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한미일 3국 공조 맞서 中과 밀착 신호… 미북관계 개선 통한 남북관계 구상에 '찬물'
  • ▲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2월 11일 오후 서울 중구 국립중앙극장에서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2월 11일 오후 서울 중구 국립중앙극장에서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미국의 북핵외교를 총괄하는 성 김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방한기간 북한을 향해 조건 없는 대화에 응할 것을 촉구했지만, 북한은 '잘못된 기대'라며 찬물을 끼얹었다. 한동안 미북 간에 팽팽한 신경전이 이어질 전망이어서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 내 남북관계 회복 구상에 차질이 생겼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대표는 4박5일간의 방한 일정을 마치고 23일 출국했다. 김 대표는 지난 21일 한·미·일 북핵수석대표 협의를 시작으로 정의용 외교부장관을 접견한 뒤, 22일 이인영 통일부장관과 문 대통령도 예방했다.

    김 대표는 한·미·일 북핵수석대표 협의 모두발언에서 "언제 어디서나 전제조건 없이 만날 수 있다는 우리의 제안에 대해 북한이 긍정적 반응을 보이기를 계속 희망한다"고 말했다.

    김여정 "잘못 가진 기대, 실망에 빠뜨려"

    하지만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은 22일 담화를 통해 "스스로 잘못 가진 기대는 자신들을 더 큰 실망에 빠뜨리게 될 것"이라며 사실상 대화 제의를 거절했다. 김여정은 "조선 속담에 '꿈보다 해몽'이라는 말이 있다"며 "미국은 아마도 스스로를 위안하는 쪽으로 해몽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미국 국무부는 22일(현지시간) 김여정 담화와 관련해 "북한과 원칙 있는 협상에 관여할 준비가 돼 있으며, 북한이 긍정적으로 반응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는 일단 강경한 대응 대신 대화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북한의 도발을 방지하는 신호를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문 대통령이 전날 김 대표와 만나 "남은 임기 동안 남북관계와 북미관계를 일정 궤도에 올려놓기 위해 가능한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미국은 북한과 '원칙 있는 협상'을 고수하며 대비되는 모습을 보였다. 북한이 대화 재개 조건으로 한미 연합훈련 중단, 대북제재 해제 등을 지속적으로 요구함에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대북제재 행정명령 효력을 1년 더 연장했다.

    대북제재 풀려는 文정부, 미국은 반대

    대북제재에 관한 한미 간 엇박자도 우려를 낳는다.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국 측 실무자는 금강산관광 등 남북 경제교류 사업을 향한 제재를 예외적으로 인정해 달라고 했지만 미국 실무자는 거부한다는 뜻을 전했다고 요미우리신문이 22일 보도했다.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지난달 26일부터 지난 1일까지 미국을 방문해 윌리엄 번스 중앙정보국(CIA) 국장 등과 만난 것도 대북제재 완화를 미국에 다시 요구하기 위해서였다고 요미우리신문은는 보도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은 중국과 친선을 도모하기 위한 좌담회를 개최하는 등 밀착 관계를 선전했다. 김정은의 방중 3주년 및 시진핑 국가주석의 방북 2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행사였다.

    北 "시진핑 방북 2주년 기념 좌담회"

    조선중앙통신은 23일 "김정은 동지의 중국 방문 3돌과 습근평(시진핑) 동지의 우리나라 방문 2돌을 기념하여 21일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대외연락부가 공동 좌담회를 마련했다"고 보도했다. 북·중 양국이 최고지도자의 상호 방문을 기념하는 것은 통상적이지만, 이를 계기로 공동 좌담회까지 가진 것은 이례적이다.

    좌담회가 개최된 지난 21일은 한국에서 한·미·일 3국의 북핵수석대표가 연쇄 협의를 갖고 북핵 공조 방안을 논의한 날이다. 북한이 한·미·일 3국 공조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대중 협력 강화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도 시진핑 방한을 추진하는 등 한중 관계에 신경을 쓰고 있지만 중국의 우선순위에서 북한보다 밀려날 가능성이 있다.

    북중 밀착관계가 강화되면서 중국의 대북지원이 가시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이는 북한과 대화를 통해 북핵문제를 해결하자는 미국과 우리 정부에는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북한이 중국으로부터 필요한 지원을 받게 된다면 미국의 대북제재 카드가 무색해지기 때문이다.