 대표의 지난 21일 첫 지역지지모임인 '포럼 부산비전' 창립대회에서는 대대적인 세몰이가 예상됐던 것과 달리 현역의원은 서병수 부산시당위원장, 김무성 김병호 허태열 엄호성 김정훈 의원 등 6명이 참석하는데 그쳤기 때문이다. '줄서기'논란에 휘말렸던 허남식 부산시장은 잠시 얼굴을 비쳤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