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이동복 북한민주화포럼 대표가 보내온 글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일독을 권합니다>

    오는 10월2일부터 4일까지 평양에서 있을 ‘남북정상회담’ 때 盧武鉉 대통령을 수행할 남측 수행원 명단이 모두 결정된 모양이다. 청와대는 13명의 공식 수행원과 47명의 비공식 수행원 명단을 확정, 발표했다. 이번 방북 수행진의 규모는 50명의 수행기자를 포함하여 200명으로 남북간에 합의가 이루어져 있다. 특히 이번의 경우 공식 수행원에는 외교통상부장관이 누락되고 그 대신 국방부장관이 포함되었다는 사실과 함께 당초 포함되었던 변양균 청와대 정책실장이 신정아 사건으로 落馬하는 椿事가 발생하여 長安의 話題가 되었다.

    이번 盧 대통령의 방북과 관련하여 필자는 한 가지 문제를 제기할 필요를 느낀다. 대통령 부인 權良淑 여사의 同行 문제다. 아직 청와대에서 權 여사의 同行 방북 문제에 관한 공식 발표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權 여사의 방북 참가는 이미 旣定事實化 되고 있다. <연합통신>은 지난 8월10일자 “<정상회담> 靑 ‘권 여사 방북 동행’”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름이 밝혀지지 않은 ‘청와대 관계자’가 “2000년 제1차 정상회담에 金大中 전 대통령의 부인 李姬鎬 여사가 동행했다”며 “權 여사도 당연히 이번 회담에 같이 가게 된다”고 말한 것으로 보도했다. 그 뒤 權 여사의 방북은 누구나 당연한 일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러나, 필자가 제기하는 의문은 權 여사의 방북이 “과연 당연한 일이냐?”는 것이다.

    국제외교에서 국가 간의 ‘정상외교’는 생소한 일이 아니다. 古今東西를 통하여 국가원수들이 서로 직접 얼굴을 맞대고 만나서 현안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古代 王朝 시대 때부터 내려오는 외교 관행 중의 하나다. 東洋史의 경우 秦 帝國의 유산을 놓고 漢楚가 다툴 때 劉邦과 項羽 사이에 있었던 ‘鴻門의 宴’도 그 같은 ‘정상외교’의 한 사례였다. 이 같은 ‘정상외교’의 사례는 東洋은 물론 西洋의 역사를 통해 수없이 발견된다. ‘정상외교’는 크게 두 가지 類型으로 분류된다. 敵對國 간의 ‘정상외교’와 友好國 간의 ‘정상외교’다. 대체로 友好國 간의 ‘정상외교’ 때는 참가하는 국가원수들의 配偶者들도 同行하여 분위기를 부드럽게 하는 데 一助가 되도록 하는 경우가 많지만 敵對國 간의 ‘정상외교’는 참가하는 국가원수들의 配偶者들이 동행하지 않는 것이 通例다.

    같은 友好國 사이에 이루어지는 ‘정상외교’의 경우에도 참가하는 국가원수들의 配偶者들이 실제로 同行하는가의 여부는 ‘정상외교’의 또 다른 類型에 따라 左右되는 것이 通例다. 가령 ‘國賓外交’(영어로는 State Diplomacy)처럼 行事의 측면이 강조되는 ‘정상외교’에는 配偶者들이 흔히 同行하지만 복잡한 현안문제를 다루어야 하는 ‘實務外交’(영어로는 Working Diplomacy) 때는 配偶者들은 대체로 집에 남아 있기 마련이다. 이렇게 볼 때 오는 10월 초 평양에서 열리는 ‘남북정상회담’에 盧 대통령의 配偶者로써 權 여사가 同行하는 문제를 생각해 보기 위해서는 우선 이번의 회담이 과연 어떠한 類型의 ‘정상외교’에 해당하는 것인지를 잘 따져 볼 필요가 있다.

    뿐만이 아니다. ‘정상외교’에 配偶者가 同行하는가의 여부는 다른 국가원수들의 配偶者들이 모두 참가하느냐의 여부에 따라 左右되는 일이기도 하다. 그런데, 그 동안의 ‘정상외교’의 慣例를 보면 ‘정상외교’에 참가하는 특정 국가의 국가원수에게 합당한 配偶者가 없는 경우가 없지 않았다. 그 같은 경우에는 配偶者의 ‘代役’이 등장하기도 했다. 예컨대 해리 트루만 전 미국 대통령과 朴正熙 전 한국 대통령의 경우에는 딸들이 ‘代役’을 맡기도 했고 蔣介石 ‘중화민국’ 총통은 부인이 독자적인 외교활동으로 해외여행 중일 때는 그의 며느리를 ‘代役’으로 활용하기도 했다. 

    이번 정상회담의 경우 盧 대통령의 북측 相對方인 金正日은 지금 配偶者의 존재 여부가 분명치 않은 사람이다.  金正日은 配偶者 관계가 매우 복잡한 사람이다. 그 동안 ‘金正日의 女人’으로 알려졌던 女性들은 여럿이었다. 알려진 사람들만 해도 홍일천, 성혜림, 김영숙, 고혜림 등이 있다. 이들 女人 가운데서 金正日은 성혜림과의 사이에서 金正男이라는 맏아들을 얻었고 고혜림과의 사이에서는 金正哲과 金正雲이라는 두 아들을 얻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金正日과 이 女人들과의 관계가 어떠한 관계인지는 알려진 것이 없다. 그 가운데 어느 누구가 金正日의 正妻인지는 물론 金正日과 그녀들 사이의 관계가 婚姻의 관계인지, 內緣의 관계인지, 아니면 단순한 同居女의 관계인지의 여부조차 분명치 않다. 더구나, 이들 여인들 가운데 김영숙을 제외한 세 명은 모두 세상을 떠난 사람들이고 살아있는 김영숙의 近況에 대해서는 알려진 사실이 없다. 

    2000년6월 金大中 대통령(당시)의 평양 방문 때 부인 李姬鎬 여사가 同行했다. 이때는 金正日의 마지막 女人 고영희가 아직 살아 있을 때였다. 그러나, 李 여사가 평양에 가 있는 동안 문제의 女人 고영희는 모습도 보여주지 않았다. 金大中 씨가 金正日과 회담하는 동안 李 여사는 갈 데 없는 한 낱 觀光客이었다. 그녀는 金正日이 주최한 만찬에 참석했지만 이 자리에서도 그녀는 상대가 없는 ‘꾸어다 놓은 보릿자루’였다. 그러나, 그 고영희도 이제는 세상 사람이 아니다. 2004년 암으로 사망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이번 盧 대통령의 방북에 權 여사가 同行하게 된다면 사람들을 궁금하게 만드는 일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즉, 고영희 이후의 金正日에게 또 다른 새 女人이 생겼는지, 생겼다면 과연 그녀는 누구인지, 그리고 이번에 盧 대통령의 평양방문 기간 중 그녀가 金正日의 퍼스트레이디 役을 수행할 것인지의 여부가 궁금증의 대상인 것이다.

    이 문제에 관하여 남쪽의 언론들은 지금 새로운 女人을 등장시키고 있다. 김옥(43세)이라는 女人이다. <연합통신>은 지난 8월10일자 기사에서 “이번에 權 여사가 평양에 갈 경우 그녀의 북측 상대역은 김옥”이라고 보도했다. 이 기사에 의하면 김옥이라는 女人은 “고영희 생전에는 金正日의 서기(비서)로 각종 공식 행사에 참석하고 金正日이 참석하는 외교 행사에도 모습을 보여주었으며 고영희 死後에는 국방위원회 과장 자격으로 金正日이 참석하는 각종 행사에 배석했을 뿐 아니라 金正日과 同居하면서 사실상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수행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정도의 <연합통신> 기사만으로는 과연 문제의 새 女人이 북한의 퍼스트레이디로서의 자격을 구비해서 가령 儀典의 차원에서 남쪽의 퍼스트레이디인 權 여사의 상대역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며 또 실제로 그렇게 할 것인지의 여부를 판단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렇게 되면, 이번 盧 대통령의 평양방문 때 權 여사가 퍼스트레이디의 자격으로 夫君을 同行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의 여부는 國論의 차원에서 檢證이 필요한 사항이 아닐 수 없다. 만약 퍼스트레이디로서의 訪北이 불가능하다면, 그래서 그녀의 평양방문 성격이 실질적으로 觀光 성격을 이탈하지 못 하는 것이 된다면, 그녀는 이번 평양방문에 참가하지 아니 하는 것이 옳다. 만약,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겠다면, 그녀는 당연히 공식 대표단의 일원이 아니라 私的인 비공식 수행원이 되어야 하고 그녀의 旅費는 당연히 國庫 부담이 아니라 自費 부담이 되는 것이 마땅하다. 盧 대통령 내외는 이 같은 상식의 차원에서 權 여사가 이번 평양방문에 참가하는 문제를 재검토해야 한다.

    그러나, 權 여사의 평양방문에는 이보다도 더 심각하게 검토가 필요한 측면이 있다. 그것은 그녀의 평양방문은 북한에 의해 엉뚱하게 이용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것이다. 權 여사의 家族歷 때문이다. 이미 公知의 사실이지만 權 여사의 親庭은 6.25 전쟁 중에 북한 공산주의자들에게 附逆한 가정이다. 權 여사의 親庭 父親이 6.25 전쟁 기간 중 慶南 昌原에서 ‘창원군 노동당 부위원장’ㆍ‘반동분자 조사위원회 부위원장’의 직책을 가지고 북한군에게 附逆하면서 9명의 지방 유지들을 虐殺하는 데 가담한 인물로 大檢察廳이 발행한 ‘左翼事件 實錄’에 기록되어 있다는 사실이 모든 인터넷 포탈사이트들에 수록되어 있다. 이 같은 家族歷을 가진 權 여사가 대한민국 대통령 부인의 자격으로 평양을 방문했을 때 만의 하나라도 북한측이 權 여사를 ‘革命同志’의 遺族으로 상대한다면 어떠한 사태가 전개될 것인지는 想像하기조차 두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만약, 북한측이 權 여사의 평양방문 기간 중 이 같은 權 여사의 家族歷을 언급하면서 權 여사에게 남다른 ‘동지적 紐帶感’을 표시한다면 權 여사는 이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 것이며 그의 夫君인 盧 대통령은 이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더구나 만의 하나라도 북한측이 權 여사의 아버지이자 盧 대통령의 丈人의 ‘혁명투쟁’ 경력을 ‘이유’로 들이대면서 盧 대통령 내외나 아니면 權 여사의 金日成 墓所 참배를 요구하는 不祥事가 발생할 가능성은 없는가? 만의 하나라도 그 같은 북한측 요구가 있게 된다면 盧 대통령 내외는 이에 대해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하는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더군다나, 지금 인터넷의 다움, 네이버, 야후, Google을 포함한 모든 포탈사이트를 열어서 ‘盧判石’이라는 이름을 검색하면 그의 6.25 전쟁 기간 중 附逆 사실에 관한 믿기 어려운 주장들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고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盧判石’은 盧 대통령의 작고한 先親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盧判石’의 이 같은 附逆 사실에 관한 믿기 어려운 주장들이 이들 인터넷 포탈사이트에서 봇물을 이루고 있는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닌데도 이 정부에서는 이에 대해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아니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정부도 그 같은 주장을 사실로 수용하고 있다는 것인가?

    이 같은 상황에서, 더구나 북한측에는 실질적으로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할 수 있는 女人의 존재 여부가 의심스러워서 그녀가 가더라도 실제로는 觀光客에 불과할 것임이 분명한 데도, 權 여사가 그 같은 위험을 무릅쓰면서 국가예산을 가지고 평양으로의 夫婦 同伴 여행을 고집하는 것이 과연 온당하고 현명한 일일까의 여부에 대해서는 權 여사 스스로도 深思熟考가 필요할 뿐 아니라 국민적 차원에서도 활발한 토의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아무래도 이 문제에 관해서는 盧 대통령 내외가 李下不整冠 瓜田不納履의 故事成語로부터 지혜를 얻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