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특별시장과 원내대표를 놓고 저울질하던 한나라당 이재오 의원이 6일 결국 원내대표 출마를 선택했다. 이로써 한나라당 원내대표 경선은 '김무성 대 이재오' 양강 구도가 됐다.

    서울시장 선거를 위해 캠프까지 가동해 온 이 의원이 원내대표로 급선회한 것은 당내 비주류와 소장파 사이에 암묵적으로 형성된 ‘반(反) 김무성 연대’가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김무성 전 사무총장에 대한 대항마로 이 의원을 낙점, 꾸준한 설득작업을 펼친 결과인 것이다.

    당 혁신안 처리 과정에서 김 전 총장과의 극한 대립으로 앙금이 남아 있는 비주류․소장파들은 김 전 총장이 박 대표의 몇 안 되는 최측근 중의 한 명으로 그가 원내대표가 될 경우 박 대표의 강경일로 사학법 장외투쟁에 또 기름을 붓는 격이 될 것이라고 보고 경계하고 있다.

    여기에 이미 원내대표 출마를 선언한 '친박근혜계'인 김 전 총장과 '친이명박계'로 분류되는 이 의원이 맞붙게 되면서 한나라당 원내대표 경선은 ‘박근혜vs이명박’의 대리전으로 차기 대권 경쟁의 전초전 양상까지 띠게 됐다. 따라서 12일 치러지는 원내대표 경선 결과에 따라 당내 차기 대권 예비주자들의 향후 대권 행보의 향배뿐만 아니라 사학법으로 막혀 있는 정국 움직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반박(反朴) 이미지’ 불식위해 “박대표가 원하는 인사 정책위의장에 임명하겠다”

    이 의원은 이날 국회 기자회견을 통해 “노무현 정권의 불법무도한 전횡을 견제하고 한나라당이 더욱 단합된 힘으로 대여투쟁을 올바르게 해서 나라와 당을 안정시켜 달라는 대부분 의원들의 요구를 겸허히 받아들이기로 했다”며 원내대표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이 의원은 “원내대표 선출을 통해 대화와 토론의 문화를 수준 높게 창출해 박 대표를 중심으로 나라와 당의 안정에 큰 일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지도부를 도와 당의 작은 차이를 극복하고 효과적이고 생산적인 대여 투쟁을 이끌어내는 한편, 여당과 끈기 있게 협상해 국민들에게 당의 신뢰를 드높이는데 기여하고자 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 의원은 특히 원내대표와 동반선출하게 돼 있는 정책위의장에는 “박 대표가 추천하는 사람을 무조건 받아들이겠다”며 “그 뜻을 이미 박 대표 측에 전달한 바 있고 경선등록일(9일)까지 기다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박 대표는 “대표는 중립을 지켜야 하는 자리”라고 사양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 의원은 “꼭 박 대표가 아니더라도 대표의 뜻을 담을 수 있는 사람을 주변에서 추천하면 받겠다”고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이는 비주류와 소장파들의 측면지원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강한 반박(反朴) 이미지가 원내대표 경선 뿐 아니라 당선 이후 당을 운영하는 데 있어서도 운신의 폭을 좁힐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그는 “나의 출마가 당에 다른 의미(박근혜vs이명박 대리전)로 해석되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에 원내대표 이외의 다른 직을 선출할 수 있는 권한을 당에 반납하겠다는 것”이라며 “오직 국민들 속에 당을 우뚝 세우고 박 대표의 지도력을 도와 안정적으로 당의 모든 의견을 수렴해 한나라당의 외연을 넓히면서 굳건한 당을 건설하는 데 작은 힘이나마 보태겠다”고 강조했다.

    당선위해 소장파 도움 필요한 이재오 “여당과 끈질긴 협상으로 물꼬 트겠다”

    이 의원의 원내대표 출마 결심을 적극 이끌어낸 발전연측은 “이미 표계산이 다 끝났다”며 이 의원의 당선에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지만 아직 당내 소장파의 표를 확실히 확보하지는 못한 상태이다. 서울시장 경선까지 포기하고 출마한 것인 만큼 이 의원의 정치생명을 위해서라도 원내대표에 꼭 당선돼야 하지만 비주류측의 지원만으로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당내 소장파들의 측면지원이 절실한 상황. 이를 위해 이 의원은 사학법 장외투쟁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내고 있는 소장파를 고려, “여당과 끈질긴 대화와 협상을 통해 여당 스스로 사학법의 물꼬를 틀 수 있도록 하겠다”며 장외투쟁 방법의 변화를 시사했다.

    이 의원은 “현재까지는 당의 기존 사학법 투쟁 노선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여당의 변수가 없는 한 야당 스스로 설정해 놓은 투쟁 방식을 재고하기에는 명분이 없다”며 “설정한 투쟁 방식을 변화시킬 만한 객관적인 조건이 이뤄지도록 여당과 끈질긴 대화와 협상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당내 소장파 의원 20여명이 소속된 ‘새정치수요모임(수요모임)’측은 “원론적인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일단 이 의원을 만나 입장을 들어보는 것이 우선”이라며 긍정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수요모임 소속 한 의원은 “직접 만나서 이 의원의 입장을 들어봐야겠지만 원내대표라는 자리는 등원할 명분을 만들 수 있는 자리”라며 “이 의원이 여당과 끈기 있게 협상하겠다고 한 만큼 등원 명분이 만들어질 가능성이 있는 것 아니냐”고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수요모임은 원내대표 경선 하루 전인 11일 모여 입장정리를 할 방침이다.

    ‘사학법을 둘러싼 정국 경색을 풀 실마리’ ‘당내 서울시장 경선의 새로운 변수’ ‘2007년 대선을 향한 대권주자들의 전초전’ 등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는 한나라당 원내대표 경선, 그 결전의 날이 다가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