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수사당국 “체첸인 용의자 5명 체포, 1명은 체포 중 ‘자폭’했다” 발표
  • ▲ 넴초프 前러시아 부총리 암살 용의자를 체포하는 러시아 연방보안국(FSB) 특수부대. ⓒ알 자지라 영문판 보도화면 캡쳐
    ▲ 넴초프 前러시아 부총리 암살 용의자를 체포하는 러시아 연방보안국(FSB) 특수부대. ⓒ알 자지라 영문판 보도화면 캡쳐

    러시아 정부가 지난 2월 27일(현지시간) 모스크바 크렘린 궁 인근 다리에서 피살당한 야권 지도자 보리스 넴초프 암살의 용의자들을 검거했다고 지난 7일(현지시간) 밝혔다.

    보르트니코프 러시아 연방보안국(FSB) 국장은 이날 국영 TV에 나와 “지난 2월 27일 발생한 야권 지도자 보리스 넴초프 살인 용의자로 체첸 출신 안조르 구바셰프와 자우르 다다예프를 체포했으며, 이를 푸틴 대통령에게 보고했다"고 발표했다.

    보르트니코프 FSB국장은 이들이 누구인지, 왜 용의자로 지목되었는지, 어떻게 체포했는지에 대해 전혀 설명하지 않았고, 기자들의 질문도 받지 않았다.

    하지만 체포된 용의자가 체첸인이라는 소식이 전해지자 러시아 국민들 사이에서는 푸틴의 소행일 것이라는 의심만 더욱 커지고 있다.

    외신들은 지난 8일(현지시간)에는 러시아 현지 언론을 인용해 “러시아 당국이 보리스 넴초프 前부총리 암살 용의자 5명을 검거했다”고 전했다.

    외신들은 “러시아 정부가 지난 7일 넴초프 암살 용의자로 안조르 구바체프, 자우르 다다예프를 체포했고, 8일에 추가로 3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7일(현지시간) 체첸 수도 그로즈니의 한 건물에서 6번째 용의자 베슬란 샤바노프를 검거하려는 순간, 용의자가 수류탄 자폭을 했다는 소식도 전했다.

    러시아 정부는 검거한 5명의 용의자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고 한다. 모스크바 지방법원은 자우르 다다예프가 넴초프 암살에 개입했음을 시인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다른 이들은 넴초프 암살과의 연관성을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 현지 언론에 따르면, 안조르 구바체프는 모스크바의 한 사설경호업체에서 근무했고, 자우르 다다예프는 체첸에서 경찰로 10년 이상 근무했다고 한다.

    특히 자우르 다다예프는 체첸 공화국에서 경찰로 근무한 것은 물론 내무부 산하 특수부대인 북부대대 부사령관까지 지냈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하고 있다.

    이들이 검거된 뒤 러시아 언론은 자우르 다다예프가 독실한 무슬림으로, 프랑스 잡지 ‘샤를르 엡도’의 만평에 격분했단 점, 넴초프가 ‘샤를리 엡도’를 옹호했다는 점을 들어 검거된 용의자들이 종교 문제 때문에 넴초프를 암살한 것이라고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하지만 러시아 국민들이 보는 시선은 다르다고 외신들은 전하고 있다. 러시아 당국이 안조르 구바체프와 자우르 다다예프 이외에 3명의 용의자를 붙잡았다지만, 이들을 어디서, 왜, 어떻게 체포했는지에 대한 설명이 없었기 때문이다.

    CNN은 “러시아 당국이 용의자가 체첸 출신이라고 발표한 것은 놀랍지 않다. 러시아 정부가 그럴 줄 알았다”고 말한 넴초프의 딸 자나와의 인터뷰를 방영하기도 했다. 

    일부 러시아 국민들은 과거에도 체첸 내전 당시 러시아 군의 인권유린을 고발한 언론인들이 피살된 뒤 당국에 체포된 범인들이 모두 체첸 출신이었다는 점을 들며, 이번 사건도 마찬가지로 푸틴 대통령이 ‘정적(政敵)’을 제거하기 위해 꾸민 음모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는 게 외신들의 전언(傳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