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광장 아래 비밀 공간… 오늘부터 시민에 첫 공개시청-을지로입구역 사이… 위는 지하상가, 밑은 지하철하얀 종유석과 석순도 눈에 띄어… 오랜 세월 증명지하철이 통과하는 소리와 진동도 고스란히 느껴져시민들 "동굴처럼 춥고 서늘… 부디 시민 위한 공간 되길"
  • ▲ 서울시가 40년 만에 공개한 서울지하철 시청역과 을지로입구역 사이 지하 2층 미개방 공간을 8일 오후 시민들이 둘러보고 있다. ⓒ진선우 기자
    ▲ 서울시가 40년 만에 공개한 서울지하철 시청역과 을지로입구역 사이 지하 2층 미개방 공간을 8일 오후 시민들이 둘러보고 있다. ⓒ진선우 기자
    40년 동안 베일에 쌓여있던 서울광장 지하 세계 속 '비밀의 공간'이 8일 시민들에게도 개방됐다. 지하 공간은 서울 심장부에 위치한 만큼 서울시민들의 바람을 담아 새로운 명소로 재탄생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오후 뉴데일리 취재진은 서울 중구 서울광장 지하에 위치한 1000평 가량의 총길이 335m인 미개방 공간을 20여 명의 시민들과 함께 둘러봤다.

    총면적 3182㎡에 달하는 지하 공간은 1983년 지하철 2호선 을지로입구∼성수 구간 개통 당시 조성된 것으로 추정되지만, 아직 어떤 용도로 만들어졌는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지하공간 탐험에 참여한 시민들은 탐험 배경과 안전교육을 듣고 서울 최초 지하상가인 시티스타몰과 을지로입구역을 통과해 지하 2층으로 내려갔다.

    화려한 도심 아래 지하 세계로 가는 포털은 다름 아닌 시티스타몰과 을지로입구역 대합실 사이에 위치한 '서울 장난감도서관' 출입문이었다. 작은 문을 통과하자 바깥 세상과는 상반된 진회색의 콘크리트 세상이 눈 앞에 펼쳐졌다. 

    직접 방문한 지하공간은 오랜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품고 있었다. 바닥과 벽 구석구석 뿌연 면지가 쌓여 있었는데, 무채색의 공간은 마치 작은 석회암 동굴을 연상케 했다. 건설 당시 락카로 쓰여진 글씨들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그 중 해당 공간이 2007년도에 마지막으로 관리 됐다는 표시도 보였다.

    어두운 터널을 지나 2~3분 가량을 걸어가자 천장에서 떨어진 물방울로 만들어진 종유석과 석순도 눈에 들어왔다. 뒤이어 80㏈ 정도의 2호선 지하철이 통과하는 소리와 진동도 몸으로 고스란히 느껴졌다. 

    김홍렬 숨은공간 해설사는 "최근 서울시민들의 많은 관심으로 답사 분위기가 뜨겁다"며 "공간 용도를 두고 '방공호가 아니냐', '미군의 주둔지'가 아니냐'는 시민들의 다양한 추측들도 이어지고 있다"고 현장 분위기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 김 해설사는 "'지하철 역사 혁신 프로젝트'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우연히 (지하 공간을) 발견하게 됐다"면서 "서울시 담당 부서가 기존의 공간이 아닌 사람들이 이용하지 않는 숨은 공간을 찾아보자는 취지로 주변을 둘러봤고, 서울교통공사의 지하철 관리 부분을 협조하는 과정에서 지하 공간의 존재를 알게 됐다"고 부연했다. 

    또 그는 "현재 서울시는 투자여부와 관련, 단순히 행정으로 결정하지 말자는 입장"이라며 "만약 시민들의 공간으로 이용된다면 진동, 화제 등의 문제가 있어 안전진단을 다시 받아야 한다"고 언급했다.
  • ▲ 서울지하철 시청역과 을지로입구역 사이 지하 2층 미개방 공간에 생긴 종유석과 석순의 모습. ⓒ진선우 기자
    ▲ 서울지하철 시청역과 을지로입구역 사이 지하 2층 미개방 공간에 생긴 종유석과 석순의 모습. ⓒ진선우 기자
    시민들, 모두가 입 모아 "숨은 공간, 서울시민들이 향유할 수 있는 공간 되길"

    김포공항 근방에 거주하는 시민 강신원(39)씨는 탐험을 마친 후 "지하철 역사는 무척 더웠는데, 숨은 공간 안은 확실히 춥고 서늘했다"고 표현했다. 이어 "처음에는 단순히 벙커가 아닐까하는 마음으로 방문했는데, 실제 보니 그런 공간은 아닌 것 같다"며 "공간을 만들어 두고 까먹고 잊혀졌다가 오랫동안 방치된 공간이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심정을 전했다.

    강씨는 '해당 공간이 어떻게 사용되면 좋을 것 같냐'는 취재진의 질문엔 "빛도 없고 환기 시설도 없다보니 공연장 등으로 사용하기엔 어려워 보인다"며 "시민들 모두가 사용할 수 있는 전시시설이나 역사공간으로 이용되면 좋겠다"고 의견을 남겼다. 그러면서 끝으로 "서울시가 공간을 유용하게 잘 활용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노원에서 탐험을 위해 지하 공간을 방문한 한 남성 시민(20대) A씨도 "인터넷과 뉴스를 통해 숨은 공간을 알게 됐고, 궁금해서 오늘 방문했다"며 "(실제 보니) 마치 아주 오래 전 지하철 역의 모습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A씨는 "(숨은 공간이) 사람들을 위한 힐링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여성 시민(60대) B씨도 "해설사 분을 통해 서울 역사를 듣게 돼 새로운 기분"이라며 "서울지하철 1호선 개통일이 1974년 8월15일이었는데, 그때 육영수 여사 생각도 난다"고 말했다. B씨도 "좋은 공모작품들이 많이 나와 하루빨리 숨은 공간이 시민들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 ▲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 아래 위치한 지하공간의 모습. ⓒ진선우 기자
    ▲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 아래 위치한 지하공간의 모습. ⓒ진선우 기자
    서울시 "공모 당선작, 적극 반영 계획… 시민 제안으로 활용할 방침"

    한편 시는 오늘부터 오는 23일까지 시민들을 대상으로 매주 금·토요일 하루 4번씩 '숨은 공간, 시간 여행 : 지하철 역사 시민탐험대'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시민청·시티스타몰·숨은 공간·시청역·도시건축전시관 등을 약 1시간 돌아보는 코스이며,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참가자 전원에게 안전모·마스크 등을 제공하고, 해설사가 동행하며 공간 곳곳에 숨겨진 이야기를 들려준다.

    시는 35점의 당선작을 선정해 공간 조성에 적극적으로 반영할 계획이다. 특히 본격적인 조성에 앞서 시는 환기, 채광, 피난, 소음·진동 등에 대한 시설과 안전대책을 우선 마련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