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시카고의 한 한인 변호사를 종신직 연방법원 판사에 지명해 미국에서 세번째 한인 종신 판사 탄생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12일(현지시간) 시카고 선타임스 등 언론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10일 시카고의 존 Z.리(43, 한국명 이지훈) 변호사와 존 J. 타프 변호사를 미 연방 일리노이 북부지법(시카고 연방법원) 판사로, 곤잘로 P. 큐리얼 샌디에이고 고등법원 판사를 캘리포니아 남부지법 판사에, 조지 레비 러슬 볼티모어 순회법원 판사를 메릴랜드 연방 지법 판사에 각각 지명했다.

    이들 4명은 미 상원 법사위원회 청문회와 본회의 인준을 통과하면 종신직 연방 판사로 최종 임명된다.

    리 씨는 현재 시카고 대형 로펌 '프리본 앤드 피터스(Freeborn & Peters LLP)'에서 반독점, 통상규제, 지적재산권 등과 관련한 상업 분쟁 소송(commercial litigation matters) 전문 변호사로 활동 중이다.

    리 씨의 아버지 이선구(72) 씨는 연합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명을 받은 당일 밤 아들로부터 관련 소식을 들었다"면서 "아직 상원 인준 등 남은 절차가 있기 때문에 소감을 밝히기가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리 씨도 지명 발표에 앞서 연합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연방 판사에 지명된다면) 개인적으로는 매우 영광스러운 일이지만 최종 인준 절차가 끝날 때까지는 아무 말도 할 수 없다"며 발언을 자제했다.

    리 씨는 1960년대 박정희 정권 시절의 파독 광부인 아버지와 파독 간호사 이화자(68) 씨의 3남 중 장남으로 독일에서 태어났다.
    그는 생후 3개월 무렵부터 5세 때까지는 한국에서 할머니 손에 자랐다.

    리 씨의 가족은 그가 5세 때이던 1970년대 초 미국 시카고로 이민, 현재 시카고 북서부 교외에 살고 있다.
    시카고에서 초·중·고교 시절을 보낸 리 씨는 하버드대 학부(1989년 졸업)와 하버드 로스쿨(1992년 졸업)을 잇따라 우등 졸업했다.

    하버드 로스쿨을 1991년 졸업한 오바마 대통령과 2년간 학교를 같이 다닌 인연도 갖고 있다.

    로스쿨 졸업 후 리 씨는 미 법무부의 '환경·자연자원국(Environment & Natural Resources Division)'의 법정 변호사(trial attorney)로 일했고 법무부장관 특별 보좌관을 거쳐 1994년부터 시카고 대형 로펌 '메이어 브라운(Mayer Brown LLP)', '그리포 앤드 엘든(Grippo & Elden LLC)' 등에서 일했다.

    미국 법조인들이 최고의 영예로 여기는 종신 연방법원 판사는 해당 주의 연방 상원의원이 위원장을 맡는 추천위원회의 추천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는데 지금까지 이 자리에 오른 한인은 두 명이다.

    최초의 한인 종신 판사는 미 최초의 아시아계 연방 판사이기도 한 허버트 최(1916-2004, 한국명 최영조) 판사로, 하와이에서 태어나 하버드 로스쿨을 마치고 1971년부터 샌프란시스코 연방법원 판사로 재임했다.

    두 번째 한인 종신 판사는 지난해 1월 한인 여성 최초로 연방법원 판사에 임명된 캘리포니아 주 북부지법 루시 고(42, 한국명 고혜란) 판사다. 그는 현재 삼성과 애플 간의 특허 침해 관련 소송의 심리를 맡고 있어 눈길을 끌기도 있다.

    미국의 판사는 순회법원에서 약식재판을 담당하는 치안 판사 등 임기제 판사와 연방법원 판사 등 종신제 판사 두 종류가 있다.

    이중 대통령의 지명으로 연방 상원의 인준을 받아 임명되는 연방법원 판사는 스스로 사임하거나 현저한 문제로 의회로부터 탄핵당하지 않은 평생 동안판사직을 유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