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뜻 같이하면 누구라도 협력할 용의 있다"'빅텐트' 현실화… 중도층 표심 제3지대 쏠릴 가능성국민의힘·민주당 공천 탈락자 합류 규모 최대 변수
  • ▲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1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더불어민주당 탈당 선언'을 위해 기자회견장으로 향하고 있다. ⓒ서성진 기자
    ▲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1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더불어민주당 탈당 선언'을 위해 기자회견장으로 향하고 있다. ⓒ서성진 기자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탈당을 선언하면서 총선을 앞두고 제3지대를 중심으로 하는 야권 개편 움직임이 본격화했다. 

    이 전 대표는 11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4년 동안 몸담았던 민주당을 벗어나 새로운 위치에서 새로운 방식으로 대한민국에 봉사하는 새로운 길에 나서기로 했다"며 탈당을 선언했다.

    탈당 사유로 이 전 대표는 "민주당이 자랑했던 김대중과 노무현의 정신과 가치와 품격은 사라지고, 폭력적이고 저급한 언동이 횡행하는 '1인정당' '방탄정당'으로 변질했다"며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겨냥했다. 

    이 전 대표는 지난 10일 하루 먼저 민주당을 탈당한 '원칙과상식(김종민·이원욱·조응천)'과 협력하겠다고도 밝혔다. 

    이 전 대표는 다음주 초 창당준비위원회를 띄우고 본격적인 신당 창당 준비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원칙과상식과 이 전 대표가 당을 떠나면서 민주당은 사실상 분당 수순을 밟게 됐다. 특히 문재인정부에서 당 대표와 국무총리를 역임한 이 전 대표의 탈당은 민주당 지지층 분산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야권이 4월 총선을 앞두고 분열하면서 제3지대에서 각각의 정치세력 간 연대 가능성이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이 전 대표와 원칙과상식을 제외한 제3지대 '키맨'으로는 이준석 개혁신당(가칭) 정강정책위원장, 금태섭 새로운선택 공동대표, 양향자 한국의희망 대표 등이 꼽힌다. 이들 모두 연대 가능성을 열어둔 상황이다. 

    이 전 대표는 "뜻을 같이하는 사람은 누구라도 협력할 용의가 있다"며 "양당 독점의 정치구도를 깨는 일, 그게 만만찮은 일이다.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빅텐트'가 현실화할 경우 기존 거대 양당을 불신하는 중도층의 표심이 이들에게로 향할 가능성도 크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30% 내외를 기록하는 중도층 지지율이 한데 모인다면 새로운 원내교섭단체(20석 이상) 탄생도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니다.

    제3지대 연대가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먼저 시간이 촉박하다. 총선을 90여 일 앞두고 아직 신당 창당도 하지 않은 상황에서 본격적인 공천 준비에 들어가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된다. 

    공전을 거듭하고 있는 선거제 개편도 변수다. 거대 양당이 병립형 회귀에 합의한다면 신당의 원내 진입은 어려워진다.    

    기존에 정치적 노선을 달리하던 이들 간 화학적 결합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민주당계는 '반이재명', 국민의힘계는 '반윤석열'을 기치로 내세워 당을 나왔지만 이들을 하나로 묶는 이념과 정체성이 불분명한 상황이다. 

    민주당 내 추가 탈당이 이 전 대표의 세력 확보로 이어질지도 관건이다. 친명 원외 인사들이 비명계 현역의원 지역구 출마를 노리는 사례가 늘면서 '비명계 사냥'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공천에서 탈락한 비명계 의원들이 당을 탈당해 신당에 합류하는 시나리오를 배제할 수 없다. 

    민주당 의원 평가에 따른 현역 하위 20%에 속한 의원들이 당에 불만을 갖고 탈당할 가능성도 있다. 이들은 경선 득표율의 20~30%를 감산 적용받아 사실상 공천받기가 어렵다. 민주당은 의원 평가를 마쳤지만 아직 의원들에게 결과를 통보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내에서는 이 전 대표의 탈당을 반기지 않는 분위기도 상당하다. 이날 이 전 대표가 탈당을 선언하기 전 민주당 의원 129명이 성명을 내고 탈당을 만류했다. 친낙계 양기대 민주당 의원도 페이스북에 "이낙연 대표님! 아홉 개가 다르고 하나만 같아도 같이할 수 있는 게 정치"라며 탈당 재고를 요청했다. 이 전 대표 탈당 기자회견에는 김종민 의원만 모습을 비췄다.

    이 전 대표의 복심으로 통하던 윤영찬 민주당 의원마저 자신이 속한 원칙과상식이 탈당을 선언하기 30분 전 민주당 잔류를 선택했다. 

    친낙계로 꼽히는 민주당의 또다른 의원은 뉴데일리와 통화에서 "아직 때가 안 됐는데 서두르면 안 된다고 이낙연 전 대표에게 말했다"며 "이 전 대표가 화가 많이 나서 참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탈당 기자회견을 마친 뒤 '친낙계 의원들에게 신당 합류를 설득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정치인의 거취에 대해 함부로 말해서는 안 된다"며 "제3자가 말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일축했다.

    제3지대 신당의 성공 여부는 국민의힘 공천 탈락자들이 얼마나 합류할지도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