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팔달산 상반신 시신에다 ‘살점’ 발견돼도 警 “장기적출·인육매매는 괴담” 치부
  • ▲ 경찰 기동대 대원들이 수원천 주변을 수색하고 있다. ⓒSBS 관련 보도화면 캡쳐
    ▲ 경찰 기동대 대원들이 수원천 주변을 수색하고 있다. ⓒSBS 관련 보도화면 캡쳐

    지난 4일 오후 1시, 수원 팔달산 등산로에서 장기(臟器)가 사라진 여성의 상반신 시신이 발견됐다. 일주일 뒤인 11일 오전 11시 24분경, 이번에는 수원 도심을 가로지르는 하천에서 ‘시신으로 추정되는 물건’을 발견했다.

    경기경찰청 수사본부는 이날 수원 팔달구 매교동 수원천의 매세교와 세천교 사이 나무들에서 ‘살점’으로 보이는 인체 조직이 든 검은색 비닐봉지 4개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경찰이 발견한 비닐봉지들은 100m 주변에 흩어져 있었다고 한다. 비닐봉지의 내용물은 확인 결과 적은 양의 사람 살점. 뼈는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살점’이 든 비닐봉지를 간이검사기로 확인한 결과 “사람의 피와 신체가 맞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경찰은 ‘살점’이 든 비닐봉지를 국립과학수사연구소로 보내 감정을 의뢰했다. 결과는 이르면 12일 나올 것이라고 한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민심은 흉흉해지기 시작했다. 특히 인구 100만 명이 넘는 수원시에서는 불안감이 팽배해 있다.

    하지만 경찰은 여전히 ‘장기적출’이나 ‘인육매매’ 연관성을 부정한 채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팔달산 토막 시신 발견 이후 일주일, 사실은?


    지난 4일 수원 팔달산 등산로에서 시신이 발견된 뒤부터 일주일 동안 대부분의 언론들은 이 문제를 ‘가십’으로만 보도했다. 시신의 상태에 대한 보도는 “사춘기를 지난 여성으로 혈액형은 A형”이라는 것 정도다. 

  • ▲ 지난 4일 수원 팔달산 등산로 주변에서 갈비뼈만 남은 토막 시신이 발견됐다. ⓒ당시 YTN 관련 보도화면 캡쳐
    ▲ 지난 4일 수원 팔달산 등산로 주변에서 갈비뼈만 남은 토막 시신이 발견됐다. ⓒ당시 YTN 관련 보도화면 캡쳐

    하지만 이 사건을 비교적 상세히 보도한 지역 언론들을 보면 충격적이다.

    시신을 처음 발견했을 때 남성인지 여성인지 제대로 파악할 수 없었던 이유는 인체 주요 장기들이 거의 없는데다 가슴 부위가 날카로운 도구로 도려내진 상태여서다. 토막 시신 안에 남아 있던 장기는 ‘말라붙은 신장’인 것으로 확인됐다.

    시신을 담은 비닐봉지는 피가 흥건하거나 인체 조직이 묻어있지 않은, 비교적 깨끗한 상태였다고 한다. 시신은 마치 소나 돼지를 ‘발골(가축의 고기를 얻기 위해 뼈와 내장을 바르는 작업)’을 하기 직전처럼 냉장된 상태였다고 한다.

    지난 10일에는 경향신문이 충격적인 보도를 했다.

    팔달산에서 발견된 시신은 지금까지 언론에 알려진 것과 달리 ‘날카로운 물건’으로 피부와 살이 모두 발라진 채 갈비뼈만 덩그러니 남은 상태였다는 것이다. 때문에 국과수에서도 시신으로 발견된 여성이 몇 살인지, 키가 얼마인지를 전혀 알 수 없다고 한다.

    “(중략)…경기지방경찰청 수사본부는 10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부터 토막시신 정밀 부검결과를 통보받으면서 부검 당시 찍은 사진도 전달받았다. 이 과정에서 시신의 가슴과 등 부위가 훼손된 사실이 확인됐다. 시신의 가슴 쪽은 근육과 지방 등은 그대로 있지만 피부 일부가 훼손됐고, 오른쪽 등 부위는 뼈가 보일 정도로 살점이 벗겨져 있었다.…(하략)”


    이 보도 가운데는 주목할 만한 전문가의 지적도 나왔다.

    “(중략)…장기 적출을 목적으로 한 범행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순 없다는 것이 국과수 관계자의 의견이다.

    경찰은 시신에 장기적출을 위한 흉골(가슴 중앙에 위치해 좌우 갈비뼈를 연결하는 뼈) 절개 흔적은 없는 점 등을 들어 “장기매매가 아니다”고 발표했다. 외과의들은 장기적출을 할 때 심장이 뛰고 있는 상태에서 흉골을 절개한다. 하지만 이견도 있다.

    국과수 관계자는 “의사와 같은 전문가의 소행이 아니고, 이런 일을 많이 해본 자가 아님을 보여주는 것이지 그렇다고 장기 적출이 목적이 아니라고 확언하는 건 오류가 있다”고 말했다.…(하략)” 


    11일 발견된 ‘살점’이 의미하는 것…제2의 오원춘?


    경향신문의 보도가 나온지 24시간도 되지 않아 경기경찰청은 팔달산 토막 시신을 발견한 지점에서 불과 1.2km 떨어진 하천 주변에서 ‘살점’이 든 비닐봉지 4개를 발견한 것이다. 경찰 또한 비닐봉지에 담겨 있던 ‘살점’이 사람의 것임을 인정했다.

    언론들은 11일 추가로 발견된 ‘시신’이 팔달산 토막 시신에서 나온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확실하지는 않다.

    이 같은 언론 보도를 본 시민들은 2012년 4월 일어난 ‘오원춘 토막 살인사건’을 떠올리고 있다. 

    조선족 중국인 오원춘은 당시 길 가던 20대 여성을 강제로 자신의 집으로 끌고 가 살해했다. 그 뒤 6시간 넘게 피해자의 시신을 조각조각 냈다.

    경찰이 오원춘의 살해 현장을 덮쳤을 당시 시신에서 잘라낸 살점은 360여 조각으로, 각각 20조각 씩 작은 비닐봉지에 담아 놓은 것이 추후에 확인됐다.  

  • ▲ 길 가는 20대 여성을 납치,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한 조선족 중국인 오원춘. 2심에서 무기징역으로 감형됐고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돼 현재 천안외국인교도소에 수감돼 있다. ⓒ대법원 판결 당시 SBS 관련 보도화면 캡쳐
    ▲ 길 가는 20대 여성을 납치,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한 조선족 중국인 오원춘. 2심에서 무기징역으로 감형됐고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돼 현재 천안외국인교도소에 수감돼 있다. ⓒ대법원 판결 당시 SBS 관련 보도화면 캡쳐

    이런 점 때문에 당시 1심 재판부조차 오원춘이 ‘인육매매’를 목적으로 살인을 한 게 아니냐고 의심했지만, 2심 재판부는 이를 ‘괴담’으로 치부하며 감형해줬다. 이런 2심 사법부 때문에 인터넷 등에서는 지금도 ‘오원춘 미스터리’가 나돌고 있다.

    오원춘은 재판 과정에서 “20대 여성을 보고 욕정을 느껴 성폭행을 시도하다 우발적으로 살인했다”고 주장했다. 오원춘은 또한 자기 자신을 “돈 없는 불법체류자”로 포장하려 했다.

    하지만 이후에 밝혀진 것은 그의 통장에 ‘돈 없는 불법체류자’라 보기에는 어려운 거액이 들어 있으며, 비행기를 타고 중국을 자주 오갔다는 점, 휴대전화 4대를 동시에 사용했다는 점 등이다.

    또한 사건 당시 오원춘의 집 주변 CCTV에 포착된 정체불명의 남녀 2명도 미스터리였다.

    하지만 경찰과 법원은 “인육매매나 장기적출 가능성은 희박하다”며 이 같은 의혹을 모두 ‘괴담’으로 치부했다. 


    피부, 살 잘려나간 상반신에 살점 발견됐어도
    警 “인육매매·장기적출 아냐”


    수원 팔달산에서 갈비뼈만 남은 토막 시신이 발견된 데 이어 검은색 비닐봉지에 든 ‘사람의 살점’까지 발견되었음에도 경찰은 이번에도 ‘인육매매’나 ‘장기적출’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단정’을 하고 있다.

    이날 경기경찰청은 산하 41개 경찰서에 ‘전담 수사팀’을 꾸리도록 지시하고, 경기 지역에서 실종 신고가 됐거나 가출한 성인 여성을 위주로 수사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주변 지역 탐문 작업도 계속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한국 내 실종자 실태를 알면 경찰이 과연 사건을 제대로 해결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현재 매년 300여 명 가까운 실종자들이 발생한다. 하지만 ‘실종신고’ 대상이 성인일 경우 경찰은 대부분 ‘가출’로 처리한다. 실종자를 찾는 가족들의 호소가 계속되어도 경찰은 ‘인력 부족’을 이유로 별 관심을 갖지 않는 것이 ‘관행’이 된 상태다.

    다른 문제도 있다. 만약 피해자와 가해자가 모두 외국인일 경우, 그리고 이들이 2003년부터 2008년 사이에 입국한 불법체류자일 경우 이들의 인적정보는 파악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피해자가 한국인이라고 해도 사망 전 행적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면, 가해자를 찾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현실이다.

  • ▲ 평범한 사람을 납치, 장기매매를 벌이는 조직범죄를 다룬 영화 '공모자들'의 한 장면. 감독은 "자료조사 중에 알게 된 사실의 10%도 못 담았다"고 주장했다. ⓒ영화 '공모자들' 캡쳐
    ▲ 평범한 사람을 납치, 장기매매를 벌이는 조직범죄를 다룬 영화 '공모자들'의 한 장면. 감독은 "자료조사 중에 알게 된 사실의 10%도 못 담았다"고 주장했다. ⓒ영화 '공모자들' 캡쳐

    시민들은 끔직한 상태의 시신과 사람의 ‘살점’이 발견된 것에 충격을 받고 있다. ‘오원춘 사건’을 다시 회자하며 ‘인육매매’에 대한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경찰은 여전히 “인육매매나 장기적출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한다.

    물론 '범죄 수사 전문기관'인 경찰의 지적처럼, '평범한 살인'일 가능성도 있다. 아니면 유영철과 같은 '연쇄 살인마'의 소행일 수도 있다.

    하지만 경찰이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수사하는 게 아니라, "사회적 불안감을 조성한다"는 이유로 ‘미리 내린 결론’에 따라 수사를 할 경우 이번 사건은 미궁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계속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