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광장서 천안함 4주기 추모 문화제, 시민 100여명 참석군악대, 샌드아트, 관현악 4중주, 추모영상 등 볼거리 풍성김황식, 정몽준, 심재철, 조전혁 등 추모사 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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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젊은이들의 시계는 멈추었습니다.
    영원히 스무 살 늙지 않는 청춘으로 남았습니다. 
    차디찬 물 속에 갇힌 젊은 영혼을 구하려 
    스스로 그곳에서 죽음을 택한 한주호 준위의 시계도 멈추었습니다"

      - '그들의 나팔소리' 천안함 4주기 추모시

    추위가 가시지 않은 26일 오후 7시, 청계 광장에는 작지만 의미있는 행사가 열렸다. <자유통일포럼>이 주관하는 <천안함 4주기 추모 문화제>다.

    2010년 3월26일 21시 22분쯤, 서해 백령도 해상에서 경계임무를 수행 중이던 해군 2함대 소속 천안함이 북한 잠수정의 기습 어뢰 공격으로 침몰한 사건을 기리기 위해서다.

    사건 당시에는 대한민국이 '음모론'에 뒤덮였다. 1년이 지나고 2년이 지나면서 사그라드는가 싶더니 지난해에는 천안함 침몰원인을 '좌초니? 좌초 후 잠수함 충돌이니?'하는 내용의 '천안함 프로젝트'란 영화가 나오기도 했다.

    4년이란 시간이 흐르자 시민들의 관심은 무심해졌다. 이날 추모 문화제가 열린 작은 광장도 빈 자리가 반을 넘어설 정도였다.

    다만, 100여명의 애국시민들과 탈북민들은 자리를 끝까지 지켰다. 지나가던 시민들은 가던 길을 멈추고 행사를 지켜보기도 했다.

    문화제에는 탈북민들과 새누리당 심재철 의원, 조전혁 명지대 교수와 정미홍 서울시장 후보 등 애국인사들도 자리를 빛냈다.

  • ▲ 26일 오후 청계광장에서 '천안함 4주기 추모 문화제'가 열렸다. 이날 천안함 관련 영상을 본 시민들은 눈시울을 붉혔다. ⓒ 이미화 기자
    ▲ 26일 오후 청계광장에서 '천안함 4주기 추모 문화제'가 열렸다. 이날 천안함 관련 영상을 본 시민들은 눈시울을 붉혔다. ⓒ 이미화 기자

    <자유통일포럼> 박성현 집행위원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행사는 <수도방위사령부> 군악대의 연주를 시작으로 국민의례와 46 천안함 용사들을 기리는 추모영상 상영이 이어졌다.

    어머니, 저는 하나의 차가운 돌로 여기에 있습니다. 사람들의 얼굴이 꽃잎이 돼 흩날리고 있습니다. 어머니 웃고 뛰고 사랑하고 싶습니다. 다시 젊음의 한가운데에 돌아가 웃고 뛰고 사랑하고 싶습니다.
       - 추모영상 <편지> 中

    영상에는 4년 전 천안함 폭침 당시 긴박했던 구조현장과 선박 인양작업, 동료의 영정을 향해 경례하는 해군들의 모습이 담겼다. 특히 싸늘한 주검이 돼서 돌아온 아들을 보고 오열하는 화면 속 유가족들을 보고 눈물을 훔치는 시민들도 있었다.

    새누리당 심재철 의원은 숙연한 목소리로 “항상 천안함 용사들을 기리며 더 평화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다짐하게 된다”며 “아직도 북한은 천안함 피격을 부정하고 도발을 멈추지 않고 있어 안타까움과 분노를 느낀다”고 추모사를 전했다.

    천안함으로 아들을 잃은 한 어머니는 [우리 아들은 잊어도 되지만 천안함 사건의 교훈은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다. 천안함 사건이 주는 교훈인 [국가 안보]에는 너와 나, 보수 진보, 여야가 있을 수 없다. 그 어떤 것도 [국가 안보]보다 우선일 수는 없다.

    경기도교육감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조전혁 교수는 단상에 올라 안경을 벗고 울먹이며 좀처럼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미리 준비해온 종이를 펴 보이며 희생된 46 천안함 용사들의 관등성명과 나이를 하나하나 읽어 내려갔다.

    천안함 용사들의 희생이 진정으로 거룩한 죽음으로 남으려면 우리는 그들을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김황식 전 총리와 정몽준 의원은 영상 메시지를 통해 추모사를 전했다.

    사회자 박성현 집행위원은 “다른 분들의 추모사도 듣고 싶었지만, 아직도 천안함을 음모라고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과 그와 직결된 사람들이 있다”며 “이들에게 추모사를 원하면 예의가 아닐 것 같았다”고 말했다.

    김황식 전 총리는 추모영상에서 “오늘 오전 천안함 용사들의 넋을 기리기 위해 대전을 다녀왔다”며 “매년 찾는 곳이지만 돌아올 때는 좀처럼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고 안타까워했다.

    지난 40년간 공직자 생활을 하며 떳떳하게 살고자 했지만, 천안함 용사들의 영전 앞에서는 부끄러워 도저히 떳떳할 수 없었다. 그들은 평화를 위해 희생했지만 아직 우리는 아무것도 이뤄낸 게 없다. 용사들의 원혼에 부끄럽지 않도록 국가안보와 통일을 위해 헌신 또 헌신 하겠다.

    정몽준 의원은 추모영상에서 “지난 2010년 3월 26일 당시 중국 방문 중 천안함 비보를 듣고 급히 귀국했던 아픈 기억이 있다”며 숙연한 얼굴로 카메라를 응시했다.

    아직까지도 슬픈 아픔으로 다가오는 것은 천안함 피격 사건을 부정하는 세력이 있다는 것이다. 희생된 용사들에게 부끄러워 고개를 들 수가 없다. 안보가 없다면 무엇이 가능하겠는가. 반드시 국가 안보를 바로 잡겠다.

    샌드 아티스트(Sand Artist) 박선경 씨는 천안함 용사들을 추모하는 샌드 애니메이션 퍼포먼스를 펼쳤다. 박 씨의 손을 따라 천안함과 통일된 대한민국 형상이 나타나더니 [나라를 위한 숭고한 희생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자유통일 ‘반드시’ 이루겠습니다]란 글씨가 시민들을 숙연케 했다.

    <북한인권법 통과를 위한 모임> 회원들의 추모시 낭독, <한국종합예술학교> 학생들의 관현악 4중주 연주와 베이스 독창이 추모 열기를 달궜다. <수도방위사령부> 군악대의 연주가 진행될 때는 시민들이 사진을 찍느라 정신이 없었다.

    행사가 끝난 뒤 자신을 탈북자라고 밝힌 한 참가자는 “이 추모제는 반드시 해마다 열어야 한다”며 “대한민국에 진실이 살아있다면 모든 대한민국 사람들이 이곳에 참여했으면 좋겠다”고 시민들의 동참을 촉구했다.

    행사 후 뒷정리 일을 돕고 있던 한 애국시민도 “나는 해군 장교출신이다. 그들을 지켜주지 못해 선배로서 미안할 따름이다”라며 “대한민국의 평화통일을 위한 후배들의 값진 희생을 절대 잊지 않을 것이고, 유족들에게 위로를 전한다”고 말했다.

  • ▲ 26일 오후 청계광장에서 열린 '천안함 4주기 추모 문화제'에는 수도방위사령부 군악대가 '내 영혼 바람 되어' 등을 연주했다. ⓒ 이미화 기자
    ▲ 26일 오후 청계광장에서 열린 '천안함 4주기 추모 문화제'에는 수도방위사령부 군악대가 '내 영혼 바람 되어' 등을 연주했다. ⓒ 이미화 기자

     

  • ▲ 샌드 아티스트(Sand Artist) 박선경 씨가 26일 오후 청계광장에서 열린 천안함 4주기 추모제에서 모래로 [나라를 위한 숭고한 희생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자유통일 ‘반드시’ 이루겠습니다]란 글씨를 만들고 있다. ⓒ 이미화 기자
    ▲ 샌드 아티스트(Sand Artist) 박선경 씨가 26일 오후 청계광장에서 열린 천안함 4주기 추모제에서 모래로 [나라를 위한 숭고한 희생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자유통일 ‘반드시’ 이루겠습니다]란 글씨를 만들고 있다. ⓒ 이미화 기자
     
  • ▲ 조전혁 명지대 교수는 추모사를 통해 천안함 46 용사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불렀다. ⓒ 이미화 기자
    ▲ 조전혁 명지대 교수는 추모사를 통해 천안함 46 용사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불렀다. ⓒ 이미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