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기화된 촛불시위를 바라보는 이성적 시각이 확산되면서 일부 네티즌의 무차별적 집단 행동에 자제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폭발적인 쇠고기 수입 반대 주장에 묻혀 인터넷 공간을 타고 벌어지던 도를 넘어선 행위까지 눈감아주는 양상이 더 지속돼서는 안된다는 우려가 곳곳에서 제기된다.

    26일에는 KBS 황정민 아나운서가 "시위대의 과격해진 모습은 많이 실망스러웠다"고 말해 시위에 찬성하는 네티즌들로부터 집단 몰매를 맞았다. 일부 네티즌이 '황정민 퇴출운동'까지 주장하자 황씨는 자신이 진행하는 프로그램 홈페이지를 통해 "안타까운 마음과 걱정으로 방송을 했는데 진의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다"며 "오해의 소지가 있는 신중하지 못한 발언을 한 점, 진심으로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사과해야 했다. 황씨가 지극히 '상식적'인 발언을 하고도 사과를 해야하는 상황에 의아해하는 시각이 많다.

    한국외국어대 김우룡 교수(언론정보학)는 27일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황씨가 우려의 목소리를 낸 것은 사실을 직시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사회 혼란에 대한 걱정을 표현하는 자유는 용인되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여기에 시비를 걸거나 지나친 비난을 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들다"며 "이성적 사회로 가는 것이 아니라 마음에 안든다고 해서 몰매를 가하는, 마치 최면걸린 사회로 흘러가서야 되겠나"고 지적했다.

    앞서 25일에는 한나라당 이학재 의원이 어이없는 봉변을 당했다. 고등학생이라는 한 네티즌이 노인들이 버스에 타는 사진과 함께 이 의원의 자동차 사진을 포털사이트 다음의 아고라에 게시하고 "이 의원이 촛불집회를 방해할 목적으로 지역구인 인천에서 고엽제 단체 회원을 버스 십여 대에 태워 서울로 보내고 있는 모습"이라고 주장하면서 홈페이지와 국회 사무실이 업무마비 지경에 이르게 된 것. 

    그러나 사진의 진실은 이 의원이 인천 재향군인회와 인천시청 주관으로 열린 6.25 기념행사에 참석하기 위한 참전 노병들에게 인사하는 장면으로 확인됐다. 사실과 무관하게 누구나 집단 공격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다. 이 의원은 "정치적 사안에 대한 의사표현의 자유는 존중돼야 하지만 무책임한 선동성 글을 올리고 그 피해에는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현상은 개선돼야 한다"며 "사실과 무관한 내용을 바탕으로 한 마녀사냥식 여론몰이"라고 비판했다.

    지난달 가장 먼저 네티즌들의 '제물'이 됐던 방송인 정선희씨는 방송에서 하차한 후 "어느새 여러분 반대편에 서서 공공의 적이 돼버린 것이 아닌가 하는 두려움에 하루도 편한 날이 없었다"며 심경을 토로했었다. 당시 일부 네티즌은 정씨의 수차례 해명에도 "본보기로 매장시켜버려야한다"는 등 어거지를 부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