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0월5일 7시16분, 제보자 A씨 "백숙 픽업해서 댁으로 가고 있습니다" 문자배소현 "우린 30분 후 도착… 경비실에 같이 맡겨놔 줘" 7시50분 쯤 백숙 찾아간 듯같은 날 오후 5시50분~7시20분, 민주당 대선 경선 토론… 끝나고 '세금백숙' 먹었나A씨 개인카드로 닭백숙 결제… 다음날 취소하고 경기도청 법인카드로 다시 결제지출금액 12만원, 대상 인원 4명… 지출목적은 '광역행정 업무협력방안' 적어놔
  •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와 부인 김혜경씨. ⓒ뉴데일리DB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와 부인 김혜경씨. ⓒ뉴데일리DB
    전직 경기도청 7급 공무원 A씨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후보의 부인 김혜경 씨 집으로 닭백숙을 배달한 당일, 이 후보가 경기도 부천시에서 열린 대선 경선 토론회에 참석한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자신의 개인카드로 닭백숙을 결제한 뒤 다음날 이를 취소하고 경기도청 법인카드로 재결제했다. 경기도청은 직원 등 4명이 '광역행정 업무협력방안 간담회'를 위해 닭백숙을 먹었다고 회계처리했다. 

    이 후보 측은 당시 집에 부인 김씨가 있었는지, 누가 닭백숙을 먹었는지 함구하고 있다. 

    이재명 토론회 참석한 시간대에 자택으로 닭백숙 배달

    11일 전 경기도청 총무과 7급 별정직 직원이던 A씨 측에 따르면, A씨는 2021년 10월5일 저녁 이 후보의 성남시 분당구 수내동 자택에 12만원어치의 닭백숙을 배달했다.  

    공교롭게도 이날 이 후보는 경기도 부천시에서 오후 5시50분부터 90분간 민주당 대선 경선 방송토론회를 진행했다. 이날 토론은 오후 7시30분쯤 종료됐다. 

    토론이 진행되던 시각, A씨는 상관이던 전 경기도 총무과 소속 별정직 5급 배소현 씨의 지시를 받고 닭백숙 배달에 나섰다.

    A씨는 텔레그램 채팅을 통해 이날 오후 7시16분 "백숙 픽업해서 댁으로 가고 있습니다"라며 닭백숙이 포장된 사진을 찍어 배씨에게 보고했다. 이에 배씨는 "우린 30분 후 도착"이라며 "경비실에 같이 맡겨놔 줘"라고 했다. 이에 따르면 배씨가 경비실에서 백숙을 찾은 시간은 오후 7시46분쯤으로 추정된다. 

    A씨는 음식을 배달한 다음날 닭백숙 식당을 찾아가 자신의 개인카드로 결제한 것을 취소한 후 경기도청 법인카드로 재결제했다. 해당 내역은 경기도청 총무과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에 기재됐다. 지출금액은 12만원, 대상 수는 4인으로, 지출 목적은 '광역행정 업무협력방안 논의 관계자 간담 경비 지출'이다.

    "음식 배달 당시 김혜경과 배소현 동석, 모를 리 없다"

    A씨 측은 '우리'라는 표현과 함께 '도착한다'고 한 것은 배씨가 음식 배달을 지시할 당시 김씨가 배씨와 함께 이동하고 있었다는 의미라고 주장했다. 야당에서도 이 같은 정황상 김씨가 배씨와 A씨의 관계를 인지했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은 11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배소현 씨가) 김혜경 씨하고 5급 공무원이 '같이 간다, 30분 뒤에 도착을 한다' 그러니 메시지를 남기면서 이 주문을 요청한 것"이라며 "그러면 김혜경 씨가 이걸 모를 리가 있습니까? 공금으로 먹고 있다고 하는 걸 모를 리가 있습니까?"라고 반문했다.

    성 의원은 "김혜경 씨가 돈을 먼저 맡기고 가져다 달라고 그랬으면 모르겠다"며 "그러나 돈 준 적이 없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모를 리가 없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A씨가 공개한 정황은 김씨의 해명과 다르다. 김씨는 줄곧 A씨의 업무 존재 자체를 알지 못한다고 해왔다. 

    김씨는 지난 9일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과문을 발표할 때에도 "배씨가 인사시켜 줘서 첫날 마주친 게 다이다. 그 후에는 소통하거나 마주친 적이 없다"며 배씨와 A씨의 관계를 알지 못했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와 관련, 민주당 관계자는 11일 통화에서 "수사와 감사가 진행 중인 사안으로 사실관계가 밝혀지면 배우자와 민주당은 그에 대한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말씀드렸다"며 "정확한 사실관계가 나오는 것이 먼저"라고 말했다. 

    A씨가 자신의 카드로 먼저 결제한 후 이를 취소하고 경기도 법인카드로 결제하는 방식은 닭백숙뿐만이 아니다.

    A씨가 지난해 4월13~10월5일 자신의 개인카드로 결제했다 취소한 후 경기도 법인카드로 재결제했다고 주장하며 공개한 영수증 10장에는 현재까지 알려진 소고기 안심을 비롯해 중식당·복어집·베트남식당·초밥집 등으로, 총금액은 111만8000원이다. 결제처 10곳 가운데 7곳은 경기도청과 30km가량 떨어진 성남시 소재 식당이다.

    음식 비용, 경기도청 산하 5개 부서에서 업무추진비로 집행

    게다가 이들 비용에는 배씨와 A씨가 소속된 총무과 예산뿐만 아니라 다른 부처의 예산까지 투입됐다. 

    A씨는 배씨로부터 1장의 법인카드만 전달받았다고 한다. 그런데 A씨가 공개한 10장의 영수증 중 6건은 경기도청 산하 5개 국·실 업무추진비 내역에 나뉘어 등장한다. 총무과 외에 경기도 공정국·기획담당관실·노동정책과·공정경제과 등이다. 집행 목적은 방역대책·지역상생·노사협력·불법하도급 근절 간담회 등으로 기재됐다. 

    하지만 정작 해당 국·실에서는 이 같은 업무추진비 사용 여부를 모른다는 견해다. 경기도 노동정책과 관계자는 11일 통화에서 "이미 타 부서에서 결재된 사항이라 별다른 의심을 하지 않고 서류를 처리한 것 같다"고 말했다. 기획담당관실 관계자도 "자세한 사항은 알지 못한다. 총무과 결재사항은 총무과에 문의해 달라"고 했다. 본지는 경기도청 총무과에 통화를 시도했지만 전화를 받지 않았다.

    경기도 노동정책과 업무추진비 내역에 따르면 2021년 5월21일 성남 복전문점에서 노사협력 간담회 명목으로 12만원을 지출했다. 기획담당관실에서도 같은 해 4월14일 정육식당에서 수도권 광역행정 협력강화 간담회를 이유로 12만원을 지출했다. 모두 A씨가 개인 카드로 결제한 이후 결제를 취소하고 법인카드로 재결제하는 방식으로 결제가 이뤄진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