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적 쇄신 제안한 혁신위… 與 지도부, '묵묵부답'으로 일관"혁신 의지 담긴 명확한 정치 메시지조차 내놓지 않는 게 문제"김기현 "계속 혁신해나갈 것"… 혁신 진정성 지적 의식했나
  • ▲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취재진 질문을 받으며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취재진 질문을 받으며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국민의힘 내에서 당 혁신위원회의 혁신안건 제안에도 지도부가 요지부동하자 김기현 대표의 혁신 의지에 의문부호가 쏟아지고 있다.

    김 대표는 지난 10월 서울 강서구청장보궐선거 참패 이후 전면적인 쇄신을 공언하며 혁신위를 띄웠다. "전권을 주겠다"는 약속도 했다.

    이후 혁신위는 총선을 앞두고 지도부·친윤(친윤석열)·중진 의원 등 '주류 희생안'을 혁신안건으로 제안했다. 혁신위가 당 체질 개선의 출발점이 인적 쇄신이라고 판단,  인물 수혈을 위해 '주류 희생안'을 6호 안건으로 내놓은 것이다. 

    그러나 이를 기점으로 국민의힘 내에서는 혁신위와 지도부 사이의 파열음이 계속됐다. 혁신의 칼날이 지도부로 향하자 불쾌감을 여과 없이 드러낸 것이다.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혁신안 호응 압박 수단으로 자신을 공천관리위원장에 추천해 달라는 강수를 두자 김 대표는 단칼에 이를 거절했다. 

    김 대표는 혁신위가 당·정 관계 재정립을 언급했음에도 자신의 지역구인 울산을 찾아 '윤심'(윤석열 대통령 의중)을 내세우며 윤석열 대통령과 친분을 과시하기도 했다.

    혁신 방향과 역행하는 지도부의 행보가 계속되자 당 안팎에서는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전환 가능성이 언급됐다. 다만 김 대표가 김재원 전 최고위원의 사퇴로 공석이던 자리를 채워 '김기현 체제'를 공고히 하면서 일단락됐다. 

    국민의힘 당헌·당규에 따르면, 4명 이상의 최고위원이 사퇴하면 비대위 구성 요건을 갖추게 된다. 5명의 최고위원 중 2명의 최고위원만 있으면 대표직 유지가 가능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에 김 대표가 '김기현 1기 지도부' 사무총장이었던 김석기 의원을 최고위원 자리에 앉히며 체제 굳히기에 들어갔다는 것이 당내 중론이다.

    '김기현 체제'로 총선을 치를 가능성은 높아졌지만, 김 대표의 리더십 부재와 관련한 지적이 출범 이후 꼬리표처럼 따라다닌 데다 혁신위와 신경전을 벌이며 잡음을 만든 만큼 김 대표를 향한 비판 여론이 들끓고 있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통화에서 "전권을 가진 혁신위인 만큼 총선 직전 국민에게 변화하는 모습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달라진 것이 없다"며 "혁신위는 결국 빛 좋은 개살구였다"고 개탄했다.

    다만 김 대표는 4일 오전 국회에서 "계속 혁신해 나가겠다"며 혁신 의지를 재확인했다. 김 대표는 혁신안 외면으로 비판 여론에 직면한 것을 인식한 듯 "우리 당은 끊임없이 혁신해왔고, 앞으로도 계속 혁신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국민의힘 내에서는 김 대표가 혁신 의지를 제대로 피력하기 위해서는 어떤 형태로든 명확한 메시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민의힘 지도부 관계자는 통화에서 "김기현 대표의 정치적 메시지가 중요한 상황"이라며 "원희룡 장관처럼 당과 국가를 위해서라면 무슨 역할이든 하겠다는 정도의 의지가 담긴 메시지를 내는 것은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지 않겠나. 이 정도 메시지조차 나오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