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2020년까지 공정위 지정자료 허위 제출… 지정자료,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 감시 수단김상열 처가가 지분 100% 보유한 '삼인기업'… 매출액 20억 중 88.2%가 호반과의 거래 덕분감시 피하려고 친척이 대주주로 있는 기업정보도 누락호반건설이 최대주주인 전자신문 이용해 공정위 청탁했다는 의혹도호반건설 "업무 담당자의 단순 실수… 누락 자료, 자진 시정했다"
  • ▲ 김상열 호반그룹 회장. ⓒ뉴시스
    ▲ 김상열 호반그룹 회장. ⓒ뉴시스
    공정거래위원회가 '일감 몰아 주기'를 통해 계열사 몸집을 불리고, 당국에는 해당 사실을 숨겨온 김상열 호반그룹 회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김 회장을 2017∼20년 13개 계열사와 친족 2명을 대기업집단 지정자료에서 누락한 혐의(공정거래법 위반)로 검찰에 고발했다.

    대기업집단 지정자료는 공정위가 매년 각 그룹의 동일인(총수)에게서 받는 △계열사 현황 △친족(혈족 6촌, 인척 4촌 이내) 현황 △임원 현황 △계열사의 주주 현황 등의 자료를 말한다. 이때 받은 자료는 공정위가 계열사 '일감 몰아 주기' 여부를 감시하는 수단으로 쓰이는데, 김 회장은 2017년부터 4년간 이 자료에 중요 정보를 누락한 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상열, 삼인기업 관련 자료 2018년부터 누락

    지정자료가 허위로 제출된 호반그룹 계열사 중 가장 눈에 띄는 곳은 삼인기업이다. 이 회사는 김 회장의 처가가 지분 100%를 보유한 건축자재 유통업체다. 2018년 설립됐다. 김 회장은 2020년까지 제출한 자료에서 삼인기업을 누락했다.

    자료에서 누락된 삼인기업은 계열사 내부거래를 통해 몸집을 키운 것으로 알려졌다. 

    2020년 7월부터 호반건설·호반산업과 거래하기 시작한 삼인기업은 협력업체 등록을 위한 신용등급 등 요건이 충족되지 않았는데도 거래를 텄다. 기존에 거래하던 업체가 3년간 우수협력업체 표창을 받은 점과 비교된다. 

    호반건설과 거래를 시작한 삼인기업은 자본금 500만원으로 시작해 2020년 매출 20억원을 달성했다. 이 매출 중 88.2%가 호반건설그룹과 거래로 이뤄졌다.

    호반건설은 2019년 11월 공정위가 부당 내부거래 혐의를 조사하기 시작하자 삼인기업과 거래도 문제가 될 것으로 보고 '지분 파킹'을 통해 해결하고자 했다. '지분 파킹'이란 다른 사람의 지분을 잠시 보관하는 일을 말한다. 김 회장의 처가는 삼인기업이 호반그룹 계열사가 아닌 것처럼 위장하기 위해 친족 보유 지분을 부하 직원이나 지인 등에게 양도한 것으로 조사됐다.

    감시 피하려고 사위·매제가 최대주주인 기업도 명단에서 제외

    김 회장은 또 사위·여동생·매제가 각각 최대주주(지분 31∼100% 보유)인 기업들의 정보도 누락했다. 2018년에는 사위가 지분 31.82%를 보유한 세기상사를 누락했는데, 김 회장은 세기상사를 계열사로 편입해야 한다는 보고를 여러 번 받고도 묵살했다. 

    또 여동생과 매제가 지분 총 100%를 보유한 영암마트 운남점도 2017∼20년 자료에서 누락했으며, 공정위 감시를 피하기 위해 사위와 매제를 친족 명단에서 빼기도 했다.

    공정위는 김 회장이 지정자료 허위제출 인식 가능성과 행위의 중대성이 상당하다고 판단해 검찰 고발을 결정했다. 공정위에 지정자료를 허위로 제출한 경우 공정거래법에 따라 2년 이하의 징역이나 1억5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 받을 수 있다.

    호반이 최대주주인 전자신문 임원, 공정위원장과 점심식사

    한편, 호반건설이 계열 언론사인 '전자신문'을 통해 공정위에 청탁을 시도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한겨레'에 따르면, 전자신문 측은 지난 1월 조성욱 공정위원장과 점심식사를 함께했다. 이날 자리에는 조 위원장과 조억헌 전자신문사 부회장, 강병준 편집국장이 참석했다.

    전자신문의 대주주는 호반건설이다. 지난해 지분 43.68%를 인수하며 최대주주에 올랐다. 이 때문에 전자신문 측이 김 회장이 검찰에 고발 당하는 것을 막기 위해 공정위 측과 청탁 차원의 만남을 가진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특히 조 위원장과 전자신문 임원들이 식사한 무렵은 공정위가 김상열 호반건설그룹 회장의 계열사 은폐 혐의를 대상으로 한 심의를 목전에 둔 시기였다고 한다. 실제로 공정위는 김 회장을 계열사 은폐 혐의로 검찰에 고발할지 여부를 결정하는 소회의를 지난 2월25일 열었다. 

    전자신문 측은 이 매체에 "점심 자리에서 김상열 회장 사건에 관한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며 "조억헌 부회장은 전자신문사 최대주주가 지난해 (호반건설로) 바뀌었기 때문에 동행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호반건설 측은 성명을 내고 "지정자료 제출 시 일부 친족 및 관련 회사가 누락된 것이 고의가 아닌 업무 담당자의 단순 실수임을 공정위 조사와 심의 과정에서 수차례 소명하였음에도 이 점이 반영되지 않아 매우 아쉽다"며 "지정자료 제출 이후 자체 조사를 통해 누락된 신고 대상을 발견하여 계열 편입 신고를 하는 등 적극적으로 자진 시정을 했다"고 해명했다.

    호반건설 측은 "친족만이 주식을 보유한 회사는 그 친족이 동일인에게 알려주지 않는 한 회사의 존재 여부를 파악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따라서 이러한 경우에는 자료 제출 누락에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