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법 만지려면 국회 동의 필요… 국회의원 의석 과반 차지한 민주당 반발 예상법조계 "민주당, 청와대집무실 이전도 딴지… 다음 국회의원선거 때 다시 시동 걸 듯"
  • ▲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이종현 기자
    ▲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이종현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인수위원회가 사법개혁 공약 가운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문제는 뒤로 미루고 검·경 수사권 재조정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윤 당선인이 공수처 개혁을 원해도 국회 의석 과반을 차지한 민주당의 반대가 예상돼 시기를 다소 늦춘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1일 인수위와 법조계 등에 따르면, 현재 공수처 관련 보고사항은 윤 당선인 보고 대상에서 제외된 상태다. 

    인수위 측은 "공수처는 (당선인) 보고 대상에 없다"며 "(공수처 개혁이) 시급하다고 느껴지면 지금이라도 들여다보겠지만, 그렇지는 않다"고 말했다. 인수위 측은 이어 "현재로서는 검·경 수사권 재조정이 주요 이슈"라고 덧붙였다.

    윤 당선인은 대선 기간에 "공수처를 고위공직자 부패 수사기관으로 정상화하겠다"며 개혁을 예고한 바 있다. 공수처가 출범 이후 편향적 수사를 벌여왔고, 민간인 통신사찰 등 논란을 빚었기에 개혁이 필요하다는 취지였다. 

    '공수처법 제24조' 폐지 공약한 윤석열

    윤 당선인은 특히 '공수처법 제24조'를 공수처에 우월적 지위를 보장한 독소조항이라고 규정하며 이를 폐지하겠다고도 공약했다. 

    해당 조항은 검찰 등 수사기관이 고위공직자의 범죄를 인지한 경우 즉시 공수처에 통보할 것 등을 규정한 내용이 핵심이다. 윤 후보는 당시 공수처가 여러 조치에도 정상화되지 않을 경우 폐지하는 것도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내비쳤다.

    하지만 정작 인수위가 들어서고 차기 정부의 국정운영 밑그림이 그려지는 상황에서 공수처 관련 현안은 뒷전으로 밀려난 모양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공수처 관련 현안이 '찬밥 신세'로 밀려난 이유가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의석 과반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윤 당선인이 공약한 '공수처법 제24조'를 폐지하거나 개정하기 위해서는 국회의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 ▲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뉴데일리 DB
    ▲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뉴데일리 DB
    뒷전으로 밀려난 공수처 개혁… 민주당 반발 예상 때문

    반면 공수처 관련 현안보다 우선적으로 살피고 있는 검·경 수사권 조정의 경우 국회 동의가 필요 없는 대통령령 개정 사안이다. 

    이 때문에 인수위 측은 오는 5월10일 새 정부가 들어선 뒤 어떤 방향으로 검·경 수사권을 재조정할지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검찰은 문재인정부의 수사권 조정 이후 직접 수사할 수 있는 범위가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로 줄어들었다. 이 외의 사건은 경찰이 수사한 뒤 검찰에 넘겨주고, 수사에 부족한 점이 있을 때 보완수사를 지시할 수 있다. 

    차기 정부는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는 6대 범죄로 계속 두되, 경찰이 송치한 사건에 한해 직접 보완수사할 수 있도록 변경하려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민주당은 청와대집무실을 용산으로 이전하겠다는 윤 당선인 측 공약에도 딴지를 걸고 있다"며 "(당선인 측이) 출범 초기 공수처 개혁안을 진행할 때 제동이 걸려버리면 국정운영 시작부터 일을 망치게 되기 때문에 뒤로 미뤄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 변호사는 "민주당이 국회 의석 과반을 차지한 상태에서 굳이 반대가 거셀 것으로 예상되는 공수처 개혁에 힘을 낭비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도 세운 것으로 보인다"며 "다음 국회의원선거 때가 다가오면 조금씩 시동을 걸지 않을까"라고 내다봤다.

    한편 윤 당선인이 아직 공수처 수사 대상이라는 점도 공수처 개혁을 미뤄 놓은 이유 중 하나라는 지적도 있다. 공수처는 현재 윤 당선인과 관련한 △옵티머스펀드 사기사건 부실수사 의혹 △고발 사주 의혹 △판사 사찰문건 작성 의혹 등을 수사 중이다. 

    윤 당선인이 공수처의 수사를 받는 상황에서 공수처 개혁에 시동을 걸 경우 '차기 정부의 공수처 수사 방해' 등의 논란이 번질 수 있다는 것이다. 

    공수처는 인수위 측에서 자료 제출을 요구할 경우 필요한 설명을 하겠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