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심의 대상 안건에 관여한 위원은 제척 또는 회피" 정해놨는데보 평가용역 참여한 7명이 '4대강 평가'… 보 해체 결정권 쥐어이주환 "선수가 심판까지 겸하는 명백한 규정 위반" 감사 촉구
  • ▲ 금강 공주보, 낙동강 창녕함안보, 합천창녕보, 달성보, 강정고령보(위에서부터) 자료사진.ⓒ정상윤 기자
    ▲ 금강 공주보, 낙동강 창녕함안보, 합천창녕보, 달성보, 강정고령보(위에서부터) 자료사진.ⓒ정상윤 기자
    문재인정부 시절 4대강(한강·낙동강·금강·영산강) 보(洑) 해체작업 전에 이뤄진 '4대강 수계별 보 평가방법 연구용역'에 반(反) 4대강 인사들이 포진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주환 국민의힘 의원이 21일 환경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8년 8월 4대강 수계별 보 평가방법을 정하는 연구용역이 일괄적으로 수행됐다. 

    문제는 연구용역에 참여한 7명이 3개월 후인 11월 문재인정부가 보 해체 의사결정권을 준 '4대강조사·평가기획위원회'에서도 위원으로 활동했다는 것이다.

    수계별로 살펴보면, 낙동강에 박재현 인제대 교수(민간위원), 이준경 생명그물 대표(민간위원), 안정규 인천대 교수(전문위원) 등 3명으로 가장 많았고, 한강은 송미영 경기개발연구위원(전문위원), 백경오 한경대 교수(전문위원) 등 2명이었다.

    금강의 경우 유진수 금강유역네트워크 사무처장(전문위원), 영산강은 이학영 전남대 교수(민간위원) 등이었다.

    박재현 교수는 2020년 2월 한국수자원공사 사장으로 취임하면서 "4대강사업 이후 자연성이 훼손된 하천 복원, 보 처리 이후에 야기될 수 있는 지류 건천화, 환경용수, 본류와 지류가 연계된 수(水)생태계 복원과 관련한 대책 수립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준경 대표는 온천천네트워크 창립을 시작으로 낙동강네트워크, 강살리기네트워크 등 환경 의제를 주도하며 4대강사업 반대와 생태운동을 펼쳤다.

    송미영 연구위원은 지난해 4월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과 인터뷰에서 "보를 개방하면 밑에 가라앉은 것들이 물과 함께 섞이면서 쓸려 내려간다"며 보 개방의 장점을 주창한 바 있고, 백경오 교수 또한 2020년 8월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이제 4대강 재자연화를 통해 직강화된 강에서 원래의 자연스러운 강 흐름을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안정규 교수와 이학영 교수는 기획위의 전문위원 추천 당시 반4대강 단체였던 '4대강재자연화시민위원회'에서 추천해 위원이 된 것으로 알려졌고, 유진수 사무처장이 속한 금강유역환경회의 역시 금강지역의 보 해체 및 개방을 촉구해왔다.

    이처럼 이들은 반(反) 4대강 인사라고 할 수 있는데, 이주환 의원에 따르면 2018년 8월부터 한강·낙동강·금강·영산강 수계별 보 평가방법을 정하게 된 연구용역 수행자들이 그해 9월부터 12월까지 한국환경연구원(KEI)과 함께 총 7차례 '통합공정회의' 절차를 밟은 뒤 16개 보를 아우르는 '공통 평가체계'도 완성시켰다.

    4대강조사·평가기획위원회는 공통 평가체계를 바탕으로 보를 어떻게 처리할지 논의했고, 2019년 2월 금강·영산강 보 처리 방안이 제시됐다.  

    그러나 이 같은 과정이 환경부 훈령인 당시 기획위의 규정에 위반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환경부 훈령인 '4대강조사·평가단의 구성 및 운영에 대한 세부규정 제19조 1항'은 위원이 해당 심의 대상 안건에 용역 수행이나 그밖의 방법에 의해 직접적으로 관여한 경우 위원은 제척 또는 회피하도록 규정했다. 

    환경부 역시 해당 조문과 관련해 이 의원에게 "보 관련 주요한 사항을 심의하는 데 있어 책임성과 공정성 등을 확보하기 위해 해당 조문을 마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환경부는 '4대강 보와 관련한 연구용역 참여자가 추후 기획위에 이와 관련된 의사결정자로 참여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느냐'는 지적에는 "연구용역 참여자가 의사결정자로 참여하는 것은 객관성이나 공정성 차원에서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판단된다"고 답변했다.

    해체 및 상시개방 결정이 난 것은 금강·영산강 5개 보이지만, 수계별 연구용역 참여자가 '보 공통 평가체계'를 만드는 데 참여한 만큼, 한강·낙동강 연구용역 수행자도 해당 결정에 무관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환경부도 "보 공통 평가체계는 수계별 보 평가를 위한 기틀로서, 금강·영산강 보 처리 방안 제시문을 만드는 데 직접 활용됐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이와 관련해 "용역 수행자가 제척 없이 관련 심의·의결에도 참여한다는 것은 선수가 심판까지 겸하는 명백한 규정 위반 행위"라며 "감사원 감사가 진행 중인 만큼 환경부 훈령 위반 등에 대한 감사도 철저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