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보수사회의 소수파다. 특히 온라인에서 볼 수 있는 일반 보수파들과 다른 내용의 주장을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렇다. 그래서 그런지 나는 노무현 대통령의 이종석 비호 발언에 대해 일반적인 보수인들과는 다른 생각을 갖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전반적으로 대북 정책이나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 또한 보수인들과는 약간 다른 편이다.

    내가 아래에 전개할 내용을 읽기에 앞서 다시 한번 이 점을 잘 생각해 보기 바란다. 적어도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은 보수사회 전체의 논리에 무작정 동조해서는 안된다. 보수사회 자체에 다양한 생각이 존재할 수 있음을 인정해야 하고, ‘노무현’이란 상대가 그리 만만치 않은 상대란 점을 인정해야 한다.

    노회한 정치꾼 노무현의 계산된 술수

    노무현 대통령(이하 노씨)의 두뇌는 대단하다. 그는 치밀한 두뇌로 약한 자기 세력을 가지고 강한 적들을 무찔러 왔다. 칼럼니스트 김동렬은 징기스 칸을 이야기하며 은근히 노씨와 징기스 칸을 비교하고 있다. 징기스 칸 역시 약한 세력을 가지고 강한 세력들을 격파해가며 살아 남았다는 주장이다.

    김동렬의 주장에 따르면 징기스 칸은 언제나 다른 강한 세력에게 약하게 보이는 수법으로 치밀한 대응책을 세워 놓은 다음 그들의 도발을 유도해 제압했다고 한다. 마찬가지다. 보수사회는 노씨와 그의 추종세력들에게 많이 당해왔다.

    그러니까 이제 제발 정신차려야 한다. 정치판에서는 강한 것이 옳은 것을 이긴다. 다시 한번 강조하겠다.

    정치판에서는 강한 것이 옳은 것을 이긴다

    최근 노씨가 이종석 장관을 비호하고 나섰다. 이종석 장관의 미국 실패 발언이 설득력있다는 말이다. 중앙일보에 보도된 기사 내용 가운데 노씨가 했다는 질문 몇 개를 소개하겠다.

    ‘그러면 북한 목조르기라도 하자는 말씀이십니까'
    '의원님께서는 미국은 일체 오류가 없는 국가라고 생각하십니까'
    '미국의 오류에 대해서는 한국은 일체 말하지 않아야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노무현 대통령의 친미-반미(+비미) 대결구도 만들기 책략

    노씨의 의도는 바로 여기에 있다. 노씨는 2007 대선 구도를 친미세력 대 반미(+비미)세력의 대결구도로 몰아가려 시도하고 있다. 비미세력은 미국을 비판하는 세력을 말한다. 미국을 아예 적대시하는 세력은 아니지만 미국을 고운 눈으로 보지 않는 세력을 의미한다.

    단언하건대 노씨가 원하는대로 친미 대 반미(+비미)의 대결구도로 가면 보수의 정권탈환은 이뤄지기 힘들다. 우선 2002년 대선구도가 재현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2007년은 여중생 사건 5주기의 해이며 87년 6월 항쟁 20주년의 해다. 진보좌파 운동권들에게 있어 2007년은 어마어마한 의미를 가진다.

    게다가 2007년은 사실상 진보좌파+반 한나라세력과 한나라+보수세력의 최후의 대결장이다. 2007년 대선에서 한나라+보수세력이 패배하면 2012년 대선은 더욱 힘들어진다. 거의 가능성이 없다는 표현이 옳을 수도 있다.

    중앙일보 최원기 기자는 조인스닷컴의 칼럼을 통해 노 대통령이 틀렸다고 비판했으나 그것은 정치적으로는 큰 의미가 없다. 앞서 말한대로 정치판에서는 강한 것이 옳은 것을 이긴다. 더 자세히 설명하면 최 기자의 칼럼이 옳고 그르고를 떠나 대중은 자기가 듣기 더 좋은 이야기를 선택한다는 말이다.

    노씨의 질문을 자세히 보라. 마치 이종석 장관을 공격하는 보수성향의 의원들이 미국에 굴종하는 사대주의자들이며, 미국의 손에 놀아나 한민족인 북한의 ‘목을 조르는’ 세력으로 보이게 만들고 있다.

    한국 보수, 대북-대미정책 분명한 원칙세워야

    많은 노 대통령 지지자들이 한나라당을 ‘숭미 사대주의’ 정당으로 깎아내린다. ‘숭미’라는 말은 미국을 숭배한다는 뜻의 신조어다. 그러나 정작 한나라당의 기반인 보수사회에서 잘못 못지 않게 좋은 업적이 크다고 인정하고 있는 박정희 전 대통령은 F-16 전투기를 한국에 팔지 않겠다고 말한 미국 하비브 대사에게 재떨이를 집어던졌다. 초강경 보수발언으로 인해 젊은이들에게 많은 비난을 받고 있는 지만원 박사는 월남에서 복무하던 시절 거만한 미군 소령의 발 아래 총알 세례를 퍼부었다.

    이런 정도 사례만 봐도 한국 보수사회를 숭미 사대주의 집단으로 보는 일부 노 대통령 지지자들의 시각은 잘못되었다. 그러나 이제 한국 보수사회는 북한과 미국에 대한 원칙을 세울 필요가 있다. 솔직히 말하면 한국 보수사회구성원들 가운데 일부는 마치 미국의 국익이 한국의 국익인 양 주장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물론 그들의 숫자는 아주 소수에 불과하다. 하지만 목소리가 원체 커서 마치 그들이 보수사회를 대변하는 것처럼 대중들이 착각하게 만든다.

    이제 침묵하는 다수의 보수가 일어나야 할 때다. 한국은 한국이고, 미국은 미국이다. 절대 다수의 선량한 한국 보수는 이 땅에서 전쟁은 없어야 한다는 사실을 명확히 하고 다시 한번 북한에 강한 경고를 해야 한다. 그리고 미국의 입장을 자세히 분석하고 북한과 미국의 사이에서 한국 보수만의 목소리를 정립해야 할 필요가 있다.

    한국 보수는 한국 보수고, 미국은 미국이다. 한국 보수와 미국의 이익이 겹치는 경우도 있지만 서로 다른 경우도 있다. 이제 용기있는 보수인들은 나서서 말해야 한다. 한국 보수와 미국의 이익이 다를 수도 있다고 말하면 ‘왜 좌파 편 드느냐’고 짜증을 내는 경직된 보수인들과 과감히 손을 끊어라.

    경직된 보수인들과 계속 같은 목소리를 내면 우리는 노회한 정치꾼 노무현 대통령의 계산에 말려들어 반미(+비미)세력 대 친미사대주의 세력의 대결구도라는 노씨가 바라는 전장으로 밀려 들어가게 될 것이다.

    선거는 구도싸움이다. 편이 어떻게 갈리느냐에 따라 선거의 판세가 결정된다. 나당 연합군이 침공해 백제가 망할 때 충신 성충은 기벌포와 탄현을 막으면 산다고 했다. 나는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강조하겠다. 선거에서는 강한 것이 옳은 것을 이긴다. 따라서 지금은 노씨의 노회한 계산에 말려들지 말고 우리의 목소리를 찾아야 한다. 우리의 목소리가 무엇인지는 차후에 정리하도록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