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 5일 사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기대하며 소개합니다.

    미국 의회조사국 래리 닉시 선임연구원은 2일 “노무현 정부는 주한미군이 한반도 바깥 동북아에서 일어나는 분쟁에 투입되는 데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렇다면 미국은 주한미군의 공군력을 한반도에서 미리 빼내 공군의 전략적 유연성 문제에 대한 남한과의 분란 소지를 미리 없애버릴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또 “주한 미 공군이 사격장이 없어 훈련을 못하는 문제가 미 공군의 한국 주둔에 대한 재평가작업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며칠 전 미국 언론인 리처드 핼로란의 주한미군 전면 철수론에 이어 이번에는 주한 미 공군의 철수가 다시 미국 내에서 논의되고 있다. 주한미군 철수 논의의 본격적 불이 지펴지고 있는 느낌이다.

    해외주둔 미군을 어느 한 지역에 붙박이처럼 묶어두지 않고 기동성을 높여 필요에 따라 분쟁 지역에 투입하겠다는 ‘전략적 유연성’은 미국의 전 세계 미군재배치계획(GPR)의 핵심이다. 주한미군만 예외일 수는 없다. 닉시 연구원은 한국정부가 ‘주한미군이 동북아 다른 지역분쟁에 개입돼선 곤란하다’는 입장인 만큼 한국과 성가시게 승강이를 벌일 일이 아니라 주한미군을 미리 빼내자는 것이다. 미 행정부·의회에서 이런 소리가 공공연하게 들려오는 데도 윤광웅 국방장관은 “작전통제권을 거둬들여도 주한미군은 계속 주둔하기로 약속이 돼 있다”는 소리만 되풀이하고 있다. 동맹관계가 기본적으로 ‘주는 것’과 ‘받는 것’ 사이의 균형 위에 서 있다는 원리조차 모르고 있는 것이다.

    주한 미 공군의 A10기는 작년 8월 매향리사격장 폐쇄 이후 국내에서 훈련할 곳이 없어 지난 1월 태국에 가서 훈련했다. 적어도 두 차례 이상 공중급유를 받고 중간에 오키나와나 필리핀, 싱가포르에 기착했을 것이라고 한다. 미국이 이런 불편과 부담을 감수하고서라도 한국 내 공군기지를 반드시 유지하겠다고 할 이유가 없다. 미국 동북아지역 관리의 기본 축은 미일동맹이며 한미동맹은 그것을 보완하는 기능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한미동맹은 그만큼 가변적이다.

    따라서 우리가 우리의 필요에 의해 한미동맹을 유지하려면, 우리 역시 그만한 대가를 내놓아야 하는 것이다. 이것이 동맹의 경제학이다. 남(南)의 집권세력은 자주의 허깨비에 넋을 놓고 있고, 국방장관이란 사람 역시 이 지경이니 노병들이 편한 잠을 이루지 못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