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위 주재한 이준석, 건재함 과시하지만…언론 질문엔 묵묵부답배현진, 최고위 보이콧…"책임감 없이 하루 보내는 것 면구스러워"安, 장제원·정점식 참석 공부모임 내주 발족…親尹과 세력 다지기
  • ▲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권성동 원내대표가 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이종현 기자
    ▲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권성동 원내대표가 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이종현 기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4일 성 상납 의혹과 증거 인멸 교사 의혹에 대한 당 중앙윤리위원회 징계 심의를 사흘 앞두면서 운명의 한 주를 맞았다.

    정치생명을 잃을 위기에 빠진 이 대표는 최고위원회의를 직접 주재하며 건재함을 과시하고 나섰다. 그러나 당 안팎에서는 이 대표에 대한 중징계를 비롯해 나아가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지며 압박은 거세지는 상황이다.

    반면, 이 대표와 같은 지역구에 머물며 오랜 기간 앙숙이었던 안철수 의원은 공부 모임 발족을 앞두며 당권 도전 기지개를 켜는 모습이다.

    이준석이 최고위 주재한 날 배현진은 보이콧

    이준석 대표는 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 참석했다. 지난달 30일 경북 경주시 한국수력원자력 월성원자력본부 맥스터 현장시찰로 최고위를 주재하지 않았지만, 윤리위가 있는 이번 주 다시 자리한 것이다.

    다만 이 대표는 이날에도 모두발언을 하지 않고 침묵을 유지했다. 한 최고위원은 뉴데일리와 통화에서 "이 대표가 오늘 비공개 최고위서도 별다른 발언을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당 윤리위를 앞둔 만큼 리더십 공백은 없다고 강조하면서도 발언으로 새로운 논란을 만들지 않겠다는 행보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 말씀만 해달라', '윤리위 결과에 승복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아니 왜 들이대는 거예요, 너무 이러지 마시고"라고 말하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당 안팎으로도 이 대표에 대한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이 대표와 그간 공개적으로 설전을 벌여온 친윤(親尹)계 인사인 배현진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에 불참했다. 당 대표 문제에 대해 윤리위 징계 심의와 경찰 수사 등 논란이 계속되는 만큼 '최고위 보이콧'을 사실상 공식화한 것이다.

    배현진 "선거 후 당 혼란, 대표 신상 문제 해소 안 돼서"

    배현진 최고위원은 통화에서 "선거가 끝나고도 당이 혼란한 이유가 당 대표 신상 문제가 깨끗하게 해소되지 않아서"라며 "(지도부가) 책임감 없이 아무렇지 않게 회의를 열어 하루를 정례적으로 보내는 것에 대해 제가 면구스러웠다. 제 개인적 판단인 것으로 (이 대표와) 갈등으로 비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배 최고위원은 이 대표에 대한 의혹이 어느 정도 해소될 때까지 최고위 보이콧을 이어갈 가능성도 내비쳤다. 그는 "(최고위 참석을) 고민하고 있다. 이 대표가 당원들께 송구하다고 얘기하길 기다렸다"며 "이 대표가 그간 당의 어떤 일에 대해서도 항상 단호하게 입장을 밝혀 왔기 때문에 본인 (의혹에 대해) 확실하게 가르마를 타지 않을까 한다. '키'는 이준석 대표 본인에게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윤리위는 오는 7일 회의를 열고 이 대표에 대한 징계를 심의한다. 사유는 '성 상납 의혹 증거 인멸 교사 관련 품위유지 의무 위반'이다. 이 대표가 지난 2013년 김성진 아이카이스트 대표로부터 성 상납을 받았다는 의혹과 관련 증거를 측근인 김철근 당 대표 정무실장을 통해 무마하려고 했다는 의혹이 당의 명예를 실추시켰는지가 관건이다.

    의혹 제기 이후 김성진 대표 측으로부터 이른바 '박근혜 시계' 선물 여부와 당시 이 대표가 박근혜 대통령을 모실 방법이 있느냐고 묻는 김 대표에 박 대통령 측 인사 두 명을 거론하며 "힘써보겠다"고 했다는 진술이 추가로 나오고 있다.

    윤리위 징계는 △경고 △당원권 정지 △탈당 권고 △제명 등 4단계다. 경고 이상의 경징계만 나와도 사실상 의혹을 인정하는 셈이 돼 이준석 대표 리더십이 흔들릴 수 있을 거란 전망이 제기된다. 다만 아직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 수사가 진행 중인 만큼 이 대표가 법원에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낼 수도 있다.

    이 대표는 품위유지 위반 의무를 가려낼 수 없다며 윤리위의 징계 절차에 정면으로 반발하고 있다. 그는 지난 2일 국민일보와 인터뷰에서 "윤리위가 무엇을 다루는지 불명확하다"며 "당에 끼친 손실이라는 것은 명징한 지표가 나타나야 하는데, 윤리위가 징계 절차를 개시한다고 했을 때 어떤 지표의 변화가 있었나"라고 지적했다.

    이준석 흔들리자 앙숙 안철수는 당권 '꿈틀'

    이 대표의 윤리위 결과와 관계없이 여권 내 권력지형 변화를 꾀하는 움직임이 시작되고 있다. 이 대표와 같은 지역구(노원병)를 두며 오랜 앙숙인 안철수 의원은 내주 '당정 연계 토론 모임'을 출범할 예정이다.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을 지낸 만큼 윤석열 정부 110대 국정과제에 대해 전문가들을 강사로 초청해 강의를 듣고, 의원들이 토론하는 공부 모임을 만들겠다는 취지다. 첫 주제로는 '경제 위기'로 정했다고 한다.

    장제원·정점식 의원 등 당내 친윤계 인사들이 참석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준석 대표의 리더십이 흔들리자 차기 당권주자로 꼽히는 안 의원이 당내 세력화를 꾀하는 것으로 보인다.

    안철수 의원 측 관계자는 통화에서 "교수 등 인수위에 참여했던 각 분야 전문가를 모셔서 직면한 위기를 진단하는 모임이 될 것"이라며 "의원들 개별적으로 연락해 참석 의사를 밝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