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선대본부장 출신 김인섭, 지인 명의로 500만원씩 쪼개기 후원""경기도지사선거 때도 후원금"… 백현동 4단계 용도변경 대가성도 주목
  •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평화·안보대책위원회 제4차 전체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이종현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평화·안보대책위원회 제4차 전체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이종현 기자
    '백현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과 관련해 김인섭 전 한국하우징기술 대표가  2014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차명으로 후원금 1500만원을 지원했다는 진술이 나왔다. 

    검찰은 '백현동 로비스트'이자 이 대표의 측근으로 알려진 김 전 대표가 '부지 용도변경' 등의 대가를 받기 위해 이 같은 돈을 건넨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김 전 대표는 이 대표가 2006년 제4회 지방선거 성남시장후보로 출마했을 당시 캠프 선대본부장을 지낸 최측근 중 한 명이다.

    8일 동아일보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부장검사 엄희준)는 지난주 이 대표에게 2014년 성남시장선거 후원금을 낸 지역 관계자들을 불러 조사했다. 이들은 검찰 조사에서 "김 전 대표가 부탁해 후원금을 낸 것이고, 이후 김 전 대표에게 돈을 돌려받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대표는 2014년 5월16일 당시 성남시장후보자였던 이 대표에게 500만원을 후원했다. 같은 날 김 전 대표 외에도 5명이 이 대표에게 500만원을 후원했는데 이 가운데 최소 2명은 김 전 대표의 부탁을 받고 돈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후원금을 냈던 A씨는 동아일보에 "김 전 대표가 '후원금을 내면 차후 돈을 돌려주겠다'고 부탁해 500만원을 냈다. 한두 달 이후 다시 김 전 대표에게 돈을 돌려받은 것으로 기억한다"며 "현금으로 돌려받았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계좌 기록은 남아있지 않다"고 말했다. 검찰은 A씨와 같은 날 500만원을 후원했던 B씨도 김 전 대표에게 돈을 돌려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정치자금법에 따르면, 한 명의 지방자치단체장후보자에게 연간 500만원을 초과해 기부할 수 없다. 김 전 대표가 자신 명의로 후원할 수 있는 한도를 넘어서자 지인들의 명의를 빌려 최소 1500만원을 후원한 것이다. 김 전 대표는 2018년 이 대표의 경기도지사선거 때도 주변에 후원금을 부탁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백현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은 당시 개발 시행사였던 아시아디벨로퍼 정모 대표가 김 전 대표를 2015년 1월 영입한 후 성남시로부터 부지 용도를 4단계나 높여 주는 특혜를 받았다는 내용이다.

    2014년 정 대표의 부지 용도변경 신청을 두 차례 반려했던 성남시는 2015년 3월 정 대표의 새로운 제안을 수용하고 같은 해 9월 자연녹지에서 준주거지로 부지 용도를 변경해 줬다. 

    경찰 수사로 김 전 대표는 2014년 4월부터 2015년 3월까지 이 대표의 최측근인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과 총 115회 통화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의혹은 더욱 불거졌다.

    남욱 변호사는 검찰 조사에서 김 전 대표를 "지자체 허가를 대신 받아 주는 '허가방'이라고 말할 수 있다"고도 표현했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직무대리도 지난달 "김 전 대표가 자신이 운영하던 횟집에서 이 대표와 정 전 실장을 여러 차례 만나 친분을 쌓았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바 있다.

    이 대표와 김 전 대표는 이 같은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해 2월 대통령후보자 신분으로 TV토론에 나와 “김 전 대표는 떨어지는 선거에 선대본부장을 했다”며 “백현동사업은 한참 후 벌어진 일이다. 저는 연락도 잘 안 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김 전 대표는 최근 언론 인터뷰를 통해 "과거 이 대표를 도운 것은 맞다"면서도 "2010년 이 대표가 성남시장에 당선된 후 사이가 나빠졌다"며 연관성을 부인했다. 

    검찰은 그러나 김 전 대표가 2014년에도 정치자금법을 어기면서까지 이 대표를 후원한 만큼 백현동사업이 진행될 당시까지 이들의 관계가 계속 이어져온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