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인근에서 동해상으로 고각발사된 탄도미사일 약 1000km 비행지난달 27일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두 발 발사 이후 17일 만의 도발
  • 북한이 13일 동해상으로 중거리급 이상의 탄도미사일 1발을 발사했다. 이 미사일은 고체연료를 기반으로 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실전성 확보를 위한 첫 시험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23분 북한은 평양 인근에서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 1발을 발사했다. 고각발사된 미사일은 약 1000km를 비행한 후 동해상에 탄착했으며, 한미 정보당국은 세부 제원을 정밀분석하고 있다.

    합참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직후 한미 간 공조회의를 통해 상황을 긴밀히 공유하고, 북한의 어떠한 위협과 도발에도 연합방위태세를 더욱 굳건히 할 것을 확인했다"며 "우리 군은 확고한 연합방위태세 하에 북한의 어떠한 도발에도 압도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기초로 확고한 대비태세를 유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성준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13일 국방부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의 미사일은 중거리급 이상으로 평가하고 있고, 세부 평가를 통해 (ICBM 여부 등) 결론을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북한이 오는 15일 태양절을 앞두고 새로운 무기체계를 시험하기 위해 미사일을 발사했다는 가설에 무게가 실린다. 우선 발사 장소가 '평양 인근'으로 포착됐다. 이전까지 알려진 '평양 순안'이나 '평양 용성'이 아닌 새로운 지점이다. 평양 외곽 동남쪽 지점에서 이번 미사일을 발사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합참은 이번에 발사한 북한 미사일을 '중거리급 이상'으로 표현했다. 통상적으로 탄도미사일은 거리에 따라 근거리·단거리·중거리·장거리(ICBM)로 나뉘는데, 중거리급 이상이라는 다소 모호한 표현을 썼다. 기존과 다른 점들이 포착돼 이런 표현을 쓴 것으로 전해진다.

    군 관계자는 "지금까지 시험발사한 체계와 다른, 새로운 체계의 중거리탄도미사일(IRBM)급 이상으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으로 보고 있다"며 "(북한이) 열병식 때 공개했던 여러 무기체계들 중 하나로 평가하고 있다. 고체 ICBM을 포함해 다양한 방식의 추진체가 포함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번에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이 고체연료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유형의 미사일일 가능성이 점쳐지는 또다른 이유는 미사일 발사 순간에 나타나는 화염의 형태가 다르기 때문이다. 고체연료 미사일은 발사 화염이 주변으로 퍼지지만, 액체연료 미사일은 촛불과 비슷한 형태로 화염이 모인다. 한미 군 당국은 이 같은 차이점을 포착, 고체연료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 관계자는 "새로운 무기체계이기 때문에 시험발사 목적이 있고, 김일성 생일(태양절)을 맞아 내부적으로 국방력, 핵무력에 대한 과시 또는 내부 결속 차원으로 보고 미사일을 발사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발사한 미상의 탄도미사일이 북한의 '군사용 정찰위성'을 위한 시험이라는 분석도 있다. 북한은 지난해 12월18일 평안북도 동창리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준중거리탄도미사일(MRBM) 2발을 고각발사했다.

    북한은 다음날 조선중앙통신 등을 통해 "국가우주개발국이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정찰위성 개발을 위한 최종 단계의 중요 시험을 했다"면서 2023년 4월 군사정찰위성 1호기 준비를 끝낼 것이라고 발표했다.

    위성발사체와 고체연료 탄도미사일의 발사체가 거의 같은 구조로 이뤄져 있어, 고체연료 기반의 ICBM 개발을 위한 전초전으로 이날 '중거리급 이상'의 미사일을 시험발사한 것일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이와 관련, 군 관계자는 "정찰위성의 일부를 테스트했을 가능성은 있다. 여러 가지 가정을 하고 시험발사를 한 것 같다"며 "위성발사를 위한 초기 단계 시험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북한 김정은은 지난 10일 조선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제8기 제6차 확대회의를 주재하면서 "전쟁 억제력을 더욱 실용적으로, 공세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북한은 이날 미사일을 발사하면서 실천적인 움직임을 보인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의 추가 도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오는 15일은 북한이 기념하는 최대 명절인 김일성의 생일 '태양절'(4월15일)이며, 오는 25일은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1주년이다. 또 26일에는 한미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는 만큼, 북한의 추가 움직임에 한미 군 당국이 예의주시하고 있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은 지난달 27일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2발 발사 이후 17일 만이다. 당시 한미연합연습 '자유의방패(FreedomShield)'에 반발해 황해북도 중화 일대에서 발사한 SRBM은 370여 km를 비행한 후 동해상에 탄착했다. 

    북한은 한미훈련에 반발해 3월 한 달 동안 7회에 걸쳐 미사일 도발을 감행했다. 지난 7일에는 남북 간 상시적이고 공식적인 연락 창구인 통일부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의 정기 통화와 국방부의 정기 통신이 모두 두절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