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르지도 않았는데 '퇴짜'… 지지자·유튜버 뒤엉켜 아수라장 방불 宋, "주위사람을 괴롭히지 말고 저 송영길을 구속해 주시길 바란다"與 수석대변인 "피의자가 조사 시점 통보… 몰염치 촌극" 지적
  • ▲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 의혹의 핵심 인물인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자진 출석, 검찰 출입을 거부 당한 뒤 입장을 밝히고 있다. ⓒ서성진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 의혹의 핵심 인물인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자진 출석, 검찰 출입을 거부 당한 뒤 입장을 밝히고 있다. ⓒ서성진 기자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 피의자인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2일 오전 검찰에 셀프 출석했으나 퇴짜를 맞았다. 

    사전 허가도 없이 검찰청에 진입하려다 실패한 송 전 대표는 청사 앞에서 준비한 성명문을 꺼내 읽고 자리를 떠났다.

    특히 이날 서울중앙지검 앞에서는 민주당 지지자들과 유튜버들이 무질서하게 엉키면서 서로를 향한 원색적인 비난과 욕설이 난무했다. 

    송 전 대표가 일방적으로 출두를 예고한 중앙지검 앞은 아수라장이 따로 없었다. 파란색 옷차림을 한 이른바 '개딸(개혁의딸)'과 유튜버들은 이른 시간부터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몸싸움을 벌였다. 

    피의자 신분인 송 전 대표가 2일 검찰에 출석하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하자, 이를 지켜보려는 인파가 한꺼번에 모여든 것이다.

    오전 9시58분, 갈색 상의에 청바지를 입은 송 전 대표가 모습을 드러내자 고성과 함께 현장 인파들의 몸싸움이 더욱 격렬해졌다. 크고 작은 충돌까지 발생했다. 개딸과 송 전 대표 지지자들은 "사법살인 검찰은 해체하라" "검찰은 김건희나 특검하라"고 소리를 질렀고, 반대쪽에서는 "송영길을 구속하라" "정의 구현의 시간이 왔다"고 맞받아쳤다.

    송 전 대표는 시끄러운 군중을 지나쳐 곧장 검찰청사로 들어갔다. 하지만 '사전 출입 등록'이 돼 있지 않아 단 9분 만에 다시 청사 밖으로 걸음을 돌렸다. 

    검찰은 아직 송 전 대표를 소환할 시기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 검찰은 송 전 대표 측에 "당사자가 원할 경우 언제든 서면진술서를 제출할 수 있다"는 견해를 전달한 상황이다.

    송 전 대표는 그러나 이를 무시한 채 '셀프 출석'한 이후 검찰청사 민원실 직원에게 "반부패수사2부 김영철 부장검사 면담을 요청했다. 안 되면 전화라도 연결해 달라"고 요구했다. 

    자신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송 전 대표는 청사 밖에서 미리 준비한 A4 용지 6장 분량의 성명문을 꺼내 읽기 시작했다. 그러나 현장을 가득 채운 고성 속에서 송 전 대표는 한동안 입을 떼지 못했다. 

    소란이 잦아지자 송 전 대표는 "주위사람을 괴롭히지 말고 저 송영길을 구속해 주시기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송 전 대표는 이어 "증거에 기초한 수사를 해야 하나, 사람들을 마구잡이로 불러 진술을 강요하는 등 주변사람을 괴롭히고 인격살인을 하는 잔인한 검찰 수사 형태는 반복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송 전 대표는 "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 모든 검사가 총동원돼 정치적 기획수사를 하는 것은 해도 너무한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송 대표는 '셀프 출석'을 지적하는 질문에 "제가 프랑스에서 놀다 온 것이 아니다. 프랑스 훈장을 2개 받은 유일한 대한민국 정치인"이라고 가슴을 치면서 "연구실을 배정받고 강의하는 사람을 검찰이 사실상 소환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약 25분간 견해 발표와 질의응답을 마친 송 전 대표는 오전 10시31분 검찰청을 떠났으나, 지지자들과 유튜버들은 현장에 남아 "정치검찰 물러나라" "(송영길) 도망가지 말라"는 등 목소리를 높이며 대치를 이어갔다.
  • ▲ 더불어민주당의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과 관련해 금품 살포의 최종 수혜자로 지목된 송영길 전 대표(가운데 갈색 재킷)가 2일 오전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서 돌아 나가고 있다. ⓒ서성진 기자
    ▲ 더불어민주당의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과 관련해 금품 살포의 최종 수혜자로 지목된 송영길 전 대표(가운데 갈색 재킷)가 2일 오전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서 돌아 나가고 있다. ⓒ서성진 기자
    與 "宋 자진출두 쇼, 李 황제출석과 닮아… 수사방해용 연출"

    국민의힘은 이날 송 전 대표가 검찰과 사전 조율 없이 자진출석한 것을 두고 "수사를 방해하고 여론을 호도하기 위한 '정치 쇼' '꼼수'"라고 비판했다.

    강민국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귀국 전부터 '수사에 협조하겠다'고 하더니, (지난 1일) 이제 막 압수수색을 마친 검찰에 '자신부터 빨리 조사하라'는 것은 사실상 수사에 협조하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검찰이 자진출석할 경우 조사 없이 돌려보내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는데도 굳이 검찰청에 찾아가 거부당하는 모습을 연출하고 쏟아낸 말들은 더더욱 가관"이라고 질타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어떤 범죄 피해자도 마음대로 수사 일정을 못 정하는데 이는 특권의식의 발로"라며 "겉으로는 검찰 수사에 협조하는 모양새를 취하는 듯하나, 실제로는 검찰 수사를 방해하고 여론을 호도하려는 고도의 정치적 계산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 의장도 "검찰이 소환 통보를 하지 않았는데 마음대로 일정을 검찰에 통보하며 황제출석한 이재명 당대표와 닮은 꼴"이라며 "민주당 당대표 클래스가 되기 위한 제1조건이 법 위의 군림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일반 국민은 감히 엄두조차 못 낼 수사 특권"이라고 날을 세웠다.

    한편, 이날 송 전 대표의 움직임은 민주당 지지세를 규합하기 위한 정치적 움직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지난달 24일 인천공항에서도 개딸과 송 전 대표 측 지지자 150여 명이 한꺼번에 몰려 큰 혼란을 빚었다.

    당시 송 전 대표 지지자들은 '믿는다, 송영길' 등의 손팻말을 들기도 했으며, 현장에서 "송영길은 청렴하다. 김건희를 특검하라"고 외치기도 했다. 개딸 등이 공항 내에서 고성을 지르자 정작 송 전 대표의 말이 들리지 않았다. 일부 송 전 대표 측 지지자들은 기자들을 향해 "기사가 편파적"이라며 "누가 개딸이냐, 개딸이라는 표현을 쓰지 말라"고 요구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