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 취소된 알바생 “어찌 살라고”… 사장님 “미안하다” … "비상 상황 알지만, 막막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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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명 테이블 만들어놨는데..." 수도권 지역의 현행 사회적 거리두기 방침이 일주일 연장된 1일 오후 서울 중구의 한 음식점 주인이 거리두기 완화를 알리는 안내문에 'X'표를 덧씌우고 있다. ⓒ강민석 기자
    “사장님한테 이러는 게 어딨냐고 따졌어요. 1일부터 출근하라고 해놓고 이제 와서 나오지 말라니 어쩌란 겁니까.”

    서울 동대문구에 사는 대학생 최모씨는 6월 30일, 취재진에게 이같이 하소연했다. 최씨는 “사장님이 전화를 하셨어요. 원래 1일부터 출근시키려고 했는데 자정까지 영업 허용하기로 한 게 취소됐다는 거예요. 미안하다고 하시더라고요. 하지만 이날 출근을 못할 줄 알았으면 다른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해보던가 했을 것 아니에요”라고 억울한 듯 말했다.

    최씨는 “서울시와 정부가 거리두기를 다시 연장하는 바람에 이렇게 된 것 잘 압니다. 하지만 저도 답답하니까 사장님한테 따질 수밖에 없더라고요. 지금 알바 구하는 게 하늘에 별따기입니다. 하도 자리가 없어서 한번 알바 자리 잡으면 절대 그만두지 않아요. 어떻게 얻은 일자리인데…”라고 고개를 떨궜다.

    “그동안 못봤던 친구들이랑 어렵게 약속을 잡았는데, 전날 갑자기 취소했어요”

    서울 은평구 연신내에서 만난 20대 여성 김모 씨는 짜증섞인 목소리로 말문을 열었다. 김씨는 7월 1일부터 6명까지 모일 수 있다는 소식에 경기도의 한 펜션으로 친구들과 놀러갈 계획을 세웠다고 말했다. 김씨는 “지금까지 방역수칙 지키느라 친구들은 다 나눠서 만났다”며 “하루 전날 이렇게 정부가 통보해 버리는 건 너무하다”고 불평했다. 그러면서 김씨는 “상황이 심각하단 건 알겠지만 이런 식으로 괜히 마음만 들뜨게 한 서울시의 결정에 아쉬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하루 전 날 기습 발표하면 장사는 어떻게”... 상인들 울상

    상인들의 아쉬움은 더욱 컸다. 송파구 방이동에서 문어숙회집을 운영하는 박모 씨는 “정부의 행태를 보면 언제나 일방통행이다”라고 상기된 목소리로 말했다. 박씨는 “장사는 하루 전날 준비를 끝내야 한다. 영업시간 연장된다 해서 재료 주문을 늘렸는데 누가 책임질 거냐”며 “서울시가 하루 전날 유예를 통보하는 건 배려가 없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박씨는 “사람들은 우리가 배달을 해서 매출이 늘어났다고 하지만 그건 그렇게 보이는 것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매출은 올랐지만 배달에 들어가는 비용을 감안하면 수익은 여전히 낮다는 것이다. 

    방이동 먹자골목에서 곱창집을 운영하는 최모 씨도 불만을 내비쳤다. 최씨는 “쓰려던 알바도 취소하는 상황”이라며 “이젠 거리두기를 연장한다고 정말 효과가 있는지도 모르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면서 “서울시도 어쩔 수 없다는 것은 안다. 우리보다 더 힘든 곳도 많을 거다”라고 스스로를 다독이기도 했다. 저녁 8시 무렵이었지만, 최씨 가게를 이용하는 손님은 9명에 불과했다.

    “신규 확진자 ‘800명’대… 아쉽긴 하지만 이해한다”

    거리두기가 연장된 첫날인 1일 오후, 최근 집담 감염이 일었던 홍대 인근은 한산한 모습이었다. 친구를 만나기로 했다는 장모 씨는 “친구가 꼭 가고 싶은 곳이 있다고 와서 홍대로 왔는데, 불안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장씨는 “거리두기 완화가 유예된 게 아쉽지만 800명이 감염되는 상황에서 서울시가 올바른 선택을 했다고 생각한다”며 서울시의 대처에 긍정적인 입장을 표했다.

    홍대에서 만난 이모 씨는 “나도 약속이 갑자기 취소됐지만 서울시가 왜 그런 선택을 내렸는지 이해한다”며 “최근 급증한 확진자 수가 위협적”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그러면서 “결국 이 사태를 진정시키기 위해선 사람들이 방역수칙을 더 잘 지키는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강조했다.

    2일 국내에서 발생한 신규 코로나19 감염자는 826명으로, 176일 만에 가장 많은 수다. 국내 코로나19 누적확진자는 15만 8549명에 이르게 됐다. 이런 가운데 델타변이 바이러스 등장으로 방역당국은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 “예상됐던 정부의 오판… 방역지침 세분화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애초 거리두기 완화를 하려던 정부의 판단이 섣불렀다고 지적한다. 김우주 고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본지 통화에서 “개편안을 냈던 당시에도 500명이 지속적으로 유지되는 상태였다”며 “정부가 현 상황을 정확하게 평가를 못하고 오판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 교수는 또 “90%의 국민이 백신을 안 맞았거나 한 번만 맞은 상황이라 델타바이러스에 취약한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마상혁 대한백신학회 부회장은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여지가 없다”면서도 “그러나 정부가 정한 방침이 코로나를 억제하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하면 불만이 있더라도 참아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마 부회장은 “문제는 지금 모든 곳에서 획일적으로 정부의 방역지침이 적용되고 있는 점”이라며 “현재 술집이나 헬스장 등 특정 업종에서 지속적으로 확진자가 나온다. 업종에 맞게 방역지침을 구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 1일 저녁 서울 강남구 거리가 한적한 모습이다 ⓒ뉴데일리DB
    ▲ 1일 저녁 서울 강남구 거리가 한적한 모습이다 ⓒ뉴데일리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