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말 '친박근혜계'에서 '친언론노조'로 변신""파업 주도하다 해직…복직 후 앵커·특파원 승승장구"MBC노조 "정권 바뀌자 국힘 의원들에 줄대기 신공"
  • 최근 워싱턴특파원을 마치고 복귀한 박성호(50·사진) MBC 기자가 지난 18일 새 뉴스룸국장(보도국장)으로 지명되면서 박 기자의 '갈지자 행보'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사내에서 거세지고 있다.

    2011년 말 '친박계'에서 '친언론노조'로 말을 갈아탄 그가 MBC 복직 후 앵커 등을 거치며 승승장구하다 정권이 바뀌자, 이제는 여당이 된 의원들과 교분을 다지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돌아 구성원들의 성토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19일 '역겨운 파도타기..박성호의 보도국장 선임을 반대한다!'는 제목의 성명에서 이 같은 사내 여론을 전달한 MBC노동조합(위원장 오정환)은 "박성호 기자가 최근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을 만나고 돌아다니면서 '내가 돌아왔다(Me Voila)'며 한나라당 담당 시절 쌓았던 친분을 내세운다고 한다"고 전했다.

    MBC노조는 "사실 그가 뼛속까지 '친박근혜계' 기자였던 사실은 MBC 구성원들 사이에 널리 퍼져 있다"며 "18대 국회 한나라당 반장을 맡았던 시절 스스로 '박근혜의 정치적 지향점을 이해하는 기자', '박근혜가 주목하는 기자'라고 자랑하고 다녔던 사실을 아는 사람은 다 안다"고 주장했다.

    이후 "박 기자는 2011년 말 한나라당과 밀착됐던 과거에 대해 언론노조원들 앞에서 깊이 반성하면서 김재철 사장 퇴진을 위해 보도국 제작 거부에 앞장서겠다고 공언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전한 MBC노조는 "이듬해 MBC 170일 파업에 적극 동참하면서 권재홍 당시 보도본부장 퇴근 저지 시위를 주도하다가 결국 해고됐다"고 박 기자의 과거 행적을 나열했다.

    MBC노조는 "그러다 박 기자는 2017년 12월 최승호 사장이 등극하자마자 '해고자 동지들'의 지지를 얻어 곧바로 뉴스데스크 앵커로 자리매김했다"며 "2017년 12월 26일 그가 뉴스데스크 앵커를 맡은 첫날 'MBC뉴스의 부끄러운 과거를 반성한다'면서 시청자들에게 허리 숙여 사과했던 장면은 구성원들의 기억속에 생생하게 남아 있다"고 떠올렸다.

    MBC노조는 "그러나 뉴스데스크의 시청률이 1%대를 기록하는 등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으면서 박 기자는 앵커를 맡은 지 6개월 만에 불명예 퇴진했다"고 강조했다.

    "MBC가 기자협회장 우대하는 이유는 언론노조 파업 때문"


    MBC노조에 따르면 앵커 하차 후 곧바로 정치팀장 겸 정치에디터 자리를 꿰찬 박 기자는 워싱턴특파원 자리가 나자, 불과 3개월 만에 정치에디터 자리를 내던지고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최승호 당시 MBC 사장과 박성제 당시 MBC 보도국장은 부임 직후 전임 사장이 임명한 12명의 특파원을 잔여임기와 관계 없이 모두 소환했는데, 이 일이 있은 지 9개월 만에 박 기자를 워싱턴특파원에 임명했다.

    당시 보도국에서는 워싱턴에 한 명 더 특파원을 보낸다면 40대 초반의 일하는 특파원을 보내야 한다는 여론이 지배적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박성제 당시 보도국장도 회의 때 "(50세 전후였던)여홍규 씨 후배로 워싱턴특파원을 보낼테니 후배들 지원 많이 하라"는 말까지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박 기자가 "현장 취재 경험을 더 쌓고 싶다"며 부탁하고 다니자 보도국 수뇌부의 분위기가 바뀌었다는 게 MBC노조의 주장이다.

    심지어 박 기자는 왕종명 앵커가 베이징 동계올림픽까지 앵커를 맡아야 한다는 이유로 3개월 더 워싱턴에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MBC노조는 "2018년 당시 최승호 MBC 사장은 12명의 특파원을 소환한지 1년도 안 돼 워싱턴·도쿄·베이징 지사에 언론노조 소속 특파원 4명을 파견했는데 그 중 3명이 MBC 기자협회장 출신이었다"며 "MBC 좌파 경영진이 기자협회장 출신을 각별히 예우하는 이유는 MBC 언론노조가 파업하기 전, 항상 MBC 기자협회가 제작거부를 먼저 시작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른바 '아지(Agitation: 선동)'를 뜨는 역할을 기자협회장이 하니까 보상을 하는 것이라며 "박성호 특파원의 후임 왕종명 특파원도 기자협회장 출신"이라고 강조한 MBC노조는 "특파원 소환조치로 피가 흥건한 자리에 후배들을 제끼고 뻔뻔하게 입성한 사람이 바로 박성호"라고 비판했다.

    MBC노조는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앵커·정치에디터·워싱턴특파원 등 요직들을 닥치는 대로 꿰찼던 박성호 기자가 정권이 바뀌자 국민의힘 관계자들에게 줄을 댄다는 소식에 구성원들은 허탈감을 넘어 극도의 분노를 느끼고 있다"며 "'언론독립'의 탈을 쓰고 개인적 영달을 향해 쾌속질주해온 그가 언론노조의 단물이 사라지니 국민의힘에 '잘 부탁한다'며 '새로운 파도타기'를 시작하려 한다. 우리 사회와 언론 발전에는 독이 되는 역겨운 '파도타기'"라고 비판했다.

    오는 23일 정책설명회… 24~25일 임명동의 투표

    한편, 지난 18일 박준우 보도본부장이 박성호 전 워싱턴특파원을 신임 뉴스룸국장에 지명했다는 사실을 공지한 MBC는 "오는 23일 오후 8시 후보자 정책설명회를 갖고 24~25일 임명동의 투표를 거쳐 후보자의 임명 여부를 확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임명동의 투표는 오는 24일 오전 8시부터 25일 오후 5시까지 계약직을 포함한 MBC 뉴스룸 소속 직원들이 모바일 투표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MBC 노사 단협에 명시된 국장 임명동의제에 따르면 MBC는 후보자 정책설명회 7일 이내 임명동의 투표를 실시해야 하고, 후보자는 해당국 소속 직원과 계약직 중 재적 과반이 투표하고 투표자 과반이 동의하면 확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