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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전작권 회수 가능성을 시사했다. 전날 문정인 외교안보특보가 한미동맹 파기 가능성을 언급한 데 이어 또다시 나온 폭탄 발언에 외교·안보를 둘러싼 정치권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오전 건군 69주년 국군의날 기념사를 통해 "우리가 전시작전권을 가져야 북한이 우리를 더 두려워한다"며 정부는 전시작전통제권 조기 환수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독자적 방위력을 기반으로 한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는 궁극적으로 우리 군의 체질과 능력을 비약적으로 발전시킬 것"이라며 "우리 군이 그럴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믿는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우리 군의 새로운 출발과 사명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며 ▲국방개혁 ▲북한 핵 미사일 위협에 대한 대응능력 확보 ▲애국심과 사기 충전 ▲방산비리 차단을 함께 주문했다.
문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 문정인 외교안보특보의 발언과 결이 비슷하다. 앞서 문정인 청와대 외교안보특보는 지난 27일 동아시아미래재단 창립 11주년을 기념해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한반도 위기,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토론회에 참석, 잇단 폭탄발언을 꺼냈다. 문 특보는 "한미 동맹이 깨져도 전쟁은 안 된다"며 "동맹하는 목적이 전쟁하지 말라는 것인데 동맹이 전쟁하는 기제가 된다면 찬성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북한을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해야 한다"며 "북한과 조건없이 대화해야 한다"고도 했다.
문 특보의 폭탄발언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한미동맹의 의미를 망각한 발언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1950년 6월 25일 북한의 남침으로 시작된 지난 전쟁에서 미국은 대한민국의 평화를 위해 군을 투입, 3만 명 이상의 장병이 목숨을 잃었다. 대한민국의 평화를 위해 기꺼이 희생한 적 있는 미국을 되레 전쟁의 원인으로 본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바른정당 이준석 당협위원장은 이를 두고 "한미동맹 깨져도 전쟁이 안되는게 아니라, 한미동맹이 깨지면 전쟁을 막을 수단이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6.25가 일어난 이유는, 바로 김일성이 미국과 유엔군의 참전 가능성에 대해 오판했기 때문"이라며 "미국이 언제든 북한을 궤멸시킬 의지가 있다고 생각하는 한, 북한은 절대로 군사적 도발을 택하지 못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이날 문재인 대통령이 또다시 고강도 발언을 꺼낸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문정인 외교안보특보가 일종의 교감이 있음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 역시 이점에 착안 "대통령의 뜻이 아니고서야 자신있게 그런 말을 할 수가 없지 않느냐"며 "국방부장관도 무릎을 꿇리는 실력자이니 대통령과 교감없이 함부로 그런 말은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렇게본다면 문재인 정부의 다음 수순에도 우려가 나온다. 한미 동맹 파기와 전작권 환수가 이뤄진다면 향후 주한 미군이 철수하는 사태가 일어날 확률도 높아져서다.
주호영 당대표 권한대행은 대통령-4당대표 영수회담에서 "그간 북한이 감히 미국을 공격하지 못한다고 봐왔는데 핵과 ICBM이 완성 단계에 들어가면서 괌이나 미국 본토를 공격 가능한 상황이 된다"며 "미국이 본토 공격을 당하는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대한민국을 지켜줄 것이냐 하는, 소위 게임체인저가 되고 공백이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북한이 미국에 대한 공격을 감행할 수 있는 능력이 확인된다면 미국이 한반도에서 손을 빼, 북핵 문제가 미·북 간 관계가 아닌 남·북관계로 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민의당 등에서도 한미공조에 대한 우려가 잇따르자, 문재인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여 국제사회 및 한미간 공조를 강조한 대통령-4당 여야대표 합의문을 작성했다.
이 합의문에서는 "유엔의 대북제재 결의를 철저히 이행하며 한미동맹을 강화하고 확장 억제의 실행력 제고를 포함한 대북 억지력 강화를 위해 노력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문정인 특보의 폭탄발언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대표적 사례가 지난 6월 19일 청와대로부터 엄중 경고를 받은 사건이다.
문정인 특보는 지난 6월 16일 한국 동아시아재단과 미국 우드로윌슨센터가 워싱턴DC에서 주최한 세미나에서 "북한이 핵·미사일 활동을 중단하면 미국의 한반도 전략자산과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축소할 수 있다"는 발언으로 파장을 일으켰다.
이에 청와대가 제재를 가한 것이지만, 문 특보는 당시 귀국 직후 "학술회의에 가서 학자로서 얘기했을 뿐이다. 왜 이게 큰 문제가 되느냐"며 적반하장식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때문에 야권에서는 그간 꾸준히 '청와대가 외교안보라인을 쇄신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해왔다. 실제 국회 내 캐스팅보트로 민주당에 협조적인 편인 국민의당조차 영수회담을 앞두고는 '외교 안보라인 교체'를 의제로 검토할 정도였다.
그러나 청와대는 수차례의 지적에도 문정인 특보를 감싸는 모습을 보이는 상황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일단 대통령께서는 북핵 미사일 위기와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한·미 동맹을 굳건히 유지하고, 전세계적인 대북압박 공조 유지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한반도의 평화적 방법의 해결이라는 그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며 "충실히 보좌하는 외교안보라인에 대한 신뢰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문 특보의 발언에 대한 입장을 묻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문 특보의 개인적 발언"이라"며 별로 할 말이 없다. 청와대가 나서서 더 이상 언급하지 않겠다"고 잘라 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