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아내는 배소현이 사비 쓴 것으로 알아… 부하직원 관리 못해 사죄"권성동 "김혜경, 10년 넘게 공무원 아내였다… 몰랐을 리 없어"최재형 "이재명, 무조건 '모르는 일' 발뺌… 법정에서는 안 통해"
  • ▲ 법인카드 유용 의혹을 받고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부인 김혜경 씨가 지난 23일 오후 경기 수원시 경기남부경찰청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 법인카드 유용 의혹을 받고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부인 김혜경 씨가 지난 23일 오후 경기 수원시 경기남부경찰청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가 배우자 김혜경씨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과 관련해 "아내는 법인카드 결제 사실을 몰랐다"는 식으로 해명했다. 이에 국민의힘 측은 "몰랐을 리가 없다"며 이 후보를 비판하고 나섰다.

    "고통 겪는 아내에게 남편으로서 미안"

    이 후보는 23일 김씨가 경기남부경찰청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고 귀가한 뒤 페이스북에 "조사에서 아내가 카드를 쓴 적이 없고, 카드는 배모 사무관이 쓴 사실도 확인됐다"며 "아내는 배씨가 사비를 쓴 것으로 알았고, 음식값을 주었다는 점도 밝혔다"고 전했다.

    이어 "경찰조사 중 배씨가 전달했다는 음식은 16건 180만원이었다고 한다. 이것도 전부 사실도 아니다"며 "제가 부하직원을 제대로 관리 못하고, 제 아내가 공무원에게 사적 도움을 받은 점은 국민께 다시 한번 깊이 사죄드린다"고 덧붙였다.

    사실상 법인카드 유용의 책임을 전직 경기도청 5급 공무원인 배소현씨에게 돌린 셈이다. 배씨가 법인카드로 결제한 뒤 사비로 쓴 것처럼 김씨를 속였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 후보는 "180만원이 적은 돈이 아니고 불법유용에 가담했다면 큰 잘못"이라면서도 "그러나 법인카드를 쓰거나 부당사용을 지시하거나 부당사용을 알면서 용인한 것도 아닌데, 평생 한번 있을까 말까한 고통을 겪는 아내에게 남편으로서 한없이 미안할 뿐"이라고 했다.

    배씨는 이 후보가 변호사를 하던 시절 인연을 맺은 인물이다. 이후 이 후보를 따라 성남시청을 거쳐 경기도청에 채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배씨의 존재가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올해 초다. 경기도청 7급공무원이었던 A씨가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김씨의 '황제 의전' 의혹을 폭로하면서 배씨를 거론했기 때문이다.

    김씨의 의전을 담당한 배씨는 A씨에게 샌드위치·초밥 등을 법인카드로 결제하게 한 뒤 김씨 자택으로 음식을 배달시킨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배씨와 김씨를 공범으로 보고 있다.

    이 후보는 이 같은 논란에 "오랜 인연이다 보니 때로는 여러 도움을 받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권성동 "부부가 검경합동수사의 모범 보여"

    권성동 원내대표는 24일 페이스북을 통해 "이 후보는 김씨가 법인카드 유용을 몰랐다고 억지를 쓰고 있다"며 "김씨는 10년 넘게 선출직 공무원의 아내였다. 법인카드 유용을 몰랐을 리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혹시 범죄를 피하기 위해 무능을 자처한 것인가"라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지금 이 후보는 검찰수사, 배우자는 경찰수사를 받고 있다. 그야말로 부부가 검경합동수사의 모범을 보이고 있다"며 "이런 참담한 상황에서도 배 모 비서관에게 책임을 미루고 억울한 피해자인양 정치적 청승을 떨고 있다"고 조롱했다.

    최재형 국민의힘 혁신위원장도 거들었다. 그는 "이재명 의원은 대장동 비리나 (아내 김혜경씨의) 법인카드 불법 사용 의혹에 대해 무조건 '모르는 일'이라고 발뺌을 하는데 당장은 넘어갈 수 있을 지 몰라도 법정에선 그런 식의 변명이 통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최 위원장은 이날 조선일보 유튜브 '배성규·배소빈의 정치펀치'에 출연해 "본인이 아무리 부인해도 증거가 나오면 유죄 판결이 나올 수밖에 없다"며 이같이 비판했다. 

    이어 "이 의원 주변 사람들이 잇따라 극단적 선택을 하는데 그는 계속해서 '모르는 사람'이라는 말만 반복한다"며 "'난 모른다'고 해서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있겠나. 제대로 수사가 진행되면 사법 리스크를 벗어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씨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도 받고 있다. 지난해 8월 서울의 한 식당에서 민주당 의원 부인들과 함께한 점심 식사 비용을 경기도 업무추진비 카드로 결제해 선거법상 기부행위 금지를 위반했다는 혐의다. 

    이 후보 측은 김씨가 자기 몫 2만6000원은 적법 지불했다며, 나머지 7만8000원은 A씨가 법인카드로 결제했다고 주장했다. 김씨가 법인카드 결제 건에 대해선 몰랐다는 견해다. 

    이와 관련 권 원내대표는 "이재명은 의원은 이를 두고 '7만8000원사건'이라고 말했다. 전형적인 언어적 교란"이라며 "이 모든 혐의를 '7만8000원'으로 퉁친 것은 '국어적 범죄'"라고 꼬집었다. 

    한편, 이날 한 매체는 김씨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이 김씨를 불구속 송치하기로 가닥을 잡았다고 보도했다. 다만 배씨에 대해선 구속영장 신청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