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 여행자제 호소..폴란드는 담당차관 해임까지
  • 유럽이 폭설과 혹한으로 인한 혼란과 불만을 잠재우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영국의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21일 눈을 치우고 항공기 이착륙을 정상화하기 위해 런던 히스로 국제공항 운영업체에 군대를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공항 측은 이 제안에 사의를 표하면서도 병력지원이 필요하지는 않다고 밝혔다.

    이 공항에는 지난 17일부터 눈이 내리면서 20일 오전까지 항공기 이착륙이 금지됐다가 일부 장거리 노선 운항을 재개했다.

    영국 교통당국은 야간운항 제한조치를 임시 해제하기도 했지만 23일 오전까지는 공항 정상화가 어려울 전망이다.

    공항 대변인은 "현재 200명이 넘는 자원봉사자가 터미널에서 승객을 돕고 있으며 우리도 건설 계약업체와 함께 공항 주변 제설작업을 나섰다"고 덧붙였다.

    캐머런 총리는 공항 정상화가 늦어지는 것과 관련, "피해를 본 모든 이들을 대신해" 유감을 표하면서 제2의 히스로공항 활주로를 곧 개통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번 교통대란으로 성탄절 선물을 포함한 일부 화물이 제때에 도착하지 못할 것으로 알려졌으며, 다수 업체는 성탄절 전 온라인 주문을 중단하기도 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의 심 칼라스 부위원장 겸 교통정책 담당 위원은 "심각한 강설에 따른 유럽 전역의 교통대란에 극도로 우려스럽다. 이는 용납할 수 없는 상황이며 재발해서는 안 될 것"이라며 교통 기반시설의 대비 부족에 불만을 드러냈다.

    칼라스 부위원장은 공항이 악천후에도 "최소한의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강제하는 등 새로운 규제안을 내년 여름 전까지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조만간 공항 대표자들과 만나 "(공항을) 더욱 효과적으로 운영하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깊이 검토할 것"이라며 공항 측은 기상악화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히스로공항과 함께 프랑스의 샤를 드골 공항과 오를리 공항, 독일 프랑크푸르트 공항, 네덜란드 스히폴 공항 등 유럽 주요 공항에서 항공기 이착륙이 차질을 빚어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

    에어프랑스-KLM의 피에르-앙리 구르종 대표는 최근 폭설 피해액이 1천500만~2천만유로라며 월간 손실 규모는 3천500만유로에 달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또한 유럽 소매상들은 항공대란 속에서 '크리스마스 매출'이 실종됐다고 하소연하고 있으며, 케냐 등 유럽 관광객 유치를 기대했던 국가에서는 울상을 짓고 있다.

    공항과 더불어 유로스타, 초고속열차(TGV), 탈리스 등 국제 고속열차와 각국 철도 역시 서비스가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유로스타는 며칠 내 여행을 자제할 것을 권고하는 한편 해저터널 안에서 시속 20㎞로 감속 운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철도역에서 극심한 혼잡과 함께 승객의 불만이 쏟아졌다.

    폴란드에서는 기상악화와 열차 시간표 조정으로 인한 혼란의 책임을 물어 율리우스 엥겔하트 기반시설 담당 차관을 해임하기도 했다.

    한편, 과학자들은 이번 폭설을 비롯해 지난 10년간 유럽의 혹한이 결국 지구온난화의 한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독일 포츠담 기후연구소 연구진은 최근 지구물리학 연구지에 발표한 논문에서 북극 유빙이 줄고 바다에 열이 축적되면서 유럽에 한파라는 '반작용'이 발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