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文, 수세 몰린 이재명 돕기 위해 친문 결집 노린 것"靑 "대선 개입 아니야… 허위사실 바로잡기 위한 사과 요구"尹 "文과 저는 똑같은 생각… 제 사전에 정치보복은 없다"
  • ▲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2019년 11월 청와대에서 열린 반부패정책협의회에 참석한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이 문재인 대통령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뉴시스
    ▲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2019년 11월 청와대에서 열린 반부패정책협의회에 참석한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이 문재인 대통령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전날 '적폐수사' 발언에 "강력한 분노를 표한다"는 말과 함께 사과를 요구했다.

    문 대통령이 윤 후보의 발언에 침묵하면 이를 인정하는 셈이 돼 강력한 대응을 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소위 '문빠(문재인 지지자)' 등 친문세력의 지지세를 받지 못해 수세에 몰리자 문 대통령이 지지자의 결집을 위해 대선 한복판에 뛰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청와대는 "대선 개입이 아니라 허위사실을 바로잡기 위해 사과를 요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文대통령 "尹, 근거 없이 정부를 적폐로 몰아"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오전 예고 없이 브리핑을 갖고 9일 언론 인터뷰에서 집권 시 전 정권을 대상으로 적폐청산 수사를 할 것이라는 윤 후보의 언급과 관련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참모회의에서 '정부를 근거 없이 적폐수사의 대상, 불법으로 몬 것에 대해 강력한 분노를 표한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중앙지검장·검찰총장으로 재직할 때는 이 정부의 적폐를 있는데도 못 본 척했다는 말인가"라며 "아니면 없는 적폐를 기획사정으로 만들어내겠다는 것인가 대답해야 된다"고도 언급했다. 윤 후보가 문재인정부에서 검찰에 몸담았던 만큼 윤 후보의 '적폐수사' 발언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의미다.

    문 대통령은 이날 공개된 연합뉴스 등 세계 7대 통신사 합동 서면 인터뷰에서도 "아무리 선거시기라 하더라도 정치권에서 분열과 갈등을 부추겨서는 통합의 정치로 갈 수 없다"며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재임 중 탄핵 후폭풍과 퇴임 후의 비극적인 일을 겪고서도 우리 정치문화는 근본적으로 달라지지 않았다"고 윤 후보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윤 후보는 전날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문재인정부의 적폐에 대해 수사할 것인가'라는 취지의 질문에 "할 것이다"라고 답했다. 다만 윤 후보는 "대통령은 관여 안 한다"며 "현 정부 초기 때 수사한 것은 헌법과 원칙에 따라 한 것이고, 다음 정부가 자기들 비리와 불법에 대해 수사하면 그것은 보복인가. 다 시스템에 따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후보는 또 "민주당정권이 검찰을 이용해서 얼마나 많은 범죄를 저질렀나"라며 "거기에 상응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국힘 "민주당이 尹 발언 트집 잡아 친문에게 李 투표하라고 협박하는 것"

    여권에서는 문 대통령이 '강력한 분노'라는 말까지 하며 사과를 요구한 이유가 윤 후보의 발언이 수사기관의 독립성을 자부하는 문 대통령의 자존심을 건드렸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 여권 관계자는 "(윤 후보 발언에) 가만히 있으면 인정하는 꼴밖에 되지 않나"라면서 "(윤 후보의 발언은) '청와대든 여당이든 살아있는 권력에 대해 엄정한 수사를 해 달라'며 임명장을 준 문 대통령 입장에서는 자존심이 상하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정권이 검찰을 이용해 범죄를 저질렀다고 말한 것은 정말 잘못된 말"이라고 강조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문 대통령이 대선을 27일 남겨놓은 상황에 이 같은 발언을 한 것을 놓고 정치적 손익을 계산한 의도된 발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윤 후보가 정권을 직접적으로 비판한 것에 따른 대응이기 때문에 선거법 위반 논란에서 자유로울 뿐만 아니라 '정치보복'을 명분으로 민주당 지지자, 특히 이재명 후보를 지지하지 않는 친문세력을 결집할 수 있는 계기로 만들 수 있다는 의미다.

    민주당은 이날 문 대통령의 사과 요구를 계기로 이 후보를 지지하지 않던 친문층의 지지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고위 관계자는 문 대통령의 지지율과 정권교체 의향, 이 후보의 지지율 등을 종합하면 "문 대통령 지지자 중 20% 정도가 아직 이 후보를 지지하지 않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문 대통령을 지키는 최선의 방법은 이 후보에게 투표하는 것'이라는 메시지로 이탈한 친문세력을 결집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이낙연 민주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은 이날 선대위 회의에서 "윤 후보가 마침내 거친 검사 본능을 드러내고, 그가 꿈꾸는 나라가 검찰공화국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했다"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친문 상당수는 이재명 후보를 지지하지 않는다. 심지어 윤석열 후보 지지선언까지 하지 않느냐"며 "민주당이 윤 후보의 발언에 트집을 잡는 것은 '윤석열이 되면 문재인 잡아넣을 테니까 겁나지? 그러니까 이재명 찍어'라고 협박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 ▲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0일 서울 서초구 더 케이 호텔에서 열린 재경전라북도민회 신년인사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0일 서울 서초구 더 케이 호텔에서 열린 재경전라북도민회 신년인사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내 사전에 정치보복 없다"

    문 대통령의 격한 반응에 윤 후보는 이날 "제 사전에 정치보복이라는 단어는 없다"며 청와대 측이 자신의 발언을 곡해했다는 뉘앙스로 대응했다.

    윤 후보는 이날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서 열린 재경 전북도민 신년인사회에 참석한 뒤 '적폐수사 발언에 따른 문 대통령의 사과 요구가 있었다'는 기자들의 언급에 "문 대통령님과 저는 똑같은 생각이라 할 수 있겠다"고 말했다.

    윤 후보는 "우리 문재인 대통령께서도 늘 법과 원칙에 따른 성역 없는 사정을 강조해오셨다. 저 역시도 권력형 비리와 부패에 대해서는 늘 법과 원칙, 공정한 시스템에 의해 처리해야 한다는 말씀을 드려왔다"며 "제가 검찰에 재직할 때나 정치를 시작해 오늘에 이르기까지 변화가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후보는 앞서 지난해 약속한 '민정수석실 폐지'를 언급하며 "어떤 사정과 수사에도 일절 관여하지 않겠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이에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10일 "최소한 민주주의자라면 이런 발언은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면서 "대통령의 질문에 답하고 사과하면 깨끗하게 끝날 일"이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