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잠정조치 57명 중 46명… 연락금지 등 안 지키고 스토킹 반복이원석 검찰총장, 윤희근 경찰청장 만나 검경 협의체 구성, 구속수사·잠정조치 적극 활용키로공정식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단순 경고 아닌, 더 강한 제재 필요"임준태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구속·징역형 선고하는 등 강한 처벌도 있어야"
  • ▲ 이원석(왼쪽) 신임 검찰총장이 19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을 찾아 윤희근 경찰청장과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 이원석(왼쪽) 신임 검찰총장이 19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을 찾아 윤희근 경찰청장과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 14일 일어난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으로 스토킹처벌법을 향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한동훈 법무부장관은 직접 사건 현장을 방문해 책임을 통감했고, 이원석 검찰총장은 지난 19일 "검·경 양 기관이 적극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을 찾겠다"고 밝혔다. 

    경찰은 현재 수사 중인 사건은 물론 이미 수사가 종결된 사건까지, 전국의 스토킹사건을 전수조사하기로 했다. 또 가해자 유치장 구금조치 등을 적극 적용해, 가해자와 피해자를 선제적으로 분리하는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지난달 17일 전자발찌 부착 명령 대상 범죄에 스토킹 범죄를 추가하는 내용의 법률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지난 15일 한 장관의 범행 현장 방문은 법무부장관으로서 스토킹 범죄에 더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되면서 법률 개정이 신속히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동아일보가 스토킹처벌법이 시행된 지난해 10월21일 이후 형이 확정된 공개판결문 156개를 전수조사한 결과, 사법당국이 접근 금지나 연락 금지 등 긴급 응급조치 및 잠정조치를 내린 가해자 57명 가운데 해당 조치로 스토킹 범행을 멈춘 가해자는 3명(5.3%)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46명(80.7%)은 조치 후에도 피해자를 찾아가거나 협박하는 등 범행을 이어갔다. 8명(14.0%)은 판결문상 범행 지속 여부가 확인되지 않았다. 긴급 응급조치 및 잠정조치를 어기고 범행을 이어나간 비율이 스토킹을 멈춘 비율보다 압도적으로 높은 것이다.

    접근·연락 금지 통보를 받자마자 어긴 가해자도 상당수였다. 

    그 예로 지난해 11월 A씨는 여자친구에게 이별을 통보받자 문자메시지 수천 통을 보내고 여자친구 직장 앞으로 찾아가는 등 스토킹을 했다. 법원은 A씨에게 '100m 이내 접근 금지'와 '전화·메시지 전송 금지' 조치를 내렸다. A씨는 통보를 받은 지 1분 만에 피해자에게 '고소 취하, 반성, 연락 중 하나라도 실행되지 않으면 지인들이 피해를 볼 것'이라는 등의 협박 메시지를 보냈다.

    전문가 "스토킹 범죄, 중대범죄의 전조현상"… "예방과 처벌 모두 필요해"

    전문가들은 스토킹 범죄 재발을 막으려면 처벌을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예방적인 차원에서 접근을 강조하고 있다.

    공정식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본지와 통화에서 "스토킹 범죄는 중대범죄로 이어질 수 있는 일종의 전조현상"이라며 "사건이 일어난 후에 대한 대책보다 예방적 차원의 접근이 필요한 때"라고 짚었다.

    공 교수는 "경찰이 조금 더 가해자에게 개입해서 단순한 경고가 아닌, 행위가 반복되면 더 강한 제재를 가할 수 있도록 단계적인 메뉴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임준태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도 "스토킹 범죄는 가해자를 피해자로부터 완전히 격리하지 않으면 반복될 수 있는 범죄 유형이기 때문에 접근 금지 명령 등이 제대로 지켜져야 한다"면서 "경찰이 신속하게 피해자를 돕기 위해서는 전자발찌 등 위치추적 장치를 가해자에게 채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 교수는 스토킹 가해자를 대상으로 한 구속영장 발부 문턱을 낮춰야 한다고도 지적했다. "스토킹 범죄를 불구속 상태로 수사하게 되면 더 큰 범죄로 이어지거나 처벌 효과가 미미"한 만큼 "구속하거나 징역형을 선고하는 등 강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스토킹처벌법 시행 이후 현재까지 스토킹 범죄자 중 구속 송치된 비율은 전체의 5.6%에 불과하다. 이와 관련해 이원석 검찰총장은 19일 윤희근 경찰청장과 만나 스토킹 범죄 척결을 위한 검·경 협의체를 구성하고, 구속 수사와 잠정조치를 적극 활용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