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영민·서훈·박지원 합동 기자회견…'월북몰이' '강제북송' 부인노영민 "청와대는 첩보 생산 기관 아냐, 자료 삭제 지시한 적 없다"박지원 "자료 삭제 지시 받은 적도, 직원들에게 지시한 적도 없다"서훈 "서해사건, 긴박한 상황에서 최선… 자료 삭제 지시 안 해"
  • ▲ 박지원 전 국정원장,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 2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주최로 열린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및 흉악범죄자 추방 사건 관련 기자회견에 참석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이종현 기자
    ▲ 박지원 전 국정원장,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 2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주최로 열린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및 흉악범죄자 추방 사건 관련 기자회견에 참석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이종현 기자
    '서해 공무원 피격사건'과 관련 검찰의 수사선상에 오른 문재인정부 시절 외교·안보라인 고위직 인사들이 견해 표명에 나섰다.

    이들은 27일 기자회견을 열고 서해 공무원 피격사건과 탈북 어민 북송사건 관련 월북 판단 및 북송 절차 등 조치의 정당성을 강조하며 자료 삭제, 월북몰이, 조작 의혹 등을 강하게 부인했다. 

    국민의힘은 "자기 항변에 불과한 가해자들의 '방탄 기자회견'"이라고 일축했다.

    더불어민주당 윤석열정권정치탄압대책위원회는 이날 오전 11시 국회 의원회관에서 '서해 공무원 피격사건 및 탈북 어민 북송사건' 관련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 참석한 노영민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서해 공무원 피격사건과 탈북 어민 북송사건과 관련한 의혹들에 반박했다.

    노 전 실장은 청와대가 첩보 생산 기관에 정보를 삭제·수정하라는 지시를 내린 적 없다고 반박했다.

    노 전 실장은 "청와대는 첩보 생산 기관이 아니고 생산 정보와 첩보를 보고받는 곳"이라며 "정보나 첩보 생산 기관에 정보를 삭제하거나 수정하라는 지시를 했다는 일부 언론 보도는 제가 아는 한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박 전 원장도 "대통령·청와대·안보실에서 자료 삭제하라는 어떤 지시를 받은 적도, 국정원 직원들에게 삭제를 지시한 적도 없다"고 거들었다.

    박 전 원장은 "(청와대가) 지시를 했어도 국정원 직원들은 이런 지시를 따를 만큼 바보가 아니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박 전 원장은 또 국정원 메인 서버도 기술적으로 삭제가 가능하다는 점과 관련해서는 "제가 알고 있는 상식으로는 메인 서버 삭제가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국정원은 이날 새벽 문자메시지를 통해 "메인 서버에 저장된 첩보 삭제는 기술적으로 가능하나 삭제 시 사실상 복구가 불가능하며, 정당한 이유 없이 삭제하는 것은 위법행위로서 원장이 이를 지시하는 것 또한 위법"이라며 "박지원 전 원장 재임 기간을 제외하고는 이러한 전례가 없었다"고 밝혔다.

    이는 26일 오후 "국정원 메인 서버는 삭제가 불가능하고, 첩보 저장 및 배포 서버는 삭제가 가능하다"는 국회 정보위원들의 국정원 국정감사 결과 브리핑 이후 국정원이 부연설명한 것이다.

    박 전 원장은 국정원이 '박 전 국정원장 이전에는 삭제 지시가 없었다'고 언급한 것과 관련 "교묘하다"고 표현했다. 박 전 원장은 그러면서 "만약 검찰 조사에서 그런 얘기를 묻는다면 규탄하고 답변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서 전 실장도 "자료 삭제 지시는 없었다"며 "국민 생명과 명예를 놓고 근거 없는 조작은 상상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지금도 충격이 가시지 않은 서해사건은 긴박하고 제한된 여건과 상황 속에서 당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 당시 모든 상황을 투명하게 다 밝혔다"고 언급한 서 전 실장은 "안보 입장에서는 '월북'이라고 하면 책임을 져야 하는 부담스러운 상황"이라며 '월북몰이' 의혹을 반박했다.

    서 전 실장은 "근거 없이 월북으로 몰아간 적도 없고, 그럴 이유도 없다"며 "주요 단서가 있는데 월북을 정부가 감출 수는 없는 것이다. 오히려 은폐를 안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 전 실장은 그러면서 "우리 군·해경·국정원·통일부·안보실 모두 치우침 없이 책무를 다했다. 이미 구속된 두 분도 당시 제한된 상황과 여건 속에서 최선을 다했을 뿐"이라고 역설했다.

    앞서 서욱 전 국방부장관과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은 지난 22일 서해 공무원 피격사건 관련해 검찰에 구속됐다. 이들은 검찰 조사 과정에서 '자진월북' 지시자로 서 전 실장을 지목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은 "자기항변에 불과한 가해자들의 '방탄 기자회견'"이라고 맹폭했다.

    양금희 국민의힘 수석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기자회견장에 나선 책임자들은 윤석열정부가 '자의적·선택적으로 짜 맞추면서 사건을 왜곡·재단하려 한다'고 했지만, 스스로 과거에 진실을 왜곡하고 재단하려고 하지 않았나 먼저 물었어야 했고 유족과 국민께 사죄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양 수석대변인은 서 전 실장이 '월북은 당시 정부에게도 부담이었다'고 말한 것과 관련 "참으로 후안무치하다"고 일갈했다.

    "북한에 대한 기대가 무너진 것에 대한 문재인정권은 이루 말할 수 없는 허탈감을 느꼈겠지만 이를 수습하기 위해 '월북몰이'를 하면서 명예살인까지 해서는 안 됐다"고 지적한 양 수석대변인은 "오늘 기자회견을 본 이대준 씨 유족은 '어떻게 뻔뻔하게 자기항변만 하느냐, 강력하게 죄를 물을 것'이라며 분통을 터트렸다"고 전했다.

    고(故) 이대준 씨의 친형 이래진 씨는 이날 오후 페이스북을 통해 "죽고 나니 아무 소리나 지껄이면 국민들이 믿을 거란 오만 멈추기 바란다"며 분개했다.

    이씨는 "월북을 주장하려면 살려서 대한민국으로 데리고 와서 심문하고 조사하는 게 맞다"며 "언제는 입법기관이라고 떠들면서 국가는 존재하지 않고 자기변명 만을 늘어놓는 한심한 작태"라고 개탄했다.

    이씨는 그러면서 "국민 앞에 변명보다 분명히 국민을 지키지 못한 점을 통렬히 반성하는 게 먼저"라며 "국회를 질질 짜고 변명하는 곳으로 만들려고 하느냐"고 반문했다.

    한편 서 전 실장은 2019년 11월 탈북 어민 북송사건의 합동 조사를 강제종료시킨 혐의로 검찰에 고발됐다. 박 전 원장은 지난해 9월 서해 공무원 피격사건 관련 첩보 보고서의 무단삭제를 지시한 혐의로 검찰에 고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