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병이 '계급'떼고 국방장관에게 트윗 “휴가는요..."

전방 GOP에 근무 중인 일병이 트위터를 통해 장관에게 직접 ‘휴가’ 문제를 건의해 화제다.

육군 모 사단 GOP에서 근무 중인 권 모 일병은 지난 2일 김관진 국방장관(@kwanjinkim)에게 "현재 포상휴가 폐지, 외출, 외박 폐지 등 장병들의 휴가나 외출에 굉장히 심한 통제를 가하고 있다. 장병들의 휴가 며칠을 잘라서 전투력을 상승시킨다는 일차원적인 생각으로 장병들의 사기가 심각히 저하되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부대 윤 모 병장의 아이디로 접속한 권 일병은 "사단 내에서 운영 중인 핫라인인 '사랑의 전화'가 있지만 한계가 있고 국방부에 의견을 낼 수 있는 창구가 없었다"며 트위터로 건의하게 된 배경을 밝혔다. 권 일병이 글을 작성할 때 윤 병장이 도움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김관진 장관은 이틀 뒤 자신의 트위터로 "dunhilz(윤 병장의 아이디) 군의 용기있는 제언 고맙게 생각하네. 장관이 전선지역 장병과 소통할 기회가 매우 제한되는 만큼, 사전에 알지 못했음을 미안하게 생각하고 이번 기회에 휴가문제를 검토하게 되었네"라고 답했다.

김 장관은 또 "보람된 군 생활을 잘 마무리해 나라의 큰 일꾼이 되길 바란다"고 적었다. 김 장관은 직접 트위터를 작성한다고 알려져 있다.

현역 일병이 소속 부대 문제점을 트위터를 통해 국방 장관에게 직접 털어놓고 장관이 이를 들어주는 모습에 사람들은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아이디 chin***는 "정당한 지휘계통을 거치지 않고 바로 꼰지르는(일러바치는) 건 지휘계통을 무시하고 무너뜨리겠다는 건데.."라는 반응을 보였고, 아이디 faith***는 "멋있는 사내다. 이 정도의 군인정신이라면 장교지원을 해보심이..."라고 적었다.

한나라당 최경환 의원(@khwanchoi)도 자신의 트위터에 "이게 소통 아닐까요"라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국방부 관계자조차 "SNS로 소통하는 젊은 세대들의 한 현상이 아니겠느냐. SNS 시대에 직접 소통한 예라고 본다. 긍정적으로 보자"고 말했다.

다른 국방부 관계자는 "옛날 같으면 상상도 못할 텐데 병사의 용기가 대단하다. 그런데 이러다 앞으로 직접 장관께 개인 민원이 쇄도하는 건 아닌지 걱정"이라는 우려도 했다.

하지만 이 같은 권 일병의 건의는 ‘해프닝’으로 끝났다. 각 장병들의 휴가 문제는 일선 부대장의 지휘권한이라 장관이 일선 대대의 휴가까지 일일이 통제하지 않기 때문. 김 장관은 대신 ‘약속’을 지켰다. 권 일병의 대대는 휴가를 통제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휴가를 보내주는 권한이 누구에게 있는 지 등을 장병들에게 교육했다.

권 일병은 이후 처음 올린 글을 삭제하고 "중대장, 대대장님의 휴가관련 교육으로 잘못 알고 있던 사실들을 알게 돼 다시 글을 쓰게 됐다"며 "휴가와는 별개로 DMZ 앞을 사수하는 숭고한 경계임무는 확실히 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휴가는 지휘관 재량이기 때문에 장관이 이래라저래라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권 일병이 휴가를 더 주는 다른 부대와 비교해 그런 글을 올린 것 같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병사들도 부대 내에서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다. 그리고 국방부 차원에서 병사 개인에게 어떤 조치가 내려진 것은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