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무현 정권이 하려는 일에 내가 방해된다면 나를 이 정권이 끝날 때까지 구속하라”

    사립학교법 무효화를 위해 거리로 나선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27일 대구집회에서 서슬 퍼런 기세를 드러내며 이같이 말했다. 박 대표는 또한 “(사학법 무효투쟁에) 모든 것을 던지겠다”며 의원직 사퇴까지 시사, 강력한 투쟁의지를 재확인했다.

    장외집회가 진행될수록 강경해지는 박 대표의 사학법 무효투쟁 의지는 최근 당내에서 대두되고 있는 ‘병행투쟁론’ ‘등원론’ 등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박 대표가 자신의 모든 것을 사학법 투쟁에 걸겠다는 의지를 이번 대구집회를 통해 분명히 함으로써 28일 의원총회에서 등원론이 힘을 얻기는 힘들 것으로 관측된다.

    사학법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한 27일 오후 한나라당은 정치적 고향으로 여겨지는 대구에서 ‘사학법무효촉구 범국민대회’를 강행하며 투쟁의지를 다졌다. 이날 집회에는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1만여명의 대구시민들과 30여명의 한나라당 의원들이 참석해 ‘사학법 무효’를 외쳤다. 


    “이런 정권을 놔두겠느냐” “전교조에 고발당한 것 영광이다”

    특히 박 대표는 이날 “내가 방해가 된다면 나를 구속하라” “전교조가 하는 것을 막지 못한다면 그것이 무슨 야당이고 야당대표냐”는 등 강경 발언을 쏟아내며 “온 국민이 들고 일어나야 한다” “이런 정권을 놔두겠느냐” 고 말하며 ‘노무현 정권 심판론’까지 꺼내들었다. 사학법 무효투쟁 전선을 노무현 정권 퇴진 운동으로까지 확대시킬 기세다.

    빨간 목폴라 티셔츠에 갈색코트, 목도리까지 단단히 두른 채 단상에 오른 박 대표는 단호한 목소리로 연단을 강하게 주먹으로 치며 “노 정권이 하고자 하는 일에 내가 방해가 된다면 나를 정권이 끝날 때까지 구속하라”고 목청을 높였다.

    박 대표는 “얼마 전 나는 전교조에 의해 검찰에 고발당했다. 전교조가 아이들에게 잘못된 교육을 하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에 고발당한 것을 영광으로 생각한다”며 “나도 전교조를 국민들에게 고발하겠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전교조의 주장이 곧 법이 되는 것을 보면 노 정권이 전교조의 하수인이냐, 아니면 전교조가 노 정권의 하수인이냐”며 “나라를 지키고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그냥 보고 있지만은 않겠다”고 비판했다.

    “단독국회 열겠다고 큰소리치는데 진짜 하는지 두고 보자”

    박 대표는 또 열린우리당의 단독국회 운영 ‘엄포’에 대해 “사학법 날치기 할 때는 문 잠그고 한나라당 의원들을 들어오지도 못하게 하더니 이제는 (한나라당이) 필요하다고 한다”며 “단독국회 열겠다고 큰소리치는데 어디 진짜 하는지 두고 보자”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사학법 날치기 때처럼 단독으로 하려면 하라”며 “그러나 그 결과에 대해서는 여당이 책임져야 한다”고 강하게 경고했다.

    박 대표는 “사학법이 끝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거부권을 행사해 달라는 국민의 요구를 노 대통령이 끝내 정면으로 거부한 것이다”며 “이제는 국민들이 이 정권을 거부할 일만 남았다”고 개탄했다. 박 대표는 “노 정권이 이번 사학법 통과로 잠시 웃을지도 모르지만 반드시 역사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며 “한나라당은 정부․여당이 국민 앞에 무릎을 꿇고 사과하도록 뜻이 관철될 때까지 투쟁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지켜야 한다. 이 정권이 나라를 망치는 것을 두고 볼 수만은 없다”며 “모든 것을 던지겠다”고 비장함을 드러냈다. 이를 지켜보던 한 당직자는 “박 대표가 의원직 사퇴까지 염두에 두고 사학법 무효투쟁에 임하는 것 아니냐”고 말하기도 했다. 그만큼 이날 박 대표의 연설은 그 어느 때보다 단호했고 정부·여당에 대한 비판의 수위도 한층 높았다.

    박 대표가 연신 “불 같이 일어나서 위대한 힘을 보여주자” “사학법은 시작에 불과하다”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 “온 국민이 들고 일어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자 집회에 참석한 대구 시민들은 “박근혜”를 연호하며 “대구시민은 살아있다”고 동참 의지를 나타냈다.

    박 대표는 사학법에 대한 문제점도 조목조목 지적하며 이를 통과시킨 정부․여당을 비판했다. 그는 “사학법 날치기 통과 후 정부는 수많은 거짓말로 국민을 속였다”며 “이제 그 거짓과 음모가 밝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여당이 한 거짓말로 ▲사학법=비리사학척결 ▲민생현안의 중요성 강조 ▲사학법 관련 여론조사 조작 등을 꼽았다. 그는 “사학법이 사학 비리를 척결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지만 날치기 사학법은 10년전부터 전교조가 주장해 왔던 것”이라며 “그런 법안을 다른 민생법안 다 제쳐두고 날치기 처리했다”고 비난했다.

    “노무현 정권은 거짓말·조작·파괴정권” 맹비난

    그는 이어 “열린당은 그것도 모자라 중고등학교 학생회를 법적기구로 만들어 전교조 전위부대로 삼는 법을 만들었고 국가인권위원회는 교사의 정치활동을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며 “전교조가 학교를 장악하려는 의도가 그대로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나라당이 비리사학을 편든다고 하는데 한나라당안이 비리사학에 대해서는 더 단호하다”며 “(한나라당의 사학법을) 한 번도 읽어보지 않고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열린당은 민생이 중요한 시점에 한나라당의 장외투쟁으로 민생법안을 처리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나라당에게 뒤집어씌우기를 하고 있다”며 “민생법안을 처리한 후 사학법을 날치기했으면 될 거 아니었느냐”고 반격했다. 그는 “여당이 사학법 관련 여론조사를 조작했다는 것이 한나라당 의원들에 의해 밝혀졌다. 놀라울 뿐이다”며 “이 정권은 사학법 날치기 통과 후 거짓말만 하면서 여기까지 왔다. 거짓말·조작·파괴정권이다”고 일갈했다.

    박 대표는 “이 정권에 대해서는 기대할 것이 없다”며 “계획적으로 국가정체성을 흔들고 파괴하고 있다”고 비판의 칼날을 노무현 정부로 돌렸다. 그는 “노무현 정권은 사회를 양극단으로 나눠 분열시키고 역사를 부정하고 있으며 비판 언론을 죽이는 데 혈안이 돼 있다”며 “간첩을 민주화 인사로 둔갑시키고 적화통일을 옹호한 사람을 두둔하더니 이제는 교육마저 정권 연장의 도구로 사용하려 한다”고 맹비난했다.

    쏟아지는 박 대표의 강경발언에 참석한 한나라당 의원들의 표정에도 남다른 결의가 느껴지며 비장함이 엿보이기도 했다.

    강재섭 “시행령은 상수원에 독약 뿌려 놓고 수도꼭지에 정수기 달겠다는 것”

    강재섭 원내대표도 이날 규탄사를 통해 “여당이 민생을 팽개치고 쓸데없는 법을 만들어 국회를 파행시켰다”며 “사학법은 비리척결이라는 이름으로 모든 사학을 국유화하고 청와대 코드화 하려는 기도로 원천봉쇄해야 한다”고 강력 비판했다.

    강 원내대표는 “남의 의견은 무시하고 자기들 멋대로 하는 집단은 혼내줘야 한다”며 “2월 국회에서 사학법을 고치겠다고 약속하지 않는다면 후퇴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시행령으로 고치겠다는 것은 상수원에 독약을 뿌려 놓고 집의 수도꼭지에 정수기 달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정부․여당의 형편없는 시각을 고쳐야 한다”고 일갈하기도 했다.

    그는 “전교조가 학교를 이념 교육의 장으로 만든다면 아이들이 무엇을 배우겠느냐”며 “야당을 제쳐 놓고 멋대로 아무 법이나 만드는 여당에게 그런 짓 못하도록 확실히 보여주겠다”고 강조했다.

    이규택 “사학법 날치기는 민주주의 말살한 반쿠데타”

    당내 ‘사학법 무효투쟁 및 우리아이지키기 운동본부’ 본부장인 이규택 최고위원은 “야당 의원들이 본회의장에 들어가려 할 때 정체불명의 괴한이 부수고 때리면서 자기들끼리 날치기 했다”며 “이는 대한민국 의회 민주주의를 말살한 반쿠데타”라고 맹비난했다.

    이 최고위원은 ”얼마전 열린당 정세균 의장은 당정청 워크숍에서 수구우파가 집권하면 역사가 후퇴하는 재앙이 온다며 정권을 10년 더 잡겠다고 막말을 했다“며 ”사학법을 통과시킨 것은 사학비리 척결을 위한 것이 아닌 정권 연장을 하기 위한 음모“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4대 악법(국보법폐지안, 신문법, 과거사정리법, 사학법)은 열린당의 2007년 대선 승리를 위한 것”이라며 “신문법으로 비판 언론을 죽이고 날치기 사학법으로 미래 세대를 이념교육화해 10년 집권을 공언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나머지 한 가지 목표는 국보법 폐지다. 이를 막기 위해 싸우자”고 덧붙였다.

    대구시당위원장인 안택수 의원은 “한나라당은 사학의 비리와 부정을 변호하기 위해 이 자리에 모인 것이 아니다”며 “전교조가 학교에서 정치 이념 교육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문을 열어주는 사학법을 반대하기 위해 모였다”고 강조했다.

    그는 “노 대통령은 집권 초기 지배세력을 교체해 세상을 바꾸겠다고 했다”며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이 4개법이다. 6․25전쟁 때 낙동강 전투로 대한민국을 사수한 긍지와 자부심으로 사학법 무효 투쟁에 정면으로 나서자”고 독려했다. 그는 “사학법 위헌 소송을 한다고 해도 현재 헌법재판소가 노 대통령과 코드가 맞는 사람들이 과반수이기에 제대로 판결할 지 걱정스럽다”며 “대구를 시작으로 전 국민이 일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경북도당위원장인 권오을 의원도 “한나라당 최고위원회에 열린당 인사가 참여해 감 놔라 배 놔라 해서야 되겠느냐. 또 청와대 국무회의에 한나라당 인사가 들어가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개방형이사제가 그런 것이다. 아버지가 사장이라고 아들 손자는 사장하면 안 된다는 것은 공산주의 체제에나 있을 법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대구집회 이모저모

    ○...한나라당은 4번째 대규모 장외투쟁 지역으로 대구를 선택했다. 대구에서 가장 번화한 동성로 거리에는 집회예정시각보다 한 시간 빠른 3시부터 시민들이 삼삼오오 손에손에 태극기와 피켓 등을 들고 모여들기 시작해 4시 본 집회에는 1만여명의 대구시민들이 모여 성황을 이뤘다. 

    그러나 협소한 공간에 너무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모이다 보니 시민들이 통행하는데 불편을 겪어 여기저기서 작은 소란이 일기도 했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은 노무현 정권에 대한 불신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면서도 정부․여당을 제대로 견제하지 못한 한나라당에도 쓴소리를 했다.

    시민 김광득(66)씨는 “사학법이 시행되면 학생들에 대한 전교조의 이념교육으로 국가정체성이 흔들리게 된다”며 “적화혁명을 시도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서영철(74)씨는 “도대체 한나라당 의원들은 나라가 이 모양인데 뭐하고 있는 것이냐”며 “전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개탄했다.

    ○...대구는 역시 한나라당의 정치 본거지였다. 번화가 한복판을 차지하고 집회를 열고 있는 한나라당에 대해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올 법도 한데 주변 상가 주민들은 한나라당의 집회에 적극적으로 호응하는 모습을 보여 “역시 대구”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박 대표의 대중적 인기도 여전했다. 박 대표가 집회 장소에 등장하자 사람들은 연신 ‘박근혜’를 연호했으며 카메라폰으로 박 대표를 찍기 위해 열성인 사람들로 박 대표 주변이 소란스럽기도 했다.

    집회가 마무리되면서 박 대표가 이동하자 시민들이 그 뒤를 구름같이 따라가는 풍경이 연출됐으며 사람에 가려 박 대표의 얼굴을 보지 못한 시민은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며 안타까워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