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촌이 기계화되기 전 나는 청소년기를 농촌에서 보내면서 정말로 많은 삽질을 했습니다. 아직 어린 중고등학교 학생 시절이었지만 학교 마치고 집에 오면 언제나 책가방 던지고는 늘 논바닥으로 나갔습니다. 삽으로 물꼬를 보고, 삽으로 높은 데 까내고, 삽으로 낮은 데 메꾸고 그래서 삽은 언제나 손에 있었습니다.

    그렇게 농사를 지었는데 이제는 삽질보다는 기계가 대부분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습니다. 정말 삽질하느라 허리 끊어지는 줄 알았고 너무 힘에 겨워 내 체력에 나는 커서도 농사는 못 짓겠다는 판단을 내리기도 했습니다.

    정말 그래서인지 난 그 힘겨운 농사일을 그만두고 그 섬을 뛰쳐나와 소위 촌놈이 도시생활을 하게 됐습니다. 연고도 없이 낯선 타향객지에 나와서 필설로 다 형언하기 어려운 고생을 했습니다. 그건 둘째 형님이 더했습니다. 형님은 나한테 힘들 때마다 “야, 그래도 시골서 삽질할 때보단 낫지 않냐”는 얘길 했습니다.

    목사가 된 후 수원 변두리에서 목회를 하던 시절에도 참으로 많은 삽질을 했습니다. 상수도를 신청하지 못해 우물 판다고 온 산을 다 파고 쑤셨지만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거기다 교회 건축할 때도 평탄 작업을 삽질로 했습니다. 지하 기도실 만들 때도 장비를 못 대고 삽으로 파내는 데 얼마나 힘이 들었는지 병이 나서 근 1년을 누워 지낸 적도 있습니다.

    난 중간에 삽질을 그만두고 도회지로 나왔지만 지금까지 농촌을 지키는 우리의 농민들은 사실 이 나라의 식량을 책임지고 있는 훌륭한 애국자들입니다. 지금은 많은 부분을 기계가 대신해 준다 해도 여전히 그들은 말없이 오늘도 삽질을 하고 있습니다. 어느 나라든 농업은 1차 산업입니다. 삽질은 이 땅을 생명농업으로 지키는 아주 중요한 수단이었습니다.

    그런데 2, 3년 전부터 사람들이 욕할 때 “삽질하고 자빠졌네.” 하면서 그 삽질을 굉장히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되는 걸 보면서 의아하게 생각했습니다. 어쩌다 쓸데없는 짓 한다는 의미로 ‘삽질’을 비유하게 되었는지 아직도 이해가 가질 않습니다. 삽질로 시작한 생명농업이 발전하여 산업사회가 됐고, 더 나아가 지금은 지식정보화시대로까지 왔지만 그것이 다 삽질로 출발한 결과물이 아닐까요? 사실 나라가 이만큼 발전한 것이 삽질을 잘한 덕이라고 생각하면서, 나는 힘들었어도 그 삽질에 대한 향수가 아직도 많이 있습니다.

    한 동안은 사람들이 “잘 나가다가 삼천포로 빠졌다.”는 말을 많이 했습니다. 그 말을 듣다 듣다 삼천포 사람들이 들고 일어나서 지금은 그 말 함부로 쓰지 않게 됐습니다. 삼천포가 뭐가 어때서 삼천포로 빠졌다고 부정적 의미로 쓰느냐고 항의한 것입니다.

    아직은 착한 농촌 분들이 삽질에 대한 얘기를 듣고도 가만히 있을 수도 있고 아니면 인터넷을 가까이 하지 못해서 접하지 못했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항의를 해서 고치는 게 아니라 하필이면 왜 그렇게 표현을 하는 지 자제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듣는 농민들 기분 나쁘지 않을까요? 욕을 하시려면 다른 욕도 수없이 많으니까 바꿔 주셨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나는 농촌 출신이고 농업고등학교를 나왔고 대학도 농학과를 나온 순수 농촌 출신 목회자로 ‘삽질’에 대한 용어가 부정적 의미로 사용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최근 우리 사회의 뜨거운 이슈가 되는 있는 4대강 사업이나 세종시 문제 등도 전부 삽질하고 있다고 비난하는 걸 봤습니다. 사람마다 생각도 자유고 표현도 자유지만 비판을 하려면 다른 용어로도 얼마든지 가능할 것입니다. 부디 선량한 농민들 혼란스럽게 하지 말고 다른 용어로 대치해 사용해 주셨으면 하는 마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