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단·방법 가리지 않고 이기면 된다는 건 민주당과 다를 바 없어""저는 선봉에 서지만, 비대위원은 나라 나아지도록 만들어 달라""내부 권력 암투할 시간에 상대 당의 왜곡 선동에 맞서자"
  • ▲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9일 국회에서 열린 제1차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서성진 기자
    ▲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9일 국회에서 열린 제1차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서성진 기자
    내년 총선에서 국민의힘의 승리를 견인해야 하는 한동훈 비상대책위원회가 공식 출범했다. 한 비대위원장은 자신이 임명한 비대위원을 한 명씩 소개하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더불어민주당이 아닌, 명분과 원칙을 지키면서 승리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위원장은 특히 그간 국민의힘 내부 분열로 지도부가 임기를 다 채우지 못했던 만큼 총선을 앞두고 결집을 강조했다.

    내년 총선 견인할 한동훈 체제 공식 출범

    국민의힘은 29일 당 심의·의결기구인 상임전국위원회를 열고 '비상대책위원회 위원 임명안'을 의결했다. 상임전국위원 66명을 대상으로 ARS 투표를 진행한 결과 59명(투표율 89.39%)이 투표에 참여해 57명이 찬성(찬성률 96.61%)했다.

    한 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첫 비대위 회의에서 "농구에서 '피벗(pivot) 플레이'라는 것이 있는데, 한 발을 지탱하고 다른 발을 움직여야지 두 발 다 움직이면 반칙"이라며 "우리는 동료시민과 나라의 미래를 위해 반드시 (총선에서) 이기기 위해 모였지만, 한 발은 반드시 공공선이라는 명분과 원칙을 떼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우리는 (승리를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전략을 다 동원할 것이지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도 이기기만 하면 된다는 식의 플레이는 우리가 민주당과 다를 게 없어지는 것"이라고 강조한 한 위원장은 "우리 사회의 격에 맞는 명분과 원칙을 지키면서도 이기겠다는 우리의 결심이 오히려 우리를 승리하게 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합종연횡하듯 사극 찍고 삼국지정치 하지 말라"

    그러면서 한 위원장은 총선을 앞두고 내부 결집을 당부했다. 한 위원장은 "우리는 소수당이고 상대는 똘똘 뭉쳐 있다. 우리가 우리끼리 내부 권력에 암투할 시간과 에너지가 없다. 그럴 시간에 상대 당의 왜곡 선동에 맞서자"며 "내부에서 궁중암투와 합종연횡하듯 사극을 찍고 삼국지정치를 하지 말라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한동훈 비대위'는 한 위원장과 지명직 비대위원 8명(구자룡·김경율·김예지·민경우·박은식·운도현·장서정·한지아), 당연직 비대위원 2명(윤재옥 원내대표·유의동 정책위 의장) 등 총 11명으로 구성됐다. 대변인은 인재 영입으로 들어온 호준석 전 YTN 기자가 맡는다. 

    한 위원장은 비대위원들을 사석에서 따로 보지 않고 이날 비대위 첫 회의에서 대면했다고 한다.

    한 비대위원장은 평균 43.7세의 비(非)영남권 인사들을 지명직 비대위원으로 발탁하며 '586'(50대·80년대 학번·60년대생) 운동권이 주류인 민주당과 차별화에 방점을 뒀다. 지난 3·8전당대회로 출범한 김기현 지도부 7명의 평균나이(53.6세)보다 10세 가까이 젊어졌다.

    특히 민경우·김경율 비대위원은 한 위원장이 강조한 '운동권 청산'을 앞세우기 위한 인물이다. 민 비대위원은 과거 운동권에서 활동했으나 이른바 '조국사태' 이후 정치적 견해를 바꿔 운동권 청산을 주장해왔다.

    한 위원장은 "기득권과 싸우다가 누구보다 견고한 기득권층으로 변한 운동권의 특권정치 청산에 앞장서주실 분"이라며 "386·486·586을 위한 정치가 아닌, 동료시민을 위한 정치를 바로 세워주실 분이라고 기대"했다.

    김 비대위원은 이른바 '조국 흑서'로 불리는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의 공동저자로 유명하다.

    한 위원장은 "20년 넘게 정치권력·자본권력을 감시하면서 공익활동에 헌신하셨고, 조국사태로 드러난 진보의 위선을 통렬하게 지적해왔다"며 "우리 팀이 위선과 타협하지 않고 참된 길로 오롯이 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시기를 기대"했다.

    한동훈 "비대위원, 국힘 이익 대변해 달라는 것 아냐"

    장 비대위원은 직을 맡기까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색채가 씌워질까 걱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위원장은 "장 비대위원이 꼭 국민의힘을 지지하거나 저를 지지해야 하느냐고 했는데, 제 대답은 그렇지 않아도 좋다는 것"이었다며 "이번 총선은 정치적 싸움의 장이 될 것이다. 저는 선봉에 설 것이지만, 장 비대위원이 그 싸움에 나서 달라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우리나라와 동료시민이 좀 더 나아지는 데 과실을 만들어 달라는 부탁"이라고 설명한 한 위원장은 "국민의힘을 위해 앞장서서 우리의 이익을 대변해 달라든가 우리의 잘못을 '실드' 쳐 달라는 것이 전혀 아니다"라고 언급했다.

    한 위원장은 첫 비대위 비공개 시간에 다양한 의견개진을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정하 국민의힘 대변인은 비대위 후 "한 비대위원장이 '우리 내부에서 흉금 없이 이야기하자. 국민의힘이란 자유민주주의 정당이기에 다양한 이야기가 많아야 하고, 그게 힘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