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조사, 거대 야당 입맛 맞는 요구서로 여당 거부 프레임 만들 듯감사원, 조만간 전라북도·여가부 등에 대한 잼버리 사태 감사 착수국민의힘 "감사원 감사 하고 필요하다면 국정조사 요구가 순서"
  • ▲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이종현 기자
    ▲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이종현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와 관련해 연일 국회 국정조사를 촉구했다. 감사원이 조만간 잼버리조직위원회와 전라북도·여성가족부 등을 대상으로 감사를 벌일 예정이지만, 이를 믿을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국정조사는 국회의장이 직권으로 본회의에 상정하지 않을 경우 여야 협의가 필요한 사안이다. 여권은 민주당이 거대 야당 입맛에 맞는 국정조사 요구로 정부와 국민의힘이 진상조사를 거부한다는 프레임을 씌워 총선을 앞두고 현 정부 심판론을 내세우려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연일 잼버리 국회 국정조사 촉구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는 14일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잼버리 사태와 관련해 "책임을 느껴야 한다. 그래야 집권세력이 가질 수 있는 최소한의 자세를 갖는 것"이라며 "감사원을 동원해 본질을 흐리려는 시도를 포기하기 바란다. 국정조사의 필요성이 충분하다"고 밝혔다.

    박찬대 민주당 최고위원도 "정부·여당은 문제가 생기자마자 전 정부 탓, 지자체 탓을 하며 빠져나갈 궁리를 하고 있다"며 "윤석열 정부의 무대책과 무능력, 무책임이 잼버리 대회 파행의 근본 원인이라는 것에 다수의 국민이 공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잼버리 사태는 2017년 8월 유치 확정 이후 기반시설을 마련한 문재인 정부 5년과 실제 잼버리를 운영한 윤석열 정부 1년으로 나뉜다.

    윤석열 정부는 태풍 카눈 등의 영향으로 '새만금 잼버리'를 '코리아 잼버리'로 변경해 전국에서 진행했다. 폭염과 태풍은 어쩔 수 없었다지만, 집중호우 이후 배수 문제 등 시설 조성이 미흡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원택 민주당 의원이 지난 7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기반시설을 구축하는 것은 아무래도 문재인 정부가 역할을 했어야 하는 것"이라고 말할 만큼 민주당 내부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다.

    1000억원이 넘는 잼버리 관련 예산 중 130억원이 화장실·샤워장 등 야영장 시설 조성 등에 사용되며 부적절한 예산 집행이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감사원은 잼버리 부실운영과 관련해 조만간 대회를 유치한 전라북도와 주무부처인 여가부 등을 대상으로 감사에 착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원 믿지 못하겠다며 조사 주도권 쥐려 하나

    민주당은 감사원 감사를 믿을 수 없다며 국정조사를 통해 윤석열 정부의 무능을 밝히겠다고 벼르고 있다.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윤석열 정부는 대규모 국제행사를 성공적으로 개최하며 국가적 위상을 드높여왔던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역사에 오점을 남겼다"며 "과거와 달라진 것은 오직 하나 정권이 바뀐 것뿐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당선 후 1년 반 동안 무엇을 점검하고, 무슨 대책을 세운 것인가"라고 추궁했다.

    권 대변인은 "민주당은 이번 잼버리 참사의 진상을 낱낱이 밝혀내 반복되는 윤석열 정부의 총체적 무능력과 무책임을 바로잡겠다"고 다짐했다.

    잼버리 공동 조직위원장인 김윤덕 민주당 의원도 13일 기자회견에서 "신속한 국정조사"를 요구했으나, 여권에서는 민주당이 총선용 카드로 활용하려는 것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국정조사는 여야 간 여러 협의가 필요해 신속함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다.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국정조사요구서는 재적의원 4분의 1의 동의를 얻어 제출할 수 있다. 국회 본회의에서 재적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과반이 찬성하면 국정조사계획서 승인이 이뤄진다. 

    299석 중 168석인 민주당이 본회의에서 밀어붙일 수 있으나, 국회의장이 직권으로 상정하지 않는 한 본회의 안건 상정에는 여야 협의가 필요하다. 조사의 목적, 조사할 사안의 범위와 조사 방법, 조사에 필요한 기간 등도 협의해야 하는 만큼 여야가 첨예하게 다투는 사안에 대해서는 신속성이 떨어진다.

    다른 야당과 협조해 거대 야당 입맛에 맞는 국정조사요구서를 만들고 이를 국민의힘이 거부할 경우 진상조사 거부 프레임을 씌우려는 의도로도 풀이된다. 실제로 이태원참사 국정조사 당시 조사 대상을 대통령비서실·국가안보실·대통령경호처와 국무총리실 내 국무조정실, 수사기관, 서울시 등 폭넓게 담기도 했다.

    국민의힘 "감사원 감사로 대회 유치부터 종합적 원인 따져야"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강원도 현장에서 민주당의 국정조사 추진에 "우선 감사원의 정밀감사를 통해 밝혀야 할 부분이고, 그 다음에 필요하다면 국정조사를 하자는 것이 순서가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이제 곧 감사원의 감사가 시작될 것"이라며 "대회 유치부터 그 많은 예산의 적정 사용 여부, 부실한 준비 전반, 조직위 운영 등 종합적으로 원인과 책임 소재를 철저히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원내 관계자는 뉴데일리와 통화에서 "민주당이 국정조사 냄새만 풍기고 윤재옥 원내대표에게 정식 제안해온 것은 없다"며 "야당 입장에서는 국정조사 말고는 카드가 없겠지만, 사실상 이재명 대표 사법 리스크 뭉개기 아니냐"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