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5번째 검찰 출석하며 현 정부에 일장훈수"국민을 두려워하지 않는 정권‥ 반드시 심판받아"국힘 "저급한 정치쇼 지켜보는 국민 인내심 바닥"
  •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쌍방울 그룹 대북 송금' 의혹 관련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9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검찰청으로 출석하고 있다. ⓒ공동취재/연합뉴스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쌍방울 그룹 대북 송금' 의혹 관련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9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검찰청으로 출석하고 있다. ⓒ공동취재/연합뉴스
    쌍방울그룹 대북송금 의혹과 관련, '제3자 뇌물' 혐의로 9일 오전 경기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검찰청에 출석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고 했다. 권력이 강하고 영원할 것 같지만, 그것도 역시 잠시뿐이다.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는 정권은 반드시 심판받았다는 게 역사이고 진리"라며 현 정부를 '국민 주권을 부정하는 반국가세력'으로 매도했다.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1번) △위례·대장동 개발 의혹(2번)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1번)에 이어 다섯 번째로 검찰에 출두한 이 대표는 이날 포토라인에 서서 미리 준비한 A4 용지 1장 분량의 입장문을 꺼낸 뒤 "윤석열 대통령은 민주주의 민생파괴, 평화 파괴 행위에 대해서 그리고 국민 주권을 부정하는 국정행위에 대해서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정방향을 전면 전환하고, 내각 총사퇴로 국정을 쇄신해야 한다"며 거꾸로 현 정부에 충고를 건넨 이 대표는 "정치 검찰을 악용해서 조작과 공작을 하더라도 잠시 숨기고 왜곡할 수는 있겠지만 진실을 영원히 가둘 순 없다"고 말한 뒤 조사를 받기 위해 청사 안으로 들어갔다.

    이 대표의 출두 현장에는 조정식 사무총장, 천준호 비서실장 등 민주당 의원 10여명이 참석했고 '개딸'로 불리는 이 대표의 맹렬지지자들과 일부 시민단체 회원들도 청사 앞에 모여 이 대표를 응원했다.

    이 대표와 관련된 대북송금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150쪽에 달하는 질문지를 준비한 검찰은 열흘째 단식 중인 대표의 건강을 고려해 의료진을 조사실(수원지검 15층)과 같은 층에 대기시켰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구급차도 청사 바깥에 정차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이 대표는 조사에 앞서 8쪽짜리 진술서를 제출했는데, 서울중앙지검 조사 때와는 달리 검찰 질문 상당 수에 구두로 답변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검찰은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2019년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요청으로 북한 스마트팜 조성 지원 사업비 500만 달러와, 북측이 요구한 경기도지사의 방북 비용 300만 달러 등 총 800만 달러를 북한에 보냈다는 내용을 이 대표가 알고 있었는지를 집중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은 당시 경기도지사였던 이 대표가 쌍방울의 대납 과정에 관여한 것으로 보고 이 대표를 제3자 뇌물 혐의로 입건한 상태다.

    이 전 부지사는 검찰 조사에서 쌍방울에 방북 추진을 요청한 사실 등을 "이 대표에게 보고했다"고 진술했다가 지난 7일 입장을 번복한 바 있다.

    국힘 "민주투사 코스프레이자 저급한 정치쇼"

    한편 이날 이 대표가 검찰에 출석하면서 윤석열 정부를 '국민 주권을 부정하는 반국가세력'으로 매도하자, 국민의힘이 "민주투사 코스프레"이자 "저급한 정치쇼"라며 이 대표의 처신을 맹비난했다.

    윤희석 국민의힘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벌써 다섯 번째 제1야당 대표의 검찰 출석이다. 이 대표의 저급한 정치쇼를 지켜보던 국민들의 인내심도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윤 대변인은 "(이 대표가) 또다시 '정치 공작' 운운하며 '민주투사 코스프레'를 즐기고 있다"면서 "개인 비리 의혹에 대해 검찰 조사를 받으러 가는 마당에 국민 주권과 민생을 입에 담을 자격이 있느냐"고 꾸짖었다.

    이어 "지은 죄가 너무 많아 수시로 조사와 재판에 불려 다니는 제1야당 대표가 그 흔한 유감 표명 한 번 없이 자동응답기처럼 정치 탄압만 반복하는 모습에 국민은 분노하고 절망한다"며 "국민은 무슨 죄로 이런 제1야당 대표를 지켜봐야만 하냐"고 개탄했다.

    끝으로 "오늘 조사에서 이 대표가 성실히 응답하리라는 기대는 하지 않는다"며 "다만 사법 절차에 있어 그 누구도 특혜를 받을 수 없다는 당연한 원칙은 결코 훼손될 수 없다는 것만은 똑똑히 기억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반면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국회 소통관에서 가진 브리핑을 통해 "무능하고 무책임한 국정 운영으로부터 국민의 시선을 돌리기 위해 이 대표를 제물로 삼아 왔다"며 이 대표와 마찬가지로 윤 정부에 비난의 화살을 돌렸다.

    "경제를 살리고 민생을 살피는 데 집중해도 모자랄 판에 이 대표 수사에만 온갖 정성을 들이는 한심하고 무도한 정권"이라며 "어떠한 혐의도 입증하지 못하면서 지긋지긋한 정치 수사를 이어가는 검찰에 대해 국민의 인내도 한계를 넘어서고 있다"고 맞받아 친 권 수석대변인은 "이 대표와 민주당에 정치적 타격을 입히려는 잔꾀가 정치검찰 특유의 간교함이든, 당·정·검의 합작품이든 분명 역사의 심판대에 오를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